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배달의 민족(배민) 등 온라인 플랫폼 업체 전반에 대한 규제가 크게 강화된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거래를 주도하는 플랫폼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별도의 규제 법안을 마련해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플랫폼 규제가 플랫폼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랜 기간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야만 플랫폼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정부의 지나친 규제로 인해 플랫폼 시장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플랫폼 시장에서의 불공정행위 근절과 디지털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3대 핵심분야 9개 세부과제를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를 통해 디지털 경제의 건전한 성장발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시장형성 초기부터 공정거래관계가 정립될 수 있도록 균형감 있는 규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불공정 거래관행을 자율 개선할 수 있도록 모범거래 기준이나 표준계약서 제·개정을 병행한다.

 

대규모유통업법이 적용되는 대형 온라인쇼핑몰 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한 별도의 심사지침도 연내 제정한다. 판촉사원 제공행위 등을 규율하는 오프라인 중심의 현 규정으로는 법 적용이 어려운 만큼 온라인 거래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도 내년 상반기 내에 제정한다. 플랫폼 간 경쟁관계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 등을 확립한다는 설명이다. 시장을 선점한 독과점 플랫폼의 끼워팔기, 차별취급, 배타조건부 거래 등 경쟁제한 행위를 중점 감시하고 시장진입과 경쟁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ICT 특별전담팀을 운영한다. 전담팀은 온라인 플랫폼과 모바일, 지식재산권, 반도체 등 4개 세부 분야로 구성된다.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 우려에 대한 대응방안도 내놨다. 플랫폼 기업의 M&A 정책과 관련해 신산업 시장의 특징을 반영해 거대 플랫폼이 소규모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는 M&A를 기업결합 신고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규모 기준으로만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현행 규정을 개선해 M&A를 통한 독점화 시도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거대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간 양극화를 해소해 포용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새롭게 출현하고 성장하는 디지털 경제분야에 대해서도 공정경제를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플랫폼업계 안팎에선 과도한 규제로 인한 혁신사업 저해 우려가 일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 제기능을 할 때까지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한데 과도한 규제가 기업들의 투자의지를 꺾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온라인쇼핑 플랫폼업체 관계자는 “기존에도 이미 전자상거래법과 공정거래법 등으로 플랫폼 업체와 입점업체 간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를 받고 있다”며 “플랫폼 기업만을 대상으로 또 다른 규제까지 추가하는 건 사실상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당초 공정위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입장 변화도 논란이다. 당초 지난달까지만 해도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내부지침 선에서 규제하기로 했지만 한 발 더 나아가 법 제정으로 규제의 수위가 높아졌다.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법 개정안 등과 같이 이번 플랫폼 규제 역시 반기업 법안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