2년전…참혹한 슬픔 내려 앉았던 안산 ‘다시 역동’

2년전…참혹한 슬픔 내려 앉았던 안산 ‘다시 역동’
세월호 여파 불황 후폭풍 ‘고통의 시간’…활기 되찾은 상인들 “장사하기 바빠요”

김인희기자(i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4-15 15:50:01

지난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고,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2학년생을 비롯한 304명이 사망·실종돼 온 나라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세월호 참사 여파는 국내 상권 전역으로 퍼졌지만 특히 경기도 안산 일대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로부터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상인들은 제자리를 찾아 가고 있지만, 그간 힘든 시기를 묵묵히 견뎌내야만 했다. 안산 로데오거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저렴한 가격대를 내 건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하나 둘 늘어났고 상인들은 각종 이벤트를 통해 고객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세월호 2주기를 앞두고 단원고와 약 25분 거리에 자리한 안산 중심상권인 중앙역 로데오거리를 취재했다.

▲ 안산중앙역 로데오거리는 외식을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특히 먹자골목으로 불리는 고잔1길 로데오거리에는 10~20대 젊은 층이 몰려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세월호 2주기를 앞둔 가운데 상인과 시민들은 상가 문을 거의 열지 않을 정도였던 2년 전 당시를 회고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회복은 더뎠지만 지금은 상권 내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들어서는 등 빠르게 변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보시다시피 장사하기 바빠요”

30년 된 곱창골목 앞에서 만난 가게 주인은 ‘요즘 경기가 어떠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안산중앙역 로데오거리(이하 로데오거리)에 자리한 이 술집은 오후 5시께부터 야외 테이블에 고객들을 하나 둘 채우기 시작했다.

몇몇 곱창집 주인들은 지나가는 젊은이들에게 말을 건네며, 가게로 끌어들이느라 바빴다. 로데오거리 내 먹자골목에는 10∼20대 젊은 층이 저녁 시간이 되기 전부터 몰려들었다.

데이트를 나온 커플, 청소년, 가족단위 나들이객 등이 거리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후 만 2년째를 맞은 안산 중심상권 내 상인들은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상권의 활력을 되찾았다”고 평했다.

먹자골목 인근에서 살고 있는 김준형(23)씨는 “사고 이후 몇 달간은 아예 문을 열지도 않는 점포들이 많았지만, 세월이 흐른 만큼 이 거리엔 늘 사람들이 북적인다”며 “저도 친구들과 여기서 자주 모임을 가진다”고 말했다.

안산 시민 윤태호(47)씨는 “아픈 기억이지만 주민들도 오랜 기간 마음을 추스려왔고, 이젠 각자 경제 활동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술집 ‘퍼즐’을 운영하는 박성훈(54) 대표는 로데오거리에서 15년 간 장사해왔다. 그는 장사하기 힘들었던, 지난 2년간의 일들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그는 “다른 지역의 경우 사고 후 3∼4개월 간 소비가 크게 줄었다고 하던데, 안산은 다른 지역보다 후유증이 오래 갔다”며 “주민들 모두 힘든 시간을 넘겼지만 장사하는 입장에선 속 끓인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피켓 시위 등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요즘은 차분해졌다고 전했다.

로데오거리는 지하철 4호선 중앙역(서울예술대학) 앞에 자리잡았다. 상권은 크게 둘로 나뉜다. 음식점 및 술집 매장이 발달된 고잔1길과 액세서리, 화장품 로드숍 등이 밀집한 패션1번가인 고잔2길의 상권 성격이 다르다.

먹자골목으로 불리는 고잔1길은 과거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드는 안산 대표 상권이었는데 주변 주거환경 변화로 인해 고객층에 변화가 생겼다.

상인들에 따르면 로데오거리를 찾아오던 30∼40대 고객층 가운데 다수가 인근 고잔 신도시로 분산됐다. 또 도심 외곽의 장년층도 지역 근린 상권 개발로 인해 로데오 거리를 향한 발걸음을 줄였다. 더불어 로데오거리 바로 뒤편에 있던 주공아파트는 재건축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거주민들이 각지로 흩어졌다.

▲ 상인들에 따르면 로데오거리는 경기 영향을 쉽게 받는다고 했다. 저렴한 가격을 찾아가는 고객의 특성에 따라 각 가게마다 가격 인하를 내세우는 마케팅이 치열했다. 거리에서 북적이는 집은 1000원대의 생과일주스 전문점부터 분식집, 안주 1만원대 이하의 포차, 9900원에 고기와 분식 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가게, 무한리필 고깃집 등이 유독 많았다. ⓒ스카이데일리

낮에도 술집 고깃집에 젊은이들 빼곡… 저가 경쟁 불붙어

먹자골목으로 불리는 고잔1길에는 롯데시네마를 중심으로 고깃집 등 주로 일반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특히 포차 및 PUB 형태의 주류 업종이 많았고 분식집 및 생과일주스 전문점, 오락실 등에 청소년들이 북적거렸다.

거리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금칠현(50) 씨는 “오픈 때만 반짝하는 프랜차이즈들이 많아 자주 간판이 바뀐다”며 “휴일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만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얘기했다.

퍼즐의 박 대표도 “젊은 층으로 주 고객이 더욱 좁혀지면서 로데오 거리는 트렌드에 더욱 민감해져 프랜차이즈 매장은 평균 2년 주기로 바뀌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오픈 초기엔 사람들이 몰리지만 뚜렷한 특징이 없으면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로데오거리에서 15년 간 장사해오면서 9년은 한식집을 운영했고, 이어 세계맥주집으로 업종을 바꿨으며 지금은 소주&비어 가게를 운영 중이다.

그는 “점심 손님인 오피스 고객이 줄어들자 술집이 늘었고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장사가 되는 밤 상권으로 변했다”며 “상권 변화와 시장 조사를 토대로 소비자 기호에 맞춰 업종을 교체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 음식점에서도 일한 적이 있었는데, 일산과 분당의 경우는 가격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 고객이 많았지만 안산 상권을 찾는 젊은 층은 눈은 높지만 메뉴는 주로 1개만 시킨다고 전했다.

바로 맞은편에 오픈한 ‘삼구포차’도 저렴한 가격대로 즐길 수 있는 술집이다 보니 젊은 층 고객들이 몰렸다. 안주는 거의 1만원 이하였다.

저렴한 곳을 찾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퍼즐도 3000원에 2시간 무제한으로 소주를 제공하는 전략으로 맞불을 놓았다.

로데오 거리 내 젊은 고객층은 특히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경기가 나빠지면 상권이 쉽게 흔들린다. 상인들은 “가격 인하 혹은 수요 창출을 위한 이벤트를 내걸 수밖에 없다”면서 “고객들이 저렴한 곳을 찾아 가기 때문에 장사하려면 일단 싸고 봐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착한돼지’를 운영하는 박화자(62) 대표는 “세월호 영향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경기 불황에 더욱 큰 타격을 받는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살다온 박 대표는 안산 상권은 서민층이 두텁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대가 낮아야 소비층이 유지된다고 했다. 그가 4년 째 운영해오고 있는 착한돼지는 중고등학생 및 인근 대학생들이 많이 찾고 있다.

고기, 떡볶이, 튀김, 주류 등 다양한 메뉴를 9900원에 내놓고 있어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인근 마포갈매기도 ‘1인분 가격에 무한리필’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가게 종업원은 “2∼3주전부터 ‘무한리필 1만1900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먹자골목이 형성된 고잔1리 로데오거리 일대의 상가 1층은 매물이 드물고 위치에 따라 가격대 차이가 크다”면서 “임대 시세는 12∼15평 기준에 보증금 7000만∼1억원, 월세 300만∼500만원, 권리금 1억∼2억원 안팎에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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