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위해 당초 다주택자를 겨냥했던 투기수요 억제정책의 화살이 실수요자 1주택자에게도 향할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다주택자 부담을 강화하고 서민·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원칙하에 부동산 보완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 발표되는 부동산 정책에는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다주택자와 함께 실거주중인 1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의 세금 부담도 강화되는 것이다. 종부세에 더해 양도소득세(양도세) 부담도 확대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과세표준에 따른 종부세율은 △3억원 이하 0.5% △3억원 초과~6억원 이하 0.7% △6억원 초과~12억원 이하 1.0% △12억원 초과~50억원 이하 1.4% △50억원 초과~94억원 이하 2.0% △94억원 초과 2.7% 등 여섯 구간으로 나눠져 적용된다.

 

이번에 발표될 종부세 인상안은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거론되고 있다.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해 낮은 구간의 세율을 낮추고 높은 구간의 세율을 올리면 전체 세수는 늘어나게 된다. 현재 정부는 현행 종부세율에서 지난해 발표된 12·16 대책에 따라 1주택자의 세율을 0.1%p~0.3%p 올리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으로, 이번 대책과 함께 적용된다면 종부세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도세의 확대는 1주택자의 장기보유공제 요건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토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은 주택을 10년간 보유하면 양도세의 80%가 공제되며 9억원 이하의 주택은 10년 보유기간 충족 시 양도세가 전면 비과세된다. 하지만 12·16대책에 따라 거주요건이 추가되며 이번에 추가될 대책으로는 9억원 이하라는 기준이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들의 세금 부담도 확대되는 방향의 대책이 거론되자 시장에서는 주택보유자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지역 아파트의 가격은 이미 오를 만큼 올라 정부에서 말하는 ‘고가주택’이 아닌 아파트가 드물다는 것이다. 실제로 KB부동산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9억1812만원이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인환(37)씨는 “지금 직장 근처에 실거래가 9억원 미만의 집이 몇 채나 있느냐”며 “정부는 투기수요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꼽으면서 억제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는데, 1주택자들의 세금 부담도 올린다는 것은 실거주자도 투기수요라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조세 부담이 늘어날 경우 이는 고스란히 집값에 반영돼 상승시키기 때문에 집값 하락을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오히려 부동산 거래가 대폭 줄어들면서 부동산 연관 산업이 침체기를 또 다시 맞게 되고 국가 경제의 어려움을 증대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엄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