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원(금소원)이 “1조70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이 금감원 주도 하에 부실 펀드 회수를 위한 ‘배드뱅크’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결코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며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방안이기 때문에 라임사태와 관련된 배드뱅크 추진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금소원은 “라임사태를 배드뱅크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개별 금융사의 대규모 금융사기라 할 수 있는 라임사태의 처리방식을 편법, 변칙, 무원칙한 방법으로 처리하려는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수준 이하 인식을 또 다시 보여준 것이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식의 처리보다는 법과 규정, 투자자보호라는 원칙에 입각하여 정도의 처리 방법으로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소원은 IMF 외환위기 당시에 은행의 부실자산에 대한 배드뱅크를 설립은 국가적 현안이었다고 설명했다. 부실 대출채권을 매각 및 이전하더라도 대출을 받은 개인·기업은 대출상환시 불리해지는 경우가 없고 오히려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 라임사태에 대한 자산운용사의 배드뱅크 설립의 경우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해당 자산운용사의 명성과 자산운용인력을 보고 돈을 맡긴 것이기 때문에 고객 동의 없이 모든 피해자들을 개별 운용사와 운용인력을 변경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부실을 개별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한 곳에서 처리하는 것은 신속한 처리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합리적이고 공정한 처리도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투자자 관점에서도 결코 이익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금소원은 “과거 은행의 배드뱅크와 라임운용사 배드뱅크는 고객의 입장에서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금감원과 라임 상품 관련 판매사들의 일방적인 배드뱅크 설립과 투자자산 이전 및 매각은 법률적으로 볼 때도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또 다수 전문가들은 배드뱅크가 출범하더라도 라임운용 자산의 부실화가 심각해 투자금 회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신설 배드뱅크의 운영 기간은 6년, 인력 20명, 자본금 50억원 등으로 예상된다. 신규 영업을 하지 못하므로 우수한 운용인력의 영입이 어려울 것이란 게 금소원의 설명이다. 배드뱅크가 설립된다 해도 회수율 상승, 회수 일정 단축 등은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금소원은 판매사에 대한 책임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시점에서 배드뱅크가 설립되는 데도 우려를 표했다. 배드뱅크만 먼저 설립될 경우 증권사들을 비롯한 판매사들은 라임사태 관련 다양한 경영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판매사들이 배드뱅크 설립에 소액의 자본금(50억원·19개사)과 인력(20명·19개사) 지원만 마무리할 경우 투자자들의 항의에 대한 처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골치 아픈’ 업무를 배드뱅크로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소원은 “이는 금감원과 증권사 등 금융사들이 배드뱅크라는 창구를 핑계로 시간을 벌기 위한 일종의 장기전략이다”며 “책임과 비난을 벗어나려는 얄팍한 술수로 활용될 수 있는데 가관인 건 한심한 금감원이 이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금소원은 라임사태 해결책은 투자자 보호 강화 측면에서 투자자들이 빨리, 그리고 많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펀드 173개 1조7000억원 중 개인투자자 자금은 1조원에 달한다. 1인당 환매 중단된 금액은 평균 2억46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배드뱅크 설립보다는 판매사의 사기판매, 부당행위 공모 여부,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결정과 금융사의 손실 분담과 처벌이 선행돼야 하는 셈이다.

 

투자자 회수율을 높여준다는 명분으로 증권사들이 총수익스와프(TRS) 수익의 일정 부분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도 법과 규정을 무시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원칙적으로 처리하고 책임은 엄격하게 묻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금소원은 “또 무능한 금감원이 지금과 같이 무원칙으로 개입해선 안 될 문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잘못된 TRS라면 법과 규정을 개정해야지 투자자보호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시장을 기만하고 언제까지 변칙, 편법, 꼼수의 방법으로 처리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소원은 “라임사태라는 개별 금융사의 사기행위를 배드뱅크로 처리하려는 것은 결국 투자자 피해문제의 초점을 흐리고 피해자를 기만하려는 행위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결코 피해자들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없다”며 “금감원은 배드뱅크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회사별, 펀드별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감원은 배드뱅크라는 한심한 작태를 중단하고 즉각 분쟁조정에 나서야 한다”며 “대신증권의 사기 판매행위 등을 비롯한 증권사들의 사기행위를 보다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금감원이 배드뱅크 설립을 계속 추진된다면 법적 고발 등 모든 조치는 물론 피해자들과 함께 행동에 나설 것이다”고 덧붙였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