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건설 오너 이석준 부회장의 경영행보가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부회장은 동생과 절대 다수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시행사로 앞세워 정부 주도의 개발사업을 따낸 후 우미건설 등에 시공을 맡겨 중간에서 분양수익을 챙겨 통행세 수취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사안은 통상적으로 시공사와 시행사를 동일시하거나 시행사의 뒷배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부의 개발사업 시행사 선정 관행을 사익을 챙기는 데 이용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시공사를 품고 있는 시행사는 가격경쟁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선우이엔씨는 2002년 11월 25일 건축공사업, 주택건설, 부동산임대업 및 분양공급업 등을 영위하기 위해 설립됐다. 지난해 말 기준 이 부회장 지분의 35.6%를, 동생 이석일 씨가 46% 등을 각각 보유했다. 사실상 우미건설 오너 일가 개인기업의 성격을 띠고 있는 셈이다.

 

일반인들 입장에선 생소한 기업인 선우이엔씨는 최근 수 년간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8년 79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1437억원으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가파른 실적 상승은 정부 주도의 굵직한 개발사업의 시행권을 획득했기에 가능했다. 선우이엔씨가 시행을 맡은 사업으로는 대표적으로 광교지식산업센터 등이 있다.

 

선우이엔씨가 광교지식산업센터 시행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로는 우미건설이라는 든든한 뒷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정부 주도의 개발사업 시행사 선정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때문에 이름 있는 건설사와 한 울타리에 있거나 시행과 시공이 동시에 가능한 곳이 선정된다.

 

특히 시공사를 품은 시행사는 가격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시행과 시공의 주체가 동일한 경우가 많다. 선우이엔씨가 광교지식산업센터의 시행을 맡게 된 데도 우미건설이라는 배경이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선우이엔씨는 광교지식산업센터 시공을 우미건설에 맡겼다. 결국 정부 주도의 개발 사업을 따내 우미건설에 시공을 맡기고 선우이엔씨는 중간에서 분양수익만 챙긴 셈이다. 최근 2년 간 선우이엔씨와 우미건설·우미글로벌(구. 우심산업개발) 등과의 내부거래액(매입)은 2018년 365억원, 2019년 728억원 등이었다. 덕분에 언제든 배당 가능한 미처분 이익잉여금 규모는 2018년 12억원에서 지난해 233억원으로 급증했다.

 

해당 사안은 정부 주도 개발사업의 관행을 이용해 오너 일가가 개인기업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통행세를 챙겼다는 논란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게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 개인기업이 시행에 참여하고 시공을 주력계열사에 맡겨 분양수익을 챙기는 방식은 이미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방식이다”며 “다만 통행세 및 내부거래 관련 공정위의 규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점차 자제하는 분위기다”고 귀띔했다.

 

일련의 논란과 관련, 우미건설 관계자는 “선우이엔씨가 수주를 따낸 후 우미건설에 시공을 맡긴 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자세한 사항은 확인 중이다”고 짧게 답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