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에 30년 동안 속아 이용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는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40여분 늦게 모습을 드러낸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문을 배포하는 것으로 기자회견문 낭독을 대신했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저는 위안부였다. 그냥 위안부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대만 주둔 가미가제 특공대의 강제 동원 위안부 피해자였다”며 “해방 이후 그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했던 제 삶의 상처를 대중에게 공개했던 것이 1992년 6월25일이다. 차마 용기를 내기가 어려워 제 자신이 아니라 친구의 이야기인 것처럼 당시 정대협에 거짓으로 피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1992년 6월29일 수요집회를 시작으로 당시의 참상과 피해, 그리고 인권유린을 고발하고 우리 인류에게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른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문제 해결과 인권 운동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양국 정부의 무성의와 이리저리 얽힌 국제 관계 속에서 그 결실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30년 동지로 믿었던 이들의 행태라고는 감히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당혹감과 배신감, 분노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며 “저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의 사죄와 배상 및 진상의 공개, 그리고 그 동안 일궈온 투쟁의 성과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의 조속한 도출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구체적 교류 방안 및 양국 국민 간 공동행동 등 계획 추진 △평화 인권 교육관 건립 추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실질적인 대안과 행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구 조성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개방성과 투명성에 기반한 운영 체계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 할머니는 마이크를 잡은 후 최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너무 많이 나왔다”며 “제가 생각하기에는 검찰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공장으로 끌려간 정신대 할머니들과 위안부 할머니들은 많이 다르다”며 “정대협이 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을 했어야지 위안부 할머니들과 합해서 30년 동안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대협은 정신대 문제에만 집중해야지 무슨 권리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두의 고명으로 사용하나”고 지적했다.

 

특히 이 할머니는 정대협 측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정대협이 위안부를 팔아먹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과거 자신의 피해 일화를 밝히며 “이러한 일들을 정대협에서 해결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또 “정대협이 정신대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섞으니까 사죄·배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며 “무엇이 잘못인 줄 알아야 사죄·배상을 할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정대협의 모금 활동에 대해 “30년을 이유도 모른 채 끌려다녔다”며 “1992년에 모금을 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이어 “농구 하는데 따라다녔는데 모금활동을 하더라. 농구가 끝난 후 모금을 하는데 부끄러웠다”며 “농구 끝나면 돈 걷어 나오는데 ‘늦고 배가 고픈데 맛있는 것 좀 사줘’라고 했더니 ‘돈 없습니다’라고 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또 “또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은 것을 가지고 책을 내 6500원에 팔았다”며 “학생들 돈도 털어서 모금을 받았다. 그게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에 대해 “3월 30일 전화를 했다. ‘미향 씨, 이러면 안되지 않느냐. 한번 오라. 그렇지 않으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아주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하라’고 해서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날 나갔다가 집에 들어왔는데 누가 문을 열어달라고 해서 문을 열어줬다”며 “그러더니 윤 당선자가 쑥 들어왔다.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또 “그러면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해달라고 했다”며 “무엇이든 가지고 와야 용서를 할지 말지 결정할 아니냐”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자가 한번 안아달라고 해서 안아줬다”며 “저는 ‘이게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안아줬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용서했다는 기사가 났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국회의원직 사퇴와 관련해서는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회의원에 출마한 것 아니냐”며 “나는 모르는 일이다.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니까 내가 할 말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할머니는 수요집회에 대해 “수요집회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집회 형식을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며 “위안부 문제들을 해결할 사람들은 학생들인데 그들에게 제대로된 교육을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친하게 지내며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며 “그래야 위안부라는 멍에를 벗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