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씨티은행(씨티은행)이 잇단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박진회 은행장을 향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5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씨티은행이 대출이용자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는 이유로 기한을 연장한 대출채권까지 회수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금소연은 “즉각 시정돼야 할 금융소비자를 어려움에 빠트리는 수탈행위다”며 소비자주의보까지 발령했다.

 

금소연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김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박 모씨에게 대출금 5000만원을 선상환 조건으로 신용보증서(80%)를 담보로 잡은 후 2019년 9월 총한도 5억원을 연장했다. 박 씨는 10월 기일도래한 건별 구매자금대출 5000만원을 상환 후 재대출을 했다. 그런데 11월부터는 이유 없이 건별 대출이 거부됐다.

 

씨티은행이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대출이 불가하다고 통보해 와 대출이 안 된다는 답변을 했다는 게 금소연의 설명이다. 이후 건별 구매자금대출 상환 지연에 따른 씨티은행의 보증기금 보증이행청구, 박 씨 소유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 및 카드매출대금 입금 통장 지급정지 등이 진행됐다. 종업원 급여지급마저 어려워진 박 씨의 주유소는 도산 위기에 몰린 것으로 확인된다.

 

금소연은 신용보증기금에 확인한 결과 보증대출이 불가하다고 통보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금소연은 “금융소비자가 은행과 여신거래를 하다가 신용이 악화되면 대출 상환, 한도감액, 금리인상 등 모든 불이익은 본인에게 귀속된다”며 “본인 신용등급이 하락하더라도 본인 귀책 사유가 아니거나 상환의지가 있으면 최소한의 기회는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의 의사반영 없이 일방적으로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에 대해선 약탈적 금융이라고 규정하며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로 금융소비자를 어려움으로 내모는 은행의 갑질 행위다”고도 비판했다.

 

또 금소연은 씨티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정부 금융정책과는 정반대로 여신거래를 배척했다고도 설명했다.

 

실제로 지표를 살펴보면 씨티은행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의지는 타 은행에 비해 미흡한 것으로 확인된다. 최근 금융당국은 씨티은행에 할당한 이차보전 지원액을 기존 2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다. 남는 지원액은 신한, KB국민 등 타 시중은행에 재배정됐다.

 

이차보전 지원액은 소상공인 초저금리 이차보전 대출에 사용되는 재원이다. 이차보전 대출은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연 1.5%의 초저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정부가 시중 대출금리와 초저금리(1.5%) 간 차이의 80%를 지원해줘 이차(利差)보전 대출로 불린다.

 

씨티은행의 이차보전 대출 실행액은 100억원 안팎으로 확인된다. 지원액이 적은 가운데 대출금리마저 높아 비판은 가중된다. 씨티은행은 5%대 금리로 대출상품을 공급했다. 시중은행 중 가장 저렴한 금리(3.84%)를 적용한 농협은행과 비교하면 차이가 돋보인다.

 

게다가 씨티은행은 코로나 사태 이후 조성하기로 했던 채권시장 안정펀드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씨티은행의 사회적 책임 이행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커지는 이유다.

 

일련의 논란과 관련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금소연 발표와 관련해) 2019년 9월 30일 차주의 구매자금대출 약 3억원을 갱신했지만 10월 1일 차주의 신용정보상에 연체정보가 등록 됐다”며 “신용정보관리규약상 연체정보 등록 시 당행의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에 의해 기한이익상실사유가 되고 신용보증약관에 의해 기존에 한도가 있다 하더라도 추가 대출 실행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씨티은행은 10월 2일 연체정보 등록 사실 및 추가 대출 불가에 대해 차주에게 설명하고 약관을 전달했고 이후로도 수차례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이차보전 지원액 재배정과 관련해서는 “당국에서 정부지원 예산의 조기집행을 위해 은행 실적에 따라 재배정한 것이며 씨티은행은 코로나와 관련해 다양한 형태로 정부정책에 따라 지원하고 있다”며 “채안펀드 불참의 경우 씨티은행은 미국 금융관련법(불커룰) 준수로 인해 직접 투자나 출자는 허용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채안펀드에 적절한 유동성을 지원하는 세부 방안을 당국 및 유관 금융기관과 긴밀히 협의 중이다”고 덧붙였다.

 

 

씨티은행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씨티은행의 사회적 책임 외면 논란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다. 은행연합회의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을 보면 올해 3월 기준 씨티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누적잔액기준)은 1조598억원으로 국민은행(33조1325억원), 신한은행(28조5875억원) 등 주요 시중은행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이 밖에 씨티은행은 긴급재난지원금 카드도 지원하지 않아 비판이 뒤따랐다. 전산개발 일정상이 촉박하다는 게 불참의 이유다.

 

씨티은행이 국내 금융지원에 소홀한 반면 본국 ‘금융지원’엔 철저한 데도 따가운 시선이 몰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매해 외국 본사에 고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결산 배당을 통해 65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배당금 대부분은 99.98%를 보유한 미국 씨티그룹 산하 COIC에 지급됐다. 이밖에도 씨티은행은 2019년 결산배당으로 9341억원, 2018년 939억원의 배당금을 각각 지급했다.

 

이와 관련 씨티은행 관계자는 “씨티그룹은 주주가치 제고 및 효율적인 자본 활용을 위해 자본비율이 양호한 국가에 대해선 알맞은 배당을 실행하고 있다”며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배당 후에도 BIS 자기자본비율은 국내은행과는 견줄 수 없는 수준의 높은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이은 논란으로 씨티은행을 향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이곳의 수장 박진회 은행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행장은 2014년부터 씨티은행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오랜 시간 씨티은행에 몸담아오며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씨티은행이 숱한 논란을 딛고 반등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선 박 행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박 행장의 역할론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그의 부동산 재력에도 눈길이 쏠린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박 행장은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동 소재 방배롯데캐슬로제 아파트 한 호실을 소유하고 있다. 해당 호실의 면적은 공급면적 240.42㎡(약 73평), 전용면적 204.41㎡(약 62평) 등이다. 박 행장은 해당 호실을 2007년 매입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박 행장 소유 호실의 가치(시세)는 약 27억원에 달한다. 박 행장 소유 호실의 가치는 최근 5년 새 7억원 가까이 오를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만큼 향후 가치도 지속 오를 것이란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