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무장 흑인 용의자가 백인 경찰에게 목이 짓눌려 사망한 사건을 규탄하면서 시작된 시위가 폭력적으로 격화함에 따라 곳곳에서 도시 통행금지령이 내려지고 주방위군을 동원하는 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31일(이하 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미국 곳곳에서 약탈·방화등 폭력 시위가 확산함에 따라 16개 주에서 최소 25개 도시에 통행금지령이 발령됐고 10개 이상의 주에서 주방위군 동원령을 내려졌다.

 

앞서 이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게 목이 짓눌린 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당시 손님이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사용했다는 가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저항하지 않는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르며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가혹행위를 했다.

 

경찰의 폭력적 과잉진압과 인종차별에 항의해 발생한 시위는 차츰 격화되어 폭동으로 이어졌다.

 

사망 사건에 연루된 경찰 4명이 모두 파면됐으나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은 채 미국 전역에 시위가 일어났다.

 

경찰서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하는 등 시위가 과격한 양상으로 전개되자 일부 도시에는 야간 통행금지령이 발령됐다.

 

샌프란시스코는 31일 통행금지령이 발령됐다.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우리 도시와 국가에 어려운 시기다”면서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시민) 여러분들이 지침을 따라주고 우리가 여기서 하려는 일을 지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브리드 시장은 폭력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이 대기 상태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행금지 시작 시간은 오후 6시 혹은 오후 10시 등 지역에 따라 다르다. 애틀랜타, 덴버, 로스앤젤레스, 시애틀에서는 저녁 8시 또는 9시 이후 거리에서 철수·귀가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사건이 발생했던 미니애폴리스에서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으나 시위대는 29일 밤 통행금지를 무시한 채 밤새도록 폭력 시위를 벌였다.

 

필라델피아에서는 시위대가 경찰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방화·약탈을 저질러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13명이 부상했고 최소 4대의 경찰 차량이 불탔다.

 

필라델피아 당국은 오후 8시부터 아침 7시까지 도시 전체에 통행금지를 선포했다.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덴버에서도 30일 통행금지령이 선포됐다. 또 시위 통제를 위해 주방위군을 동원하는 주들도 늘어나고 있다.

 

30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시내 상점 창문을 부수고, 약탈·방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경찰차도 몇 대 불에 탔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이날 밤 시위대 53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이날 밤 시내 중심가에 통행금지령을 선포했다. 가세티 시장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 반까지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의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모든 시민들은 야간에 시내 중심가에서 벗어나라고 말했다.

 

애틀랜타도 이날 밤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앞서 29일 밤 시위대는 경찰차를 부수고 시내 CNN 지국의 건물 로고에 페인트를 뿌리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BB탄 총을 발사하고 벽돌, 유리병, 나이프를 던지는 등 행위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애틀랜타 경찰은 이 과정에서 경찰관 최소 3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케이샤 랜스 바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력 시위로 인해 “매우 이례적이고 극단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면서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애틀랜타에서는 매일 밤 9시부터 다음날 일출 시간까지 시내에서 통행이 금지된다.

 

덴버도 이날 폭력 시위가 사흘째 접어들자 야간 통행금지를 발표했다. 마이클 핸콕 시장은 오후 8시에서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발령하면서 이를 위해 주방위군이 동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텍사스주에서는 시위 양상이 격화됨에 따라 시위 통제를 위해 1500명이 넘는 주방위군 동원령이 내려졌다. 이 밖에도 시위진압을 위해 주방위군을 동원하는 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관련한 시위가 폭력사태로 비화하는 상황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플로리다에서 스페이스X 로켓의 성공적 발사를 지켜본 후 “트럼프 행정부는 폭력 사태를 종식시킬 것이며 냉정하게 막아낼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미국인의 친구로서 이 비극(플로이드의 죽음)을 이용해 약탈과 공격, 위협을 가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지금 우리의 임무는 증오가 아니라 치유, 혼란이 아닌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폭력 시위가 지속될 경우 연방 정부가 군대를 투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 “폭력을 선동하기 위해 주 경계선을 넘는 일은 연방 범죄다”라며 “진보주의 주지사와 시장들은 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연방 정부가 개입해서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엔 우리 군대의 힘을 무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포함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체포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