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총선 이후 이뤄진 3당 합당(1990년)은 구국의 결단으로 봐야 해요. 이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민주자유당(민자당) 내에서 소신 있는 행보로 당을 장악했고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죠. 때문에 3당 합당이 없었다면 민주주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다 더 늦어졌을 것이라 생각해요.”

 

청년김영삼연구회는 조주영 대표(20), 강사빈 사무총장(19)이 함께 조직한 단체다. 현재 10명 정도의 청년이 모여 전직 대통령인 YS 관련 자료를 수집해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IMF 외환위기를 막지 못한 대통령으로만 기억되는 YS의 공과(功過)를 정확히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1월 22일 청년김영삼연구회는 ‘거산 김영삼을 말하다’라는 창립기념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엔 김덕룡 전 의원 겸 전 정무제1장관, 김무성 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등 YS의 최측근들과 조주영 대표, 강사빈 사무총장 등 청년들이 함께 했다. 이런 생경한 조합을 만든 이는 조 대표와 강 사무총장이다.

 

스카이데일리는 어떤 이유로 이 단체가 설립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달 3일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YS 재평가에 나선 청년김영삼연구회의 조주영 대표를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우한코로나)가 창궐한 관계로 1대 다수가 아닌 1대 1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 사무총장과 저는 YS에 대해 관심이 있었어요. 처음엔 각자 책을 통해 호기심을 충족시켰죠. 그러던 중 강 사무총장과 대화를 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쓸쓸하게 잊혀진 YS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데 서로 공감하고 청년김영삼연구회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죠.”

 

현재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조 대표는 이승만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달리 YS에 대해 재조명하는 단체는 거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리고는 YS가 왜 재조명 받아야 하는지 설명했다.

 

“민주투사이자 시장경제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YS는 IMF 외환위기 때문에 잘한 일들이 묻힌 분이죠.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랐던 인물인데 평가는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봐요. 회고록 등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국민을 위해 강력한 결단으로 개혁을 추진한 소신 있는 분이라 알게 됐고 이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YS의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한 조 대표는 1983년 5월 YS의 단식(다섯 개의 민주화 요구사항과 관련된)을 이야기하며 그의 민주화 투쟁은 시대를 바꾸는 신호탄이라 언급했다. 그가 약자를 위해 정치를 한 사람이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1990년 3당 합당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1987년 YS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요구사항을 전폭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야권단일화는 현실화되는 듯 보였으나 DJ가 4자필승론을 내세우며 탈당해 야권단일화는 없던 일이 됐죠. 때문에 YS는 3당 합당이란 선택을 했다고 봐요. 3당 합당 이후 자신의 소신 행보를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당 내 세력을 키웠고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르죠.” 

 

“개인적으로 3당 합당이 없었다면, YS가 아니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또 다른 후계자가 대통령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럴 경우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봄은 좀 더 늦게 찾아왔을 것이라 생각해요. YS가 현실적으로 대처를 잘했다고 평가하고 싶어요. 특히 대통령이 된 후에도 나라를 위해서 개혁만을 생각 했기에 대단하다고 생각하죠.”

 

재임 시절 YS의 대표 업적으론 하나회 청산, 금융실명제 등이 꼽힌다. 조 대표는 YS의 업적에 대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후계자로 내세웠던 사람과 그 관련 조직을 인간적인 정보다는 원칙에 따라 척결한 것은 대통령이라도 하기 어려운 일이죠. 지지층이 아닌 국민을 위해 일했기 때문에 나온 결단이라 생각해요. 금융실명제 역시 꼭 필요했다고 봐요. 나라의 시스템이 없다면 큰 문제죠. 지금도 대포통장 등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실명제가 없었다면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정말 끔찍해요.”

 

조 대표는 연구회의 향후 계획 중 첫 번째는 YS의 회고록을 홈페이지에 기획연재하며 대중들에게 알릴 것이라 전했다. “지난 1월 창립세미나에서 만난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님께선 저희 단체가 YS의 회고록을 대중들에게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강 사무총장과 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 드렸죠.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YS의 측근들 혹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연사로 모셔 대학교를 돌며 강의할 생각이에요. 일단 회원들 모교를 중심으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연사의 강의를 듣고 모인 사람들과 자유토론도 할 생각이죠. 사실(팩트)을 체크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라 생각해요. 고등학교 역사 동아리들과의 교류도 생각하고 있구요.”

 

“회고록 게재, 강의 외에 오프라인 행사도 계획돼 있었는데 우한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저희 연구회 일정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당초 이달 중에 회원들을 모아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YS의 집을 방문해 수기를 쓰는 행사를 진행하려 했어요. 목적은 YS를 한 명의 개인으로 보고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함이었어요. 참 순수하죠.”

 

그는 청년김영삼연구회에 가입한 회원들 대다수가 특정 목적보단 YS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그의 생애를 탐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희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회원을 모집하고 있어요. 조롱 섞인 댓글도 있지만 정말 우리가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을 이야기해주면서 힘내라고 응원하는 분들도 계셔요. 연구 주제에 대한 댓글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더욱 소통하고 싶어요.”

 

그는 정치인 이전의 YS,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당시의 YS를 탐구하고 싶다 말하며 회원들과 함께 경상남도 거제시에 자리한 YS생가와 그 주변을 돌며 YS가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시기, 그 인근에 살던 사람들은 만나고 발자취를 적은 기행문을 책으로 출판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또한 끝으로 앞으로의 단체가 나아갈 길을 밝혔다.

 

“이제 시작이죠. 저희 연구회 활동이 커져 대한민국의 많은 20~30대들이 YS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됐으면 해요. 이를 위해 전직대통령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몇몇 단체들을 벤치마킹할 예정이에요. 유튜브를 통해 YS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영상으로 알릴 계획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