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與, 국회 18개 상임위원장 싹쓸이… 입법독재 시작되나

민주당, 일방적 본회의 열어 처리… 1988년 13대 국회 이전으로 회귀
주호영 “법사위원장 2년 교대도 거부당해… 다른 상임위원장 갖는 건 의미 없어”
김태년 "그동안 최대한 양보… 일하는 국회 좌초·민생 어려움 초래한 건 통합당"

조성우 기자(jsw5655@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6-29 16:04:00

▲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사진은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이 올라간 본회의에 불참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자리. [사진=안현준 기자] ⓒ스카이데일리

관례적으로 야당 몫이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 자리를 일방적으로 차지한 거대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끝내 법사위원장 양보를 거부함으로써 여야 간 21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차지하게 됐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실에서 국회 원 구성을 위한 마지막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서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한민석 국회 공보수석은 협상 결렬 직후 브리핑을 통해 “협상에서 (원 구성) 합의문 초안까지 만들었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에따라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맡아 책임지고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게 된 것은 1988년 13대 국회에서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나눠갖기로 하는 관례가 만들어진 이후 32년만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을 놓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구심사 등의 기능을 가진 법사위는 관례상 야당의 몫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4·15총선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자 '일하는 국회'와 문재인정부 후반기의 원활한 정책 수행 등을 명분으로 제1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법사위원장을 차지해버렸다.

반면 통합당은 관례상으로나 176석 거대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사위를 야당이 가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협상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21대 개원 협상에서 민주당은 오랜 관례와 전통을 깨고 법사위원장직을 일방적으로 빼앗아 가버렸다”며 “후반기 2년이라도 법사위원장을 교대로 하자고 제안했으나 그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이 제안하는 7개 상임위원장을 맡는다는 건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그다지 의미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법사위를 가지고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상임위원장을 맡는 건 들러리·발목잡기라는 시비만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당이 제안한 7개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으로서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적극 활동하고 참여하고 견제, 비판하는 가열찬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최대한 양보를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어제 늦게까지 이어진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민주당은 그동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를 했다”며 “일하는 국회를 좌초시키고 민생의 어려움을 초래한 모든 책임은 통합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상임위를 본격 가동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심의 및 처리를 예고했다. 그는 “6월 국회 회기 내에 추경안 처리를 위해 비상한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정보위원장을 제외하고 남은 11개의 상임위원장 선출을 매듭지었다. 핵심 상임위로 불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는 4선의 정성호 의원, 운영위원장에는 관례대로 여당 원내수장인 김태년 원내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 Δ정무위원장 윤관석 의원(3선) Δ교육위원장 유기홍 의원(3선) Δ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박광온 의원(3선) Δ행정안전위원장 서영교 의원(3선) Δ문화체육관광위원장 도종환 의원(3선) Δ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이개호 의원(3선) Δ환경노동위원장 송옥주 의원(재선) Δ국토교통위원장 진선미 의원(3선) Δ여성가족위원장 정춘숙 의원(재선)이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