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서울, 지방 광역시에서까지 집값 상승이 대두되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집값 안정화 대책을 주문했다. 조만간 정부가 추가 대책 발표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새로 발표될 대책은 다주택자를 겨냥한 세금압박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그러나 세금압박 역시 큰 효과를 보지 못할 뿐 만 아니라 오히려 집값상승만 부추길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뤄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다주택자들 중 상당수가 등록임대사업자인데다 양도세율도 너무 높아 집을 팔 수 없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보유세 중과하면 할수록 집값이 더 올랐다는 학습효과 때문에 매물잠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때릴수록 커지는 풍선효과…보유세·양도세 인상 카드로 또 때리는 문재인정부

 

지난해 말 12·16부동산 대책 이후 전국 주택시장에선 풍선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2·16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 지역에 집중 규제를 가하자 수원, 용인, 성남 이른바 수용성지역의 집값이 급등했다. 정부는 2·20 대책을 통해 수용성 지역을 등을 추가규제지역으로 묶었다.

 

수용성을 묶어버린 2·20대책의 효과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4월 총선이 치러진 이후 또 다시 비규제지역에선 풍선효과가 스멀스멀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기도 김포, 군포, 오산을 비롯해 대전, 대구, 광주 등 지방 광역시의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다주택자들은 높은 보유세에도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을 내놓지 않았다.

풍선효과로 인한 집값상승 현상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달 17일 수도권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어버리는 초유의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책 발표 이후 잠시나마 잠잠하는 모양새도 사라졌다. 규제하면 할수록 집값이 오르는 학습효과 때문에 수도권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주요지역과 서울의 상승세가 이어졌으며 천안 등에서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대책 발표 이후에도 집값 상승 현상이 계속될 경우 즉각적으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지만 집값의 상승세는 그칠 줄 몰랐다. 정부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오른 탓에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졌다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원성도 고조됐다.

 

부작용이 확산되자 청와대와 여당은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김 장관을 불러들여 긴급보고를 받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기조엔 변화가 없었다. 문 대통령은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세금인상 등 추가 규제를 주문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다주택자 세부담 강화에 힘을 보탰다.

 

이 대표는 “현재 가계 유동성이 1500조원이 넘어가는 상황이라 지역 규제와 금융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다주택자 압박, 주택 공급, 임대사업자 정책, 투기소득 환수까지 종합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다주택자 세부담을 대폭 늘리는 방향의 추가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의 핵심은 다주택자 세부담 강화다. 당정은 다주택자 종부세 강화 법안을 이달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켜 내년부터 적용 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으로 1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율은 0.1∼0.3%p 인상하며 3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0.2∼0.8%p 각각 인상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종부세율이 최대 4%까지 올라간다.

 

양도세 강화 방안도 등장할 예정이다.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해서 양도세 공제 혜택이 크게 축소시키는 내용이다. 현재 시가 9억원 이상 1주택자의 경우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80%의 특별공제 혜택이 주어지고 다주택자도 최대 30% 공제 혜택이 있다. 이를 1주택자라도 거주하지 않는 집을 소유한 경우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을 축소할 방침이다.

 

“세금 올리면 집값은 그 이상 오른다…매물잠김 현상 심화로 결국 내 집 문턱 올라갈 것”

 

다수의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정부·여당의 세금압박 조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세금을 인상할 경우 매물잠김 현상이 심화돼 결국 집값이 더욱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 중 상당수가 등록임대사업자라 집을 팔 수 없는데다 지금의 양도세 비과세 혜택까지 줄여버리면 세금 부담에 집을 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규제=집값상승’이라는 학습효과도 매물잠김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 중인 주부 김희영(30대) 씨는 “세금을 올린다한들 집값이 더 많이 오르는 데 누가 집을 내놓겠냐”며 “게다가 양도세까지 높아 집을 팔고 싶어도 팔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세금인상 조치는 결국 또 매물 품귀만 불러 일으켜 무주택자만 울릴 것이 뻔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윤재익(가명) 씨는 “보유세를 높이면 전·월세 시세가 오를 것은 불보듯 뻔하다”며 “당장 임대차보호3법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매년 임대 시세를 최대치로 올리고 매물 품귀에 집값까지 상승하면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주위만 봐도 서울에 집을 구하는 사람이 넘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일반 시민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종부세 인상을 통한 공급확대 효과를 더 빨리 내려면 임대의무 기간이나 양도세 중과 등 규제에 막혀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사람들에게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선행 하지 않고 무작정 보유세를 올리면 일시적으로 집값이 덜 올라도 얼마 안 가 다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거래세 부담은 이미 OECD 국가 중 최상위 수준인데 이를 더 강화하겠다는 건 사회주의 국가로 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보유세를 높이려면 최소한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주택자가 집을 팔 퇴로가 막혀 거래절벽과 집값폭등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