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부의 일자리 지표가 참혹하다. 한국판 뉴딜로 총 160조원을 쏟아 부어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청와대발 야심찬 일자리 이벤트가 있은 하루 뒤 통계청은 역대급 최악의 일자리 숫자를 어김없이 내놨다. 자료 곳곳에 ‘IMF 이후 최악’이란 주석이 줄줄이 붙었다. IMF가 외환발 국가위기였다면 작금의 일자리 참상은 내환발 파국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섬뜩한 전주곡이다.

 

‘6월 고용동향’을 보면 고용이 수십만명씩 연속 네 달째 감소한 것은 10년만의 일이다. 실업자 122만명은 IMF 후폭풍 ‘1999년 이후’를 수식어로 달며 정점(頂點)을 찍었다. 통계작성 이후 가장 많은 기록적 수치다. 실업률 또한 4.3%를 찍으며 ‘1999년 이후’를 동행했다. 최악의 실업률은 미래세대에 직격탄을 미쳤다. 15∼29세 사이의 청년층 실업률이 두 자릿수인 10.7%를 찍으며 ‘1999년 이후’를 이끈 동력이 되고 말았다. 일자리 정부의 실패한 파편들이 청년들의 심장에 사정없이 날아간 셈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실업자는 차라리 비극이다. 빈둥빈둥 노는 멀쩡한 실업자들을 대량 포함한 ‘쉬었음’ 인구는 전년 대비 약 29만명 증가한 230만명에 달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최대폭이란 용어를 동시에 갈아 치웠다. 속된말로 사지 멀쩡한데 취업의사 없이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중병이 든 사회다. 이들은 청년층 말고도 중년의 세대들까지 적지 않다. 우리 경제의 중추역할을 담당하는 40대 취업자는 무려 56개월째 내리막길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경제사령탑 홍남기 부총리는 제조업 고용 감소에 대해 ‘걱정이다’고 하면서 일자리 참사를 겪고 있는 청년층에 대해서는 ‘마음 아프다’고 했다. 경제컨트롤타워의 최고책임자가 대책 없이 푸념만 하고 있으니 무능과 민망함을 넘어 볼품조차 없다. 이 정도면 숱한 일자리 대책을 내놓을수록 일자리가 더 줄어드는 마(魔)의 마이다스(Midas)의 손이라고 자성하고 일찌감치 자리를 비워야 옳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말 청와대 집무실에는 큼지막한 두 개의 디스플레이가 내걸렸다.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이란 타이틀이 호화로웠다. 이후 2017~2018년 단 2년간 본예산을 비롯한 추경 및 안정자금 등 일자리 예산이 무려 54조원 투입됐다. 하지만 일자리 상황판은 옐로우 지표를 깜빡이는가 싶더니 이내 줄곧 레드카드 경고등으로 변했다. 붉은 신호를 무시한 일자리 폭주운전은 지난해에 피날레를 날렸다. 90만개 일자리 창출을 내건 23조원의 본예산이 허무했다.

 

올해 일자리 예산도 역대급인 25조원이나 되지만 IMF 한파가 비교되는 참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공공 일자리 22만개가 급증해 생산성 없는 미래의 빚무덤만 잔뜩 늘어났다. ‘함께 잘살자’는 구호는 예상대로 ‘함께 못산다’는 예고된 비극을 몰고 왔다. 대한민국 경제영토는 산성화를 넘어 황무지로 변해가고 있다. 이 모든 원인의 기저에 자유시장경제의 치열한 고통이 켜켜이 귀한 결실로 담긴 돈(부가가치)을 쉽게 다루고 생각 없이 나눈 대가다. 귀하게 다루지 않은 돈의 역습은 빈곤의 씨앗으로 절대 용서가 없다. [스카이데일리 논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