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경영으로 유명한 LS그룹 3세 경영승계 과정에서 사촌 간 경영분쟁의 단초가 될 만한 사안이 불거져 나와 재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세대 오너 3형제의 후손들이 그룹 경영에 참여 중인 가운데 차남인 故 구평회 E1 명예회장 일가가 장손의 지주회사 지분매입을 위한 자금 확보에 힘을 보태 온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및 LS그룹 등에 따르면 현재 1세대 오너 중 차남인 故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손인 구동휘 전무는 지주회사 LS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오너 3세 중 가장 많은 지분을 소유 중이다. 현재 구 전무의 LS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2.21%에 달한다.

 

현재 LS그룹 오너 3세 중 2%대 지분율을 소유한 인물은 구 전무가 유일하다. 구 전무와 차기 회장을 놓고 경쟁 중인 나머지 오너 3세들의 지분율은 0~1%대에 그치고 있다. 경쟁 중인 3세 경영인은 구본웅 포메이션 대표(0%), 구본규 LS엠트론 부사장(0.64%),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1.42%),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0.13%) 등이다.

 

이처럼 구 전무가 승계구도에서 독주 체제를 갖추게 된 배경에는 구 명예회장 직계존속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구 전무가 꾸준히 LS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주는 식이다. 자금 지원은 구 전무 개인 소유 부동산을 매입해주는 식으로 이뤄졌다.

 

일례로 앞서 2011년 구 전무는 할아버지인 구 명예회장으로부터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고급빌라 한 호실을 물려받았다. 구 전무는 줄곧 해당 호실을 소유하고 있다가 2019년 10월 돌연 구 명예회장의 막내딸이자 고모인 구혜원 푸른그룹 회장에게 17억원을 받고 팔았다.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약 3달여가 흐른 지난 2월 구 전무는 약 일주일에 걸쳐 LS 지분 8500주를 매입하며 지분율을 종전 2.29%에서 2.32%까지 끌어올렸다.

 

재계 등에 따르면 구 전무가 경쟁 중인 다른 인물들의 경우 구 명예회장과 형제 관계인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손자들이다. 구 전무와는 6촌 관계가 된다. 그동안 LS그룹은 1세대 오너 형제의 직계존속들이 차례로 회장직을 맡으면서 사촌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오너 3세들이 그룹 경영에 참여한 이후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구 전무가 다량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일각에서는 사촌 간 경영분쟁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구 명예회장의 직계존속들이 힘을 합쳐 구 전무에게 힘을 실어준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영분쟁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서로 다른 뿌리를 지닌 두 일가가 3세들을 전면에 내세워 경영권 다툼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최근 오랜 역사를 지닌 재벌기업의 사례를 보면 창업주 2세, 3세를 거치면서 가족 간 유대관계가 약해지고 그로 인해 사촌 간 경영권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LS그룹의 경우 오너 2세까지는 4촌 관계로 어느 정도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었지만 3세에 이르러 6촌 관계가 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가족 구성원들의 도움으로 한 명에게 무게중심이 쏠리게 될 경우 다른 경쟁자들 역시 견제 차원에서라도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며 “쉽게 말해 고 구태회 명예회장의 직계자손들과 고 구평회 명예회장의 직계자손 들 간에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긴 어렵다는 의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