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한전공대’ 학교법인 설립이 인하됐다. 호남권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공과대학(POSTECH) 등과 겨룰 수 있는 대학을 만든다는 것인데 재원마련에 우려가 나온다.

 

5일 한국전력공사(한전)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교육부 대학설립심사위원회는 화상회의를 열고 한전공대 학교법인 설립을 최종 의결했다. 대학설립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은 셈이다. 한전공대 설립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전남 유세에서 나설 당시 한전공대 설립 공약을 처음 공식화했다. 충남권의 한국과학기술원, 영남권의 포항공과대학 등에 버금가는 대학을 호남권에도 세우겠다는 것이다.

 

한전은 오는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전남 나주 부영컨트리클럽 일원 120만㎡ 부지에 대학과 연구소 등을 지을 계획이다. 학생 1000명(학부 400명·대학원 600명)의 등록금과 기숙사비 전액을 지원하고 석학급 교수와 정교수 등 교수진에도 고액 연봉을 지급할 방침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한전은 한전공대 설립에 따라 2031년까지 총 1조6112억원의 자금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립비와 운영비, 개교 이후의 캠퍼스 확장비 등을 모두 계산한 금액이다.

 

개교전인 2021년까지 들어가야 하는 돈만 5202억원이다. 편제 완성이 예상되는 오는 2025년까지는 4757억원을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 이후 오는 2031년까지 캠퍼스 확장을 위해 6153억원을 더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만 1조2765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낸 한전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한전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다. 전력 생산을 위한 원전 가동을 줄이고 태양광·풍력, LNG(액화천연가스) 등 발전을 늘린 게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래 한전은 꾸준히 이익을 내는 우리나라 대표 공기업이었다. 2015~2016년엔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전의 영업이익은 5조원 이하로 줄었고(2017년) 2018년부터는 적자 전환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우한코로나) 사태로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경기 침체로 정부가 각 기업, 자영업자 등에게 전기료 인하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스란히 한전의 손실로 돌아올 전망이다.

 

그럼에도 한전은 일단 설립 주체로서 개교 시까지 설립·운영비를 부담할 계획이다. 한전 이사회는 얼마 전 한전공대 개교 시까지 3956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업계 안팎은 한전의 행보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한전은 공기업이라곤 하나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다. 기본적으로 주주들의 권익을 극대화할 의무가 있다는 얘기인데 이를 외면한 체 실효성 떨어지는 대학설립에 집중한다는 지적이다. 또 누적된 적자로 발생한 공기업의 부채 등은 훗날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점에도 비판이 뒤따른다.

 

한전공대 설립이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만큼 정부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 지원 방안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지나 이를 두고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의원들의 설전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지원 자체의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지자체가 한전공대에 대한 지원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다. 전라전남도와 나주시는 개교 이후 매년 200억원씩 총 2000억원의 대학발전운영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한전 본사에서 1.8㎞ 떨어진 나주혁신도시 내 부영골프장(CC)도 학교 부지로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