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달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홍콩에서 기존의 사법처리 과정이 무시되고 시민적·정치적 자유를 한층 더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CNN 등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날 오전 홍콩보안법 초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다음날인 7월 1일부터 곧바로 시행된다.

 

홍콩보안법은 (홍콩의) 분리독립, 정권 전복, 테러리즘,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 안보를 해치는 행위 등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 시에는 최고 종신형까지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인대 상무위가 이날 오전 9시 개회한지 15분만에 162명 전원 만장일치로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SCMP는 이 법이 통과되기 전에 초안 내용을 확인한 사람은 홍콩을 대표하는 소수의 전인대 의원뿐이며 이 법안이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 홍콩인에게는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CNN 역시 홍콩보안법이 통과되기 전 초안이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이는 “대다수 홍콩인들이 이제 자신들의 삶을 지배하게 될 법 조항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오전에 가진 주간 기자회견에서 홍콩보안법 처리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람 장관은 아직 중국 전인대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질문에 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대답을 피했다.

 

홍콩보안법 제정은 홍콩 의원 뿐 아니라 전 세계 인권단체와 정치인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들은 이 법이 통과되면 현재 반자치적 성격을 띠고 있는 홍콩에 대해 중국의 직접 통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 법이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들을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홍콩보안법은 영국의 홍콩주권반환 기념일인 7월 1일을 하루 앞두고 통과됐다. 홍콩 경찰은 1일 예정된 재야단체가 주관하는 홍콩주권반환 기념집회를 금지했다. 기념집회가 금지된 것은 1997년 주권반환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경찰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를 내세우고 있으나 집회가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념일에는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해 홍콩 시민 50여만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홍콩보안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법이 제한적으로나마 민주주의와 시민적 자유를 유지시켜줬던 ‘일국양제(one country, two systems)’의 종식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CNN은 홍콩인들이 누려왔던 이 자유에는 집회·언론의 자유, 독립적 사법권 등이 포함되며 이것은 중국 본토인들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라고 지적했다.

 

한편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홍콩보안법 통과가 임박하자 홍콩에 대한 기존의 특별대우를 박탈한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민감한 기술 등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 수출허가가 필요한 것처럼, 홍콩에도 특별지위를 박탈해 중국과 같은 대우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홍콩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새로운 보안 조치로 민감한 미국 기술이 중국 인민해방군이나 중국 국가안전부로 전용될 위험이 커졌고, 동시에 영토의 자율성을 훼손했다”며 “중국에 비해 홍콩을 특별 대우(preferential treatment) 하는 규정이 중단된다”고 밝혔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