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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제도와 사회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 내고 있어요”
“공정은 없어져야 비로소 소중함을 알게 되는 공기 같은 것”
이하은 기자(he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4-02 00:05:53
“저희가 큰 틀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공정사회예요. 수능 절대평가 반대, 정시 확대, 사법시험 부활과 같은 것들을 저희가 주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공정사회로 가기 위한 노력이죠.”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숙명여고 사태, 조국 사태 등과 같은 사건을 규탄하는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주도해 왔던 단체다. 이 단체의 이종배 대표는 대입 학생종합부 전형과 로스쿨 제도, 만 18세 선거와 인헌고 사태 등 교육 분야에서 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이종배 대표는 2017년에는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의 대표로 사시 존치를 주장하며 양화대교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법시험 부활·정시 확대 등 공정한 입시와 시험제도를 지키려는 목적
이종배 대표는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사회와 제도를 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2016년 당시 이야기를 꺼냈다.
“2016년을 마지막으로 현재는 사법시험이 폐지된 상태죠. 2015년도에 마지막 사법시험을 준비했는데 그때 로스쿨이 도입이 되면서 사법시험은 폐지가 예정돼 있었어요. 그해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이라는 단체가 결성돼 활동했었는데, 저는 당시 그 단체에 가입을 못하고 계속 공부를 하다가 마지막 사법시험을 본 후 2016년 4월부터 단체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활동을 시작하고 그해 6월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의 대표를 맡았죠.”
그는 당시 지속적으로 기자회견, 단식 등을 진행하며 치열한 활동을 펼쳤다고 전했다. 그 당시의 활동을 통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활동의 연결점도 찾게 됐다고 그는 밝혔다.
“당시 로스쿨 제도가 ‘음서제’, ‘깜깜이·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그것과 맥락이나 매커니즘이 비슷한 제도가 대학 입시 전형 중 하나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라는 말을 고시생으로부터 들었어요. 학부모들이 이 학종 제도에 분노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 연대를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당시엔 대입을 떠나 있었던 지가 한참 됐기 때문에 입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었죠.”
“그런데 김상곤 장관이 교육부 장관이 되고 수능 절대평가를 시행하겠다고 하자 학부모들 사이에선 난리가 난 거죠, 수능이 무력화가 되기 때문에. 정시를 준비하는 학부모들이 난리가 나서 그때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라는 단체가 처음으로 2017년 6월에 만들어졌어요. 그렇게 해서 학부모들과 함께 수능 절대평가 반대, 정시 확대 같은 운동을 시작해서 큰 집회나 국회 토론회도 많이 나가고 기자회견도 많이 했었죠. (저희가) 정시확대 등 입시제도와 관련해 처음으로 학부모 단체를 조직한 단체예요. 수능 절대평가를 반대 운동은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그런 계기로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과거 사법시험의 경우 점수를 넘기면 합격한다는 것이 명확했기 때문에 누구도 공정성 시비가 없었던 제도입니다. 수능도 마찬가지죠. 자신이 답안지 작성한대로 정확한 점수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입학사정관제와 로스쿨이 도입되고 정착되면서 문제가 제기됐어요.”
“결국은 기득권과 평범한 국민의 싸움이라고 봐요. 과거에는 다 같이 못 살던 시대에 사회 요직이라는 자리가 남아서 개천에서 용이 올라오더라도 그들이 차지할 자리가 남아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사회가 발전하면서 각계각층에 기득권층이 형성되고, 사회 요직을 독식하게 됐죠. 이제는 자신들끼리도 사회에서 소수의 요직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개천에서 용이 올라오게 둘 수 없게 된 것이죠. 학종이나 로스쿨은 계층이동의 단절, 사다리를 부숴버리는 제도라고 생각해요.”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조국 전 장관의 SNS글 같은 거죠. 개천에서 다 용이 될 수도 없고 용이 되려고도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것이 소위 말하는 우리나라 기득권층의 인식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이라고 봐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소수의 기득권층과 나머지 다수의 구도인 거죠.”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별다른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인재의 가치와 활약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공정한 제도를 통해 인재를 발굴해내지 못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는 것이다.
“누구에게든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누구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선발비율이 높은 것이 개선·보완되고 정시확대나 사법시험 부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온라인 개학·18세 선거의 문제점은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
이 대표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불거진 개학 연기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교육부가 4월 9일부터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기로 한 데 대해 우려스러운 부분을 설명했다. 온라인 개학에 따라 집에서 학습을 하게 될 경우 맞벌이 가정에 생길 지도감독 공백 등의 문제에 대한 대책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코로나 사태는 처음 겪는 사태이기 때문에 대응을 하는 게 쉽지는 않은데, 우려스러운 부분은 준비가 제대로 안 됐다는 점이에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올 동안. 뭘 하더라도 그것이 시행착오 없이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계속 해왔어야 했는데. 온라인 개학이 잘못됐다기보다는 왜 준비를 안 했냐는 거죠. 지금도 온라인 개학을 한다니까 학부모들이 굉장히 우려를 해요. 교육 당국도 우왕좌왕 하고 있을 정도면 학부모들은 얼마나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고 걱정이 많은 상황이겠어요.”
선거를 앞두고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추는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게 된 것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드러냈다.
“참정권이라는 큰 가치에 대해서 반대하지는 않는데, 그것도 준비를 해놓고 선거연령을 하향을 한다거나 했어야 한다고 봐요. 하지만 너무 졸속으로 통과가 돼 가지고 그런 부분들에 대한 우려가 있죠. 사상 처음으로 고등학생이 투표를 하게 되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개선책 등 다각도로 연구하고 제반 여건을 준비를 해서 통과가 됐어야 하는데 덜컥 법안부터 통과시켜 놓으니까 우려하는 부작용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선거에 참여하기 위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점, 대학 입시를 위해 학구열이 높은 사회에서 선거로 인해 학생들이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학습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점, 공부에만 집중하던 학생들이 선거나 후보자의 공약 등에 대해 충분히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올바른 투표를 하기가 힘든 점을 그는 지적했다.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한 전제로 그는 학제개편 및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만 17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8세부터는 대학생이 되는 해외의 사례를 들었다.
“우리나라도 법이 통과돼 만18세가 투표를 하잖아요. 그러면 학제를 변경해 취학연령을 낮춰서 현행보다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17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해 18세엔 대학생이 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또 학교에서는 선거운동이나 정치관련 언급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법을 제정해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식으로 법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설정을 해야 한다고 봐요. 어떤 것이 정치적인 행위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하니까요.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법을 위반하면 강력히 처벌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되지 않나 싶어요.”
이 대표는 교사가 학생에 정치적인 구호를 강요한 것으로 논란이 된 인헌고 사태도 결국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준이 불명확한 탓에 교육청에서 감사나 특별장학 등을 통해 면죄부를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강력한 법이 의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공정은 공기와 같은 것…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 이어갈 계획
앞으로의 단체 활동 방향에 대해 이 대표는 대학에서의 정시 선발을 80%까지 올리는 목표라고 밝혔다.
“일단 40%라도 지키게 만들고, 계속 노력해서 그 비율을 80% 이상으로 높일 수 있게 하도록 할 겁니다. 로스쿨은 당장 폐지하기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폐지가 안 된다면 학비나 나이, 출신학교 차별 등 진입장벽의 문제로 지금 로스쿨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법조인의 길로) 갈 수 있는 또 다른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약 1600명 정도 변호사를 뽑고 있는데 300명 정도라도 사법시험으로 (뽑게) 하려는 것이죠.”
이 대표는 앞으로도 사법시험 부활이나 대입정시 확대를 위한 운동을 학부모들과 같이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이라는 가치는 시대가 요구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공정이라는 가치는 사회 모든 분야에 적용이 되죠. 저는 궁극적으로는 각 분야에서 공정하게 제도들이 바뀔 수 있게 그런 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공정한 제도와 사회를 위한 시민사회 활동을 6년째 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 사회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여기서 제도나 흐름이 한쪽으로 넘어가서 공정한 제도가 없어지면 다시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정시를 확대한다고 하고 정당들이 공약을 내는 등 소기의 성과는 있었지만 벽이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지금 이걸 바꾸지 않는다면 앞으로 기회가 더는 없을 수도 있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지금 열심히 활동을 해야 할 상황이죠.”
이 대표는 ‘공정함’이란 마치 공기처럼 평소엔 그 존재를 잘 못 느끼지만 없어져 보면 비로소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아는 것만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행동을 해야 하죠. 그래서 이런 공정한 제도를 만드는 일에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 주시고 참여를 해 주시면 공정한 사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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