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변동성에 시달리는 건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 뉴욕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증시 역시 급격한 낙폭을 기록하면서 요동쳤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 500과 나스닥은 각각 전날 대비 9.5%, 나스닥은 9.4% 폭락했고, 영국의 주요 증시도 10% 이상 떨어졌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포가 자본시장을 집어삼키면서 폭락장이 연출된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글로벌 증시가 모두 급격한 불확실성이라는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각 국 정부의 대처가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적극적으로 단행한 데 이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놓은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소극적인 대처로 뒷북치기 바빴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일 금융시장 안정화 첫 대책으로 공매도 지정종목 지정요건 완화를 시행했다가 3일 만에 결국 공매도를 6개월 간 금지한다는 강경 대책을 내놨다. 이미 시장 안팎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음에도 사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다가 뒷북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반면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 폭락장이 연출되자 13일(현지시간) 장 마감 직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 결과 뉴욕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증시가 전날 폭락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9.36%상승한 2만3185.62에 거래를 마쳤고, 나스닥지수는 9.35% 상승한 7874.88을 기록했다.

 

비단 증시에서뿐만이 아니라 통화정책에서도 상반된 대처를 보였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열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우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을 거라는 전제 하에 신중론을 고수한 것이다. 반면 미 연준의 진단과 처방은 달랐다. 연준은 지난 3일(현지시간) 금리를 연 1.0~1.25%로 낮추면서 “코로나가 경제활동에 점점 위험을 가하고 있다”며 깊은 우려감을 드러냈다. 행동도 과감했다. 연준이 한 번에 금리를 0.5%p 내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심각하게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 사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바라보다가 한은이 뒷북 금리인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가 하강할수록 한은의 금리인하 실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임시 금통위에선 사실상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됐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지만 뒷북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된 셈이다.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은 기업뿐 아니라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악재인 만큼 모자란 것보단 과하다 싶을 정도의 적극적인 안정화 대책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