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前 대통령 사면론… 여야 첨예한 입장 대립

문희상“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 박주민·박범계 "재판중인데 사면 운운은 법 무시"… 주호영 “대통령 비극 놔둔 채 국민통합 말 못해"

조성우 기자(jsw5655@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5-25 12:30:00

▲ 여야가 이명박(왼쪽),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이명박·박근혜 전(前) 대통령의 사면 문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민주당)과 미래통합당(통합당)이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은 퇴임을 앞둔 문희상 국회의장에 의해 처음 제기됐다. 문 의장은 21일 국회 사랑채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의 정치를 강조하며 “누가 건의할 용기가 있다면 과감히 통합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중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는 뜻이다. 타이밍을 놓칠수록 의미가 없게 된다”고 밝혔다.

여당 출신인 문 의장의 발언이기에 나름 무게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당인 민주당 소속 인사들은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25일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은 국민 통합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며 “한 분은 명백하게 드러난 범죄 행위에 대해 보복이라고 하고, 다른 한 분은 수사 협조조차 하지 않아 사법부 위에 있는 모습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인데 사면을 말하는 것은 법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분들에게 유죄를 전제로 한 사면이 무슨 의미가 있나. 면죄부가 돼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 전에 법치가 있는 것이다. 판결문을 쓰지도 않았는데 지금 사면을 얘기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역사적 화해와 용서 측면에서 고뇌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 용서를 비는 제스처가 있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마다 예외없이 불행해지는 대통령의 비극이 끝나야 하지 않겠나”며 “두 분 대통령을 사랑하고 지지했던 사람들의 아픔을 놔둔 채 국민 통합을 얘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시대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해 나가는 일에 성큼 나서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적폐 청산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만큼 아직 판결이 끝나지 않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결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문 의장도 "그분(문재인 대통령) 성격을 미뤄 짐작할 때 민정수석 때의 태도를 보면 아마 못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