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만 해도 다른 때보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일이 많아졌다. 적어도 하루 한 끼는 ‘자가요리’를 통해 민생고를 해결했다. 그러나 집밥은 음식 냄새와 환기에 문제가 있다. 그래서 요즘은 생선요리를 집에서 잘 해먹지 않고 완제품을 산다거나 냄새 걱정이 없는 가전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답답한 실내에서의 식사다. 외식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널찍한 공간에서 남이 해주는 음식을 먹는 기쁨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무리하게라도 비용을 들여 외식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자면 멋진 ‘풍광’을 보며 마치 야외에 소풍 나온 기분으로 식사를 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답답한 일상을 날려버릴 외식 방법은 없나?

 

코로나는 이러한 일상의 즐거움을 앗아갔고 외식업 소상공인의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 다행히 국민들의 협조와 방역당국의 노력으로 생활방역이 시행되면서 일상에도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명동, 홍대, 종로 익선동 등 젊은층이 많이 찾는 곳은 북적이기 시작했고 상권도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주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20대 확진자로 인해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 금요일 저녁 이태원 거리는 코로나 창궐 때처럼 적막해졌고 모처럼의 주말 특수를 기대했던 식당주들은 맥 빠진 채로 일찍 문을 닫았다. 이태원을 중심으로 다시금 일상과 상권이 주춤하는 양상이다.

 

외식을 마음 놓고 즐길 수 없는 시대, 결국 집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한번쯤 변화를 주면 어떨까. 아파트의 경우 식탁 대신 좌식으로 앉아 삼겹살을 굽거나 큰 들통에 토종닭과 옻을 넣어 푹 고와서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손으로 뜯어 먹는 모습, 상상만 해도 재미날 듯하다.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빌라는 정원과 옥상을 활용한 야외 분위기를 연출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그래서 오늘 ‘유성호의 맛있는 동네산책’은 식당이 아닌 가정집 옥상에서 만끽한 외식을 소개한다.

 

마침 멋진 풍광을 가진 두 곳의 가정집 옥상과 가성비 좋은 원육을 파는 육곳간(정육점)이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한 곳은 이태원에 있다. 이번 이태원클럽 사태로 기억의 타래가 끌려 나온 것이다.

 

이태원 OK목장과 제이제이게스트하우스

서울 용산구에 있는 경리단길은 국군재정관리단 앞에서 그랜드하얏트호텔까지 약 1km에 달하는 회나무로의 별칭이다. 남산 자락인 이곳은 택지로 개발되기 전 회나무가 지천이라 회나무로란 이름이 붙었다. 경리단길은 회나무로의 녹사평역 쪽 시작점에 지금은 국군재정관리단이라 불리는 육군중앙경리단이 있어서 레트로 감성에 맞게 붙여진 이름이다. 전국적으로 유행한 ‘X리단길’의 모태길이다.    

 

경리단길에 접어들어 대성교회와 이태원제일시장을 지나면 성도약국을 모퉁이로 두고 와이자(Y)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왼쪽 길 초입에 위치한 ‘OK목장’은 매대에 젊은 청년들이 나와 ‘박력있게’ 장사를 하는 곳이다. 깜짝 놀랄 정도의 큰 목소리로 손님맞이 인사를 하고 시원시원하게 장사를 한다.

 

 

채소 소매시장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던 ‘총각네 야채가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후 정육점에도 많은 청년들이 매대에 전진 배치되면서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요즘이다. 이곳은 특히 지역 특성상 ‘고기를 좀 먹어 본’ 외국인 고객이 많은 관계로 원육의 질이 상당히 높다. 가격은 비교적 합리적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질 좋은 원육을 적정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곳이다.

 

청년답지 않은 청년(장사에 능숙하다는 의미)들의 재치있는 입담과 능란한 상술은 덤이다. 이곳을 거쳐 남산 쪽으로 오르다보면 회나무로 꼭대기, 주택가 거의 끝에 위치한 제이제이게스트하우스는 옥상 뷰가 좋은 곳이다. 고등학교 후배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숯불이 지펴진 상태였다. OK목장의 고기만 올리면 되는 상황이다.

 

멀리 정면으로 보이는 서쪽 하늘로는 은근한 주황으로 석양이 물들고 좌측으로는 경리단길 메인에 위치한 업소들의 조명이 화려하게 빛난다. 우측으로는 남산N타워가 보이고 뒤로는 컴컴한 남산 자락이 숨죽이며 버티고 섰다. 그래서인지 공기가 상당히 맑고 주변이 조용하다. 게스트하우스로 최적의 곳인지라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낙조와 야경을 벗 삼는 옥상 바베큐 파티는 이 집의 상당한 매력이다. 그 한 축에는 원육이 좋은 정육점 OK목장이 있다.

 

창신동 현대정육백화점과 려은루프탑

 

동대문에서 낙산성곽동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다 보면 만나는 ‘현대정육백화점’은 OK목장과 달리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창신동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지방서 상경한 이농인들이 정착했다. 이 지역은 예나 지금이나 서울서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다. 그래서 비탈지고 높은 곳이지만 각종 근린생활시설이 많이 들어섰고 정육점도 그중 하나다.

 

 

현대정육백화점의 특징은 질보다 양을 중요시한다. 이유는 이 지역 거주자의 특성에 맞춘 것이다. 여전히 소득이 적은 계층 인구가 많고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질보다는 양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질 좋은 원육도 늘 구비하고 있다. 이 정육점에서 목살을 돈 만원어치만 사도 장정 서 너 명이 넉넉하게 배를 두드린다.

 

원육의 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숯불이 그것을 충분히 커버한다. 창신동 꼭대기에는 려은루프탑이라는 지인의 옥상이 있다. 려은(礪斦)은 필자가 지인에게 지어 준 아호(雅號)다. 그래서 그 집 옥상을 려은루프탑이라고 부른다. 창신동 하고도 꼭대기 하고도 5층집 옥상에서 내려다 본 풍광은 가히 일품이다. 대낮에는 동대문쪽 풍경이 좋고 저녁 어스름 낙조가 시작되면 우측 한양도성 낙산구간 뒤로 넘어가는 해넘이가 감탄사를 자아낸다. 캄캄한 한밤중엔 작은 집 창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이 올망졸망 모여 장관을 이룬다.

 

옥상 두 곳을 떠올리다 보니 그곳에서 숯불에 구워 먹던 고기를 샀던 정육점이 세트로 생각났다. 코로나 사태가 일상에 큰 지장을 주지 않고 안전한 수준까지 관리되기 전까지는 슬기로운 외식생활의 일환으로 뷰가 좋은 옥상을 이용해보면 어떨까 싶어 필자의 경험을 적어봤다. 모쪼록 생활방역 단계를 넘어서 일상생활로의 진전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지침을 잘 따라야겠다. 자유로운 외식 생활을 앞당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