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이 잇단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실적악화로 갈 길이 바쁘지만 각종 악재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경영승계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점에도 따가운 시선이 모인다. 그룹차원으로 체질개선, 리스크 관리 등에 힘써야 할 상황서도 일가 잇속 챙기기에만 관심이 쏠려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22일 원양업계 등에 따르면 환경운동연합 회원 10여명이 서울 서대문구 소재 사조산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조산업은 멸종위기종 포획에 공식적으로 책임지고 윤리적 조업방식을 선택하라”고 촉구했다. 사조산업 소속 원양어선이 남태평양에서 멸종 위기종인 미흑점상어를 포획하고 참치 포장재로 사용했다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사조산업 소속 참치잡이 어선 오룡711호는 남태평양 해역에서 조업하면서 포획금지 어종이자 멸종위기종인 미흑점상어 19마리를 포획·해체했다. 이후 참치 운반 과정에서 외형 보존을 위한 포장재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업에 참여했던 선원은 해양경찰청에 이런 사실을 고발했다.

 

오룡711호 선장은 멸종위기종을 포획하고도 해양수산부 등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원양산업발전법 위반)로 입건됐다. 다만 검찰은 이들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사조산업은 멸종위기 상어를 구분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부고발로 사건 전말이 드러난 만큼 구분할 수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다”고 주장했다.

 

불법어업 논란의 중심에 선 사조산업은 올해 들어서만 수차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연초 사조산업은 임직원에 참치세트 구매를 강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구설수에 휘말렸다. 설·추석 등 명절마다 사조참치세트 등 계열사 선물세트를 구입·판매하도록 강제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조산업에 14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최근엔 한 커뮤니티를 통해 사조산업이 제조·판매하는 참치캔에서 너트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식품 위생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참치 캔에서 발견된 너트는 공장 부품으로 추정됐다. 크기는 1.6cm로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사조산업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는 주장도 나와 비판은 거세졌다.

 

해당 논란에 대해 사조산업 측은 참치제품에 금속 물질이 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다만 연이어 구설수에 휘말린 건 그룹 차원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사조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지목되는 사조산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7845억원, 영업이익 182억원 등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0.3% 올랐는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6.4%나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127억원로 적자전환했다.

 

수산·축산 부문의 손익악화 등이 실적악화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전반이 침체됐기에 더욱 혁신에 고삐를 당겨야 하는 상황이다. 각종 구설수에 휘말렸던 만큼 리스크 관리에도 힘서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서도 오너일가가 경영승계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뒤따른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최근 주진우 회장은 시간 외 매도 방식으로 사조산업, 사조대림, 사조오양 등 계열사들의 지분을 매각했다. 이 거래로 주 회장의 사조산업 지분율은 14.94%에서 14.24%로 낮아졌다. 사조대림, 사조오양에 대한 지분율은 각각 0%가 됐다.

 

주 회장이 처분한 지분은 각각 사조동아원, 사조랜더텍, 사조대림 등 계열사가 사들였다. 사조동아원과 사조랜더텍이 각각 사조대림 지분(2.96%)과 사조산업(0.7%)을 매수했다. 사조대림은 사조오양의 지분(0.54%)을 확보했다.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은 주 회장의 장남 주지홍 상무 지배력 강화에 도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사조그룹은 주 상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최정점에 선 계열사를 사조산업에서 사조시스템즈로 교체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조시스템즈 최대주주는 지분 39.7%를 소유한 주 상무다. 사조그룹은 ‘주지홍 상무→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각 계열사’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한 상태다.

 

사조그룹은 경영승계 작업 과정에서 숱한 ‘꼼수승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조시스템즈의 사조산업 지분 매입자금 마련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 등을 실시했다는 것 등이 주요 논란이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