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요. 하루빨리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인권 개선은 곧 한반도 평화통일의 지름길이죠.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공론화하고 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북한의 인권유린이 국제인권규범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봐요. 저희 단체는 북한인권 개선과 궁극적인 자유통일을 위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데 앞장 설 거예요.”

 

북한의 인권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핵심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인권 문제는 세계사적인 측면이나 남북한 통일 및 인간 본연의 권리 차원 할 것 없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핍박에 견디지 못하고 오직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열망 하나로 탈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방증이기도 하다.

 

2013년 9월 창립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탈북자들의 안정된 정착을 위해 지원 실태 파악 및 각종 관련 민사·형사·행정 사건 등에서 법률 자문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김태훈 상임대표와 우인식 사무총장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북한 인권이 개선되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밤낮없이 활동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질서 입각하는 통일 필요… 북한 태도 변화에 달려

 

화창한 6월의 어느 날 김태훈 상임대표와 우인식 사무총장은 한변 사무실에서 기자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해주었다. 기자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한변을 이끌어가는 두 인권운동가에게서 몸에 밴 듯한 겸허한 태도와 온화한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판사로 20년간 근무하다 1997년 정년퇴직 후 변호사 활동을 해왔다.

 

김 대표는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 당시 다른 위원들이 다양한 인권 문제를 제기했지만 북한 인권은 언급하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자연스럽게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고 밝혔다.

 

“탈북민들이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모르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했어요. 저는 그분들의 법률적인 상담 및 소송을 진행하는 데도 도움을 줬어요. 또한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의 열악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국 회의에서 호소한 적도 있죠. 그리고 북한인권법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소원 및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발생할 법률문제에 대한 사전 연구를 진행하는 작업을 했어요.”

 

우 사무총장은 처음부터 자유통일과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중 김 대표를 알게 됐고 2015년 한변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우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북한 인권 문제의 해결이 급선무라면서 남북한 통일은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입각한 통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자유통일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어요. 북한 김정일 집권 당시에도 북한주민 인권 탄압은 심각했지만 김정은 정권 체제 이후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분단체제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는데 국가의 힘이라든지 외교·경제적 기회 등의 측면에서 보면 결국 통일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봐요. 물론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 밑받침 돼야죠.”

 

“가장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북한 정권자체가 민주화되기 위해서 북한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조성돼야 한다고 봐요. 그런 사회의 바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통일을 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뿐이죠. 국민들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평소에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땅에서 인권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그걸 증언하는 탈북자들이 계속 넘어오고 있잖아요. 이건 인간의 실존 문제 자체로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죠.”

 

정부는 북한 인권·홍콩 시위 등 인권 관련 사안 외면 말아야

 

우 사무총장은 인권개선을 위해 국제사회가 더 많은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문재인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나 홍콩 시위 등 인권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외면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인권 문제에서는 국제연대가 중요하거든요.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젊었을 때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반독재 투쟁 등에 열심히 관여했는데 왜 북한 인권 문제나 홍콩 사태에 대해서는 함구하는지 모르겠어요. 최소한의 유감표명이라도 해야 하는데 말이죠. 홍콩 사람들은 영화 ‘화려한 휴가’나 ‘택시운전사’ 등을 보고 한국의 광주 민주화운동에서 투쟁정신을 배워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의 지지와 격려를 듣고 싶어하죠.”

 

김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우리와 같은 뿌리를 둔 한민족이고 가까운 이웃이지만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인권 탄압을 받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좌우 이념논리와 상관없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우 논리를 떠나 통일이라는 큰 과제를 위해서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이 중요한 단계에 놓여 있어요. 단계라고도 할 수 있고 장애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걸 반드시 넘어야 해요. 결과적으로 단계적 통일이 되려면 김정은 정권 체제 자체가 변화하든 혹은 그에 저항하는 개혁 정권이 나오든 북한의 인권이 지금보다 더 신장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봐요. 물적 교류나 북한 투자를 위해서라도 말이죠.”

 

우리 국민은 북한 인권이라고 하면 남의 나라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김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잘못된 관점을 돌려놓는 것을 목표로 삼고 향후 평화통일의 선구자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6·25 전쟁으로 납북된 사람이 10만명이 넘어요. 저희는 유족들을 대리해서 김정은과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에요. 북한 여행을 갔다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가족도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승소 판결을 받아낸 바 있죠. 앞으로도 법조단체로서 자유 대한민국의 정체성, 법치주의 수호 활동 및 북한 인권개선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