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우한코로나) 사태로 세계 경제가 크게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미국이 기준금리를 대폭 낮췄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금리인하 조치가 이뤄지자 세계 각 국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놨다. 대부분 자국의 금리를 인하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은행은 환율방어와 내수경기 부양 등의 명분으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0.75%로 대폭 낮췄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대로 설정한 것은 사상 최초의 일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제로금리’ 시대에 돌입하면서 각 분야에서는 다양한 파급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변화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 안팎에선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집값 상승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1000조원이 넘는 시중 부동자금(현금과 현금으로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기준금리 인하로 더욱 확대되고 그 중 상당수가 부동산으로 몰릴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일본 부동산 버블(Bubble)이 일었을 당시와 비슷한 기류가 흐른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부동산 버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만큼 지금이라도 집값 상승을 부추긴 반시장 성격의 규제 해소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 역시 부동산 버블 이후 집값이 폭락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만큼 선제적으로 집값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례없던 초유의 제로금리…과거 일본 부동산 버블 시절과 유사점·차이점 뚜렷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제로금리 시대에 돌입하면서 업계는 물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금리가 인하되면 일반적으로 부동산 시세가 급등하기 때문이다. 대출이자 부담이 적어지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시중의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대거 몰리게 된다.

 

특히 이미 시중 부동자금이 1000조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충분한 상황이라 업계와 투자자들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자금의 규모는 1045조 5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조차도 최대치는 아니다. 이번에 기준금리가 인하 되면서 금융업계에서는 시중 부동자금이 매월 약 3~4조 원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3기 신도시 등에 풀리는 토지보상금까지 더하면 부동산 내 자금유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 등의 경기부양책까지 더해지다 보니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우리나라도 과거 일본과 같이 집값 폭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 1980년대 일본 부동산 버블 현상이 나타나기 직전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책을 활용한 바 있다.

 

1980년대 후반 오일쇼크 여파로 인해 경기가 크게 침체 된 일본은 내수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금리인하 정책을 펼쳤다. 일본 정부는 1986년부터 87년대 초반까지 금리를 무려 5차례 인하했다. 이 과정에서 정책금리는 5%에서 2.5%로 급락했다. 당시 역대 최하 수준이었다. 금리가 급격하게 인하되고 부동산과 주식가격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다만 일본의 경우 금리 인하와 함께 대출 규제도 완화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다소 차이가 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시중 부동자금이 수요가 충분치 않은 비규제지역으로 흘러가며 지속적으로 집값이 상승하고 있어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버블 현상이 사라지게 되면 ‘하우스푸어’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금리인하 이후 서울의 집값은 상승폭만 소폭 꺾였을 뿐 하락세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같은 시기 비규제지역의 집값 상승은 두드러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금리인하 이후인 이달 16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17% 상승했다. 서울의 가격은 0.00%로 보합을 기록했으며 수도권은 0.29%를 기록하며 상승폭이 더욱 커졌다.

 

금리인하 이후 비규제지역 집값 상승 가속화…“거품 사라지면 하우스푸어 쏟아진다”

정부 부동산대책 이후 풍선효과가 번진 세종(0.98%→1.00%)과 인천 연수구(0.77%→0.95%)는 금리인하 효과로 전주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2·20 대책의 타깃이었던 수원도 0.75% 올랐다. 전주(0.76%)와 비교하면 상승폭은 소폭 축소 됐지만 상승률은 여전히 높다. 금리 인하 이후 집값 상승세가 고조되며 분양거래 및 매매거래에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부적으로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소재 ‘송도 더샵 센토피아’ 전용면적 84㎡은 16일 6억699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해당 평형대는 지난달 22일 5억9700만원에 거래 됐다. 한달 새 약 7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김포시 고촌읍 소재 ‘힐스테이트 리버시티 1단지’의 전용 84㎡의 분양권도 19일 4억8270만원에 손바뀜 하며 신고가를 썼다.

 

분양권 뿐만 아니라 매매거래에서도 신고가를 쓰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인천 연수구 연수동 소재 우성2차 아파트의 전용면적 59㎡은 지난 18일 2억93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해당 평형대는 이달 7일 2억5700만원에 거래 됐었다.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소재 ‘동탄새강마을 휴먼시아’ 전용 74㎡도 지난 19일 3억 7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썼다. 해당 평형의 직전 거래는 같은 달 6일 3억 1000만원에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로 수도권 비규제지역 집값이 수요와 상관없이 오르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로 상승세가 가속화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경고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낮아지는 만큼 이자 부담이 줄어들어 비규제지역 집값이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거품이 사라지게 되면 수요가 부족한 비규제지역에선 깡통주택이 속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 (경인여대 교수)는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 외에는 갈 곳이 없는 상황인데 금리까지 내려갔다”며 “이점이 과거 일본 부동산 버블 현상이 나타났을 당시와 비슷한 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 규제가 뒤따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며 “수도권 비규제지역으로 자금이 몰려 집값이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저가 시장과 청약 시장 중심으로 집값이 계속해서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거품이 꺼진 뒤 수요가 부족한 지역에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비싼 값에 집을 산 이들의 물건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