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 사전투표와 관련된 정부당국의 허술한 관리실태가 곳곳서 드러나면서 부정투표 의혹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관내사전투표수가 관내사전투표자수 보다 더 많은 곳이 40여 곳에 달한 가운데 선관위는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만 내놓고 있다. 특히 부정 의혹의 핵심인 사전투표용지 발급프로그램 소스코드와 관련해 시민단체들의 끊임없는 검개·검증 요구에 중앙선관위가 ‘공개거부’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의혹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사전투표수 더 많은 투표소 37곳, 선거 때마다 계속 증가

 

국내 선거현황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15일 치러진 제21대 총선 사전투표 결과 선거인수보다 투표수가 더 많은 선거구는 지역구 10곳, 비례대표 27곳 등 모두 37곳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역구의 경우 △서울 서대문갑 신촌동 △부산 해운대갑 좌1동 △광주 서구갑 농성2동 △광주 북구갑 문화동 △경기 수원갑 조원1동 △경기 안산단원갑 선부1동 △경기 고양정 일산3동 △충남 공주시 부여·청양군 △전북 전주을 효자2동 △전북 전주병 인후1동 등 투표소 10곳의 관내 사전투표수가 선거인수보다 각각 1표씩 더 많았다.

 

비례대표 사전투표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투표수가 선거인수 보다 1표씩 더 많이 나온 곳은 △서울 성북 삼선동 △〃 동작 흑석동 △〃 강남 삼성2동 △〃 대치1동 △〃 수서동 △〃 강동 상일동 △부산 해운대 좌1동 △〃 사하 신평2동 △대구 북구 산격4동 △〃 읍내동 △인천 남동 간석1동 △〃 서구 원당동 △광주 서구 농성2동 △〃 화정2동 △울산 남구 삼산동 △세종 아름동 △경기 김포 양촌읍 △〃 안산 단원구 선부1동 △강원 홍천 화촌면 △전남 여수 월호동 △경남 거제 옥포1동 등 모두 21곳에 달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1동의 투표수는 선거인수보다 2표가 더 많았고 △경기 평택 서정동 △〃 고양 덕양구 행신2동 △서울 서대문 홍은2동 △전북 익산 모현동 등 4곳은 각각 3표씩 더 많이 집계됐다. 특히 전주 완산구 삼천3동의 경우 관내 사전투표 선거인수는 4674명 반면 투표수는 10표가 더 많은 4684표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완산구선관위는 “개표과정에서 완산구 서신동(9투표소) 투표지와 섞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선관위 확인 결과 서신동 9투표소 선거인수는 1693명인데 반해 투표수는 1683표로 10표가 적게 나온 만큼 개표 분류과정에서 삼천3동 투표지와 섞이는 바람에 발생한 해프닝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삼천3동의 경우 사전투표지가 10표 많이 나온 반면 서신동 9투표소는 투표당일 실시된 일반투표지가 10표 적게 나온 것이어서 선관위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높다. 사전투표용지에는 QR코드가 인쇄돼 있지만 일반투표용지에는 QR코드가 없다. 특히 일반투표용지 아래 모퉁이에는 일련번호를 절취하도록 돼 있어 사전투표용지와 일반투표용지가 섞일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지적이다.

 

‘자유민주제도 시민모임(가칭)’(시민모임) 관계자는 “사전투표자수 보다 사전투표지수가 1매 이상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매뉴얼에 따라 선관위는 개표 당일 원인규명과 철저한 검증을 하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고서는 사전투표지에 일반투표지 10매가 섞이는 부실 검증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최초 발표한 개표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사전투표 선거인수보다 실제 투표수가 1매 이상 나온 곳은 8곳,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13곳 등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 무려 37곳이 발견된 것은 그만큼 사전투표 부정행위가 과거에 비해 허술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관위는 사전투표 선거인수와 투표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개표소 현장에서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유권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지만 아직까지 없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고집었다.

 

중앙선관위와 소송전 불사한 시민단체 “소스코드 공개 거부는 반민주·권위주의적”

 

사전투표 관련 부정의혹이 확산되면서 의혹의 원천 차단을 위해서는 사전투표용지 발급프로그램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스코드 공개 소송’ 결과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공명선거쟁취총연합회(공명총)는 지난 28일 중앙선관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스코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서울행정법원 제13부) 변론재판에서 “사전투표용지 운영 프로그램의 설계도인 소스코드의 과학적 검증과 소스코드의 실제 적용에 대한 확인은 선거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다”며 “디지털 선거에서 (중앙선관위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 작태에 대해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전투표용지에 인쇄되는 QR코드에는 일반 판독 프로그램으로는 판독할 수 없는 개인정보를 숨겨 악용할 수 있다”며 “통합선거인명부에서 어떤 정보가 투표용지 발급기로 전송되고 어떤 정보가 QR코드에 입력되는지에 대해 선거권자는 선거권의 행사에 앞서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명총은 소스코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비밀투표 위반행위 발생 가능성 △사전투표 조작 가능성 △이중투표 가능성 △사칭·대리 투표 발생 가능성 △선거 결과 불신으로 인한 사회 혼란 △자유만주주의 선거 질서 위협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의 소스코드 공개 불가사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명총은 “선거에서 외부 해킹 등으로 인해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소스코드를 공개할 수 없다는 (중앙선관위) 주장은 스스로 불량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며 “안보를 빙자삼아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못한다는 것은 반민주·권위주의적 발상으로 용납돼선 안된다”고 피력했다.

 

특히 공명총은 이날 변론에서 사전투표용지 발급프로그램 소스코드 공개 방법으로 4가지 유형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오픈소스로 전부 공개(에스토니아로 점차 확장 추세) △소스코드 일부내용 공개 △정당·시민단체 포함 관련 이해 당사자들에게 공개(필리핀·베네수엘라 등 다수 국가들이 채택) △독립된 공인 인증기관이나 전문가에게만 공개하되 비누설 조건(non-disclosure-agreement)으로 공개·검증하고 결과만을 대중에게 알림(극히 폐쇄적인 일부 국가에 한함) 등이다.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대전광역시장 선거무효’ 소송 결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8년 대전시 거주 G모 씨는 중앙선관위가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바코드 대신 QR코드를 사용하는 것은 중대한 하자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모 시민단체는 ‘중앙선관위가 사전투표용지에 막대모양의 기호인 1차원 바코드 사용을 규정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며 QR코드를 사용하고 있다’며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상태다. 현재 중앙선관위는 ‘국가의 이익을 해칠 수 있고 시스템 개발업체의 영업비밀과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사전투표용지 발급프로그램과 QR코드 소스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