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는 다양한 편견이 존재하고 있어요. 편견이 생기는 것에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와 공동체의 신념과 이익에 반하는 점 등을 이유로 편견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님비현상과 지역이기주의로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회적 편견이 마찬가지겠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낮추고 없애는 것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살아가는 정신장애인과 그들의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봐요.”

 

정신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가족을 지원해 이들을 돕는 단체가 있다. 바로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다. 이 협회의 박미옥 부회장은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벽을 낮추는 일이 단체 활동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설립된 이 단체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으면서 정신재활시설의 육성과 균형발전을 위한 제반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재활시설은 9개 시설유형으로 운영되고 있고 보건복지부 추산 345개소가 있다. 이중 284개소의 시설이 회원시설로 등록돼 있고 협회는 11개 지방협회를 통해 이 시설들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는 정신재활시설 운영의 내실을 기함으로써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 및 국민 정신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좀 더 거시적인 역할 수행을 하고자 노력하는 단체다. 스카이데일리는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의 김명중 실장과 박미옥 부회장을 만나 협회의 활동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 곳곳 존재…사회 참여 강조

 

“실질적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정신질환에 대한 교육들과 정보들을 제공하는 게 중요해요. 보통은 잘 모르기 때문에 정신질환자는 위험하고 공격성을 가지고 있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연구결과들을 보면 일반사람들이 정신장애인을 접촉했을 때 이전에 가지고 있던 편견이 사라진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박 부회장은 우리 사회에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정신질환자에 대한 많은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또한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위해 정신건강 법, 제도, 정책 결정과정에서 정신질환자의 입장을 대변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특히 청소년기에 정신질환이 발병하면 이는 교육과 사회활동에도 큰 지장을 초래해 결국 경제문제로 연결되어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은 주로 10대인 청소년 시기에 발병을 해요. 정신질환을 경험해도 대부분 치료를 받지 않거나 치료받기까지 3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학업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치료시기를 놓쳐 정신질환이 심해지면 치료를 위해 상당기간 입원을 하게 돼요.”

 

“이 과정에서 치료와 편견으로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교육과정을 마치지 못해 취업을 전제로 한 사회활동에 참여도 그만큼 제한이 오죠. 상당기간의 치료과정은 경제적인 문제도 가져오게 되고 고용환경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악순환을 발생시켜요.”

 

김 실장도 박 부회장의 말에 동조했다. 그러나 정신질환자들의 사회참여를 위해 무엇이 먼저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법과 제도, 정책의 구조적인 측면의 정비와 개선 없이 개인과 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정신재활시설의 발전을 통해 재활시설을 이용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과 가족, 지역사회, 나아가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정신재활시설 운영의 안정화를 위해 매년 정신건강사업안내 개정을 위한 활동을 하고 시설운영 매뉴얼 발간, 연구용역으로 정신재활시설 운영의 질적향상을 꾀하고 있다.

 

“저희는 크게 8가지 사업을 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정신질환자 재활과 사회복귀사업 관련 조사·세미나 및 사회복귀 정책과 제도 확립을 위한 사업, 그리고 정신질환자 재활과 사회복귀사업의 전문지식과 기술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사업이죠. 사실 이러한 사업들의 협회 단독으로 모두 수행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기에 보건복지부 관련 부처 및 공공기관, 사회복지영역의 유관단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같은 기부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어요.”

 

박 부회장은 국가예산 중 사회복지예산의 증가 등으로 장애인복지 수준이 예전보다 많이 향상됐다고 했지만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장애인에 대한 편견, 정책입안 과정에서의 배제, 교육, 거주, 취업 등의 영역에서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정신장애인의 경우 장애인복지영역에서도 소수 장애인이고 복지정책과 보건정책 사이에서 복지정책의 비중이 현저히 낮은 편이에요. 이를 위해 정부가 이들을 위한 복지정책과 보건정책이 균형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정신건강복지서비스 정책 여전히 미흡…예산 확보 필요

 

김 실장은 향후 기본적으로 정관에 명시된대로 협회의 설립목적을 위해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신재활시설의 안정적인 운영과 종사자들의 역량 강화를 통해 정신장애인이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지역사회에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저희 협회는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개선과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확대 그리고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 정신재활시설 활성화를 위해 정진해 나갈 예정이에요.”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서비스 정책은 미흡하고 서비스 전달체계의 연계도 부족한 실정이에요. 이에 정신건강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개선을 통해 정신재활시설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복지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 개정 및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 나가려고 해요. 무엇보다 정신장애인들이 정신건강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