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사실상 정면 부정하고 나선 것은 외견상 입바른 소리 같지만 아기처럼 우는 철부지 발언으로 주목을 받으려는 관심환자가 아닌지 의심을 갖게 한다. 영장청구 기각 이후 2단계에 걸친 시민들의 상식적 판단은 하등 중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묻어도 된다는 식의 발언이기에 안 대표 본인부터 상식에서 온전히 벗어났다.

 

검찰 시민위와 수사심의위는 법치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시민사회의 불문율’로 도입된 취지가 있다. 법의 잣대 그 이상의 법치라는 것은 이미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검찰이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으나 지금까지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새김질 해보면 법의 자구 이상으로 시민사회의 영혼이 가슴에 와 닿을 줄로 안다. 시민사회의 권위는 최고의 적법성을 띈다는 의미다.

 

이를 하루아침에 없었던 일로 하자는 것은 제도를 당장 뒤집어엎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나아가 검찰에 ‘당부한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협박에 가까운 압박까지 하는 것은 그 자신이 정치인의 신분이기 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또한 상식이란 것이다. 이를 저버리도록 강제하는 행위는 속된말로 막장이다. 나아가 검사의 막강 기소독점권을 지렛대로 삼아 주문하는 것이기에 비겁하기까지 하다. 당초 검찰권력을 견제하고자 도입한 시민위·수사심의위가 존재할 근거 자체까지 흔든 자신의 이상한 행동을 아는지 묻고 싶다.

 

의사 출신으로 벤처기업 신화를 일군 그의 눈에 어느새 기업의 기적 같은 신화를 자신 말고는 필요 없는 사치라고 판단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안철수연구소도 성공했지만 삼성은 그에 비해 상상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했다. 또한 그는 정치인의 길을 가면서 소위 ‘갑의 팡파르’를 울리고 있지만 경영자를 포함한 삼성의 핵심인재들과 일꾼들은 정치인의 꽃길을 가지 않은 채 여전히 전 세계에서 피눈물로 젖는 땀을 흘리고 있다.

 

삼성은 마치 대기업 벤처라고 할 만큼 엄청난 도전과 성공을 해 왔다. 삼성의 대를 이은 신화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키워 온 사람들의 몫이다. 벤처 그 이상의 벤처를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의 일꾼들은 거액의 돈을 번 뒤 기업을 키우는 일에서 손을 뗀 안 대표와는 격이 다르다. 안 대표는 과거의 영화에 불과한 기업의 곳간지기만 하고 있음을 민망하게 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그의 몰이해는 이처럼 속칭 ‘화끈한 한방’으로 돈을 벌고 정치적 명예를 누리는 과정에서 나왔기에 순수성을 의심받는다.

 

검찰 수사심의위는 문재인 정부 들어 도입된 제도다. 이념적으로 같은 범주에 있으면서 수사심의위 권고를 없었던 일로 하고자 한다면 그 역시 자가당착이다. 늘 혼돈스러운 정치적 선택을 해 온 안 대표는 ‘툭 하면 철수하고 왔다갔다 한다’는 비아냥을 받아 왔다. 지금 똑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철부지 모습을 보지 못하는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된 판단보다 ‘정의로운 척’을 하는데 골몰하고 있지 않은지 자성해야 한다. 그것을 모른다면 정말 무책임한 언사를 늘 돈키호테처럼 하고 다님을 인정해야 옳다. 안 대표는 더 이상 정치를 하면 안 되는 인물감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논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