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음에도 기관투자자들은 시장조성자 예외규정을 이용해 여전히 공매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개인 투자자를 기만하는 차별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는 법적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공매도 금지 가처분 소송을 준비 중이다. 공매도 전종목 금지에도 불구하고 무려 4408억원의 무차별 공매도가 자행되면서 금융위원회와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 13일 금융위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6개월간 공매도 거래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6일 공매도 거래대금이 440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거래대금의 5.13% 수준으로 공매도가 허용된 마지막 거래일(13일)의 4498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면서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한투연은 변호사와 협의를 마쳤으며, 결과에 따라 집단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시장조성자에 대한 예외 조항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조성자가 수익을 내기 위함이 아닌 가격 급등락을 완화해 투자자 보호에 도움이 되고 유동성 공급을 위해서라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시장조성자란 투자자가 곧바로 거래를 체결할 수 있도록 시장에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를 동시에 지속적으로 제공해 수요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시장 유동성을 높여 주는 활동을 하는 거래인 또는 거래 회사를 일컫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조성자는 종목에 대한 호가 간격을 좁혀주는 역할을 하는데, 유동성 공급을 위해서는 필요한 업무다”며 “시간가 호가에 대한 요건이 있는데, 그걸 맞추다 보면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주문을 내야 하는 경우들이 불가피하게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시장조성자에 대한 공매도까지 금지 시킬 경우, 종목의 유동성 공급이 어려워 거래 체결이 힘들다”며 “시장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예외조항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투연은 “유동성 공급을 위한 시장조성자 제도 필요성은 일부 인정되지만, 실제 운용에 있어 기관들에 대한 특혜 성격이 더 강하다”며 “공매도 금지 종목에도 항시 공매도가 가능해 공매도 세력을 위한 장치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