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위안되는 사실은 장기화 된 경기침체, 코로나 사태 등으로 민생경제가 휘청이면서 반기업 정서가 점차 친기업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활동 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규제 해소가 시급하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직까지 정부와 국회는 기존의 정책 방향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곤 있지만 2년 후 대선과 지자체 선거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머지않아 국민 여론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중견 제약사 휴온스의 오너 윤성태 부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 물의를 넘어 국민적 우려마저 키우고 있다. 윤 부회장은 어린 자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한 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로 편법증여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사안은 당초 반기업 정서에 불을 지핀 오너 일가의 과도한 사익추구와 직접 맞닿아 있다.

 

금감원 등에 따르면 휴베나는 유리용기 제조·판매를 목적으로 1996년 설립된 기업이다. 이곳의 주주구성은 휴온스글로벌 55.1%, 휴노랩 30.5%, 윤연상 씨 14.4% 등이다. 개인주주인 윤 씨는 윤 부회장의 둘째 아들로 올해 나이 서른이다. 휴베나는 지난해 총 1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윤 씨의 몫은 1억4400만원이었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사회 초년생의 나이에 얻을 수 있는 수익치곤 많은 금액으로 평가된다.

 

윤 씨가 짭짤한 배당 수익을 챙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휴베나에 대한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일감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휴베나는 지난해 208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그 중 절반 이상인 115억원은 주력 계열사인 휴온스와 휴메딕스 등과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어린 자녀 기업에 대한 내부거래 후 배당’이라는 꼼수 증여의 전형적인 절차를 따른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휴베나의 이익잉여금 규모는 132억원이나 된다. 이익잉여금은 언제든 배당금 형태로 주주들에게 지급될 수 있는 돈이다.

 

윤 씨를 포함한 윤 부회장의 세 아들은 휴온스글로벌을 통해서도 적지 않은 배당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윤 부회장의 세 아들이 보유한 휴온스글로벌 지분은 각각 4.13%(장남 윤인상), 2.73%(차남 윤연상), 2.54%(삼남 윤희상) 등이었다. 지난해 휴온스글로벌의 주당 배당금이 4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세 사람이 챙긴 배당금은 각각 1억8000여만원, 1억2000여만원, 1억1000여만원 등으로 추산된다.

 

중견제약사 휴온스 오너인 윤 부회장 아들들의 나이는 이제 갓 서른을 넘었거나 서른도 채 되지 않았다. 평범한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면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거나 막 취업에 성공해 신입사원 신분으로 5000만원 안팎의 연봉을 받으며 회사 생활에 열중할 나이다. 설령 전문직이라 할지라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1억원이 넘는 돈을 벌 순 없다. ‘금수저’라는 신분 외엔 도저히 불가능한 얘기다.

 

최초 반기업 정서가 막 꿈틀거리던 시기 본격 확산에 불을 붙인 계기는 바로 이런 사례들이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경제적 우위가 아닌 타고난 신분에 의한 경제적 우위에 낙담한 국민들이 결국 화살을 기업 전체로 돌리면서 반기업 정서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극심한 경기불황을 해소할 유일한 대안으로 기업 활동 활성화가 지목되지 않았다면 여전히 반기업 정서가 사회에 만연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리하면 휴온스 오너 일가의 행태는 경기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가까스로 진화된 반기업 정서에 불을 붙일만한 사안임이 틀림없다. 나아가 미래경제를 책임질 제약·바이오 산업의 행보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가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인다면 비슷한 규모의 기업이 다수 포진한 제약업계는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회장의 금수저 아들들 챙기기 때문에 제약업계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