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만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한국전력공사(한전)의 행보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 정책이 한전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급기야 대규모 손실까지 불러왔음에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눈치를 보며 곧이곧대로 이행하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한전의 위기에 기름을 부을 대통령의 공약까지 이행하려는 모습을 보여 비판의 목소리는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한전은 현재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전의 위기는 결국 국민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화살은 김종갑 한전 사장을 비롯한 한전 임원진과 이사회를 향한다. 현재 한전은 친정부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여론 안팎에선 한전 임원진과 이사회가 대통령 비위를 맞추면서 자리 지키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국민 소유인 공기업의 부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피해를 외면한 자리보전’이라는 비판의 중심에 선 김 사장의 막대한 재력에도 덩달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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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9조1729억원, 영업손실 1조2765억원 등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4% 줄었고 손실규모는 5배 이상 늘었다. 당기순손실은 2조2635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한전은 국민 생활에 필수품인 전력 사업을 독점적으로 영위한 덕에 일찌감치 대한민국 대표 공기업의 지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영업이익은 5조원 이하로 줄었고(2017년) 2018년부터는 적자 전환했다. 2018년 영업손실 규모는 2080억원이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는 사업을 영위하는 한전의 비정상적인 실적은 정부 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은 문 대통령의 공약인 탈원전 정책 기조에 발맞추느라 생산비용이 저렴한 원전발전 비중을 줄였다. 대신 태양광·풍력, LNG(액화천연가스) 등 발전을 늘렸다. 기업의 실적과 직결된 제품의 생산비용 감축은커녕 오히려 늘리는 정부 결정을 곧이곧대로 이행한 것이다.

 

문제는 한전의 수익성이 악화될수록 국민 부담이 커진다는 데 있다. 공기업인 한전의 부채는 언젠가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적자규모가 커질수록 한전의 부채규모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부채규모는 58조3507억원이다. 전년(53조4046억원) 대비 9.26% 늘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전인 2016년 말(49조8544억원)과 비교하면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현재 국민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한전의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한전은 여전히 대통령 비위맞추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대통령 공약 이행에 앞장서고 있다. 조단위 예산투입이 예상되는 한전공대 설립이 그것이다.

 

한전공대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다. 호남권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공과대학(POSTECH) 등과 겨룰 수 있는 대학을 만든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전은 한전공대 설립에 따라 2031년까지 총 1조6112억원의 자금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립비와 운영비, 개교 이후의 캠퍼스 확장비 등을 모두 감안한 금액이다.

 

추가 재원도 소모될 전망이다. 한전공대는 교수진에 고액 연봉과 사택제공·금융지원 등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학생들에게도 등록금·기숙사 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 한전이 탈원전 정책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한전공대까지 운영하게 될 경우 국민 부담은 그만큼 늘어나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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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공약 이행에 몰두하는 이유는 한전을 장악한 친정부 인사들의 자리보전 때문이라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우가 보장된 한전의 알짜요직을 장악한 친정부 인사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민 피해로 이어지는 공기업의 위기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도 그 중 한 명으로 지목된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한전 이사회 멤버구성을 살펴보면 조직의 정점에 선 김 사장부터 친여권 인사로 분류된다. 김 사장은 국민의 정부-참여정부 등 진보정권 시절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국장, 차관 등 중책을 맡았던 인물이다. 진보정권의 맥을 잇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엔 한국산업기술대학 이사장, 한전사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8명의 비상임이사 대부분도 친정부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김좌관 선임비상임이사는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양봉렬 비상임이사는 2000년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실 심의관을 역임했고 2005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1급) 등을 지냈다.

 

정연길 비상임이사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후보) 캠프의 에너지공약 전반을 자문했던 인물이다. 노금선 비상임이사는 열린우리당 강원도당 자문위원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민연금 감사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최승국 비상임이사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희망캠프 조직기획위원장을 지냈다. 2012년에는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제19대 대선 예비후보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태유 비상임이사는 참여정부 시절에 대통령 정보과학기술 보좌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한전을 장악한 김 사장 외 나머지 친정부 인사들은 ‘신의 직장’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대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전 이사·감사의 보수 총액은 14억4067만원이었다. 등기이사 평균 보수액은 1억7484만원이다. 실적이 나빠졌지만 전년 수준인 12억6239만원, 1억6137만원 등에서 오히려 늘었다. 국가·국민적 피해가 우려되는 한전의 위기에 앞장 선 인물들은 개인적으론 상당한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해 한전 측의 답변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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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의 위기에도 대통령 공약 이행에 급급한 김 사장은 정작 부동산 정책 기조엔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를 통해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규모가 공개됐는데 김 사장은 137억2979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전체 고위공직자 중 2위 규모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장 중에선 1위다.

 

그 중에서도 부동산 재력에 유독 눈길이 쏠린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김 사장은 서울 강남아파트 2곳을 소유하고 있다. 먼저 김 사장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소재 진흥아파트 한 호실을 아내와 공동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해당 호실의 면적은 공급면적 221.01㎡(약 67평), 전용면적 207.82㎡(약 63평) 등이다. 김 사장은 해당 호실을 2011년 매입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김 사장 소유 호실의 가치(시세)는 현재 약 35억원이다. 김 사장이 해당 호실을 구입했을 당시 시세가 약 20억원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김 사장은 해당 호실을 통해 15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머쥔 것으로 분석된다.

 

김 사장은 개인 명의로 서울특별시 송파구 송파동 소재 가락삼익맨숀 한 호실도 소유 중이다. 해당 호실의 면적은 공급면적 148.97㎡(약 45평), 전용면적 127.8㎡(약 39평) 등이다. 김 사장은 해당 호실을 1986년 매입했다. 이 호실의 가치는 약 15억원에 달한다. 재건축 호재 발생으로 가파르게 가격이 뛰고 있는데 최근 5년간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했다.

 

앞서 청와대는 다주택자 대상 고강도 부동산규제를 내놓으며 고위 공직자들의 1주택 외에 나머지 주택의 매도를 독려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당시 발언은 청와대 뿐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