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을 국정의 핵심동력으로 삼아 온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22번이나 기대감을 주는 정치적 이벤트로 표심잡기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끝내 ‘집값 실패’로 귀결되는 그림이 선명해지면서 민심이반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혹시나 기대했던 민심은 이제 분노와 거센 저항감으로 변했다. 특히 서민들이 ‘속았다’ ‘기댈게 없다’ ‘결국 서민증세’ 등의 목소리로 모아지면서 슈퍼여당 탄생 불과 3개월여만에 지지층 대거 이탈이라는 국면이 목도되고 있다.

 

부동산 정부라고 할 만큼 역대급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것 자체가 스텝을 꼬이게 하고 말았다. 백약이 무효였던 집값 안정 대책이 집값만 연실 올리면서 로또 아파트는 없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반드시 있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 주었다. 막다른 골목에 밀려 집어든 패가 도심의 허파역할을 하고 있는 그린벨트 해제다. 배수진을 치며 반대해 온 고 박원순 시장이 떠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당-정이 한 목소리로 그린벨트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고인을 영웅처럼 추도한 당-정이 막상 부동산발 민심이반 위기가 닥치자 갈팡질팡 하며 꺼내든 회심의 카드가 그의 무덤에 침을 뱉는 것과 다르지 않은 식이라는 것에 황망할 따름이다. 유구무언이다. 그 땅들조차 이른바 두더지 잡기 전선의 맨 앞에 있는 서초·강남에 집중 몰려 있어 막상 뚜껑을 열기에는 정치적 고심이 앞서는 모양이다. 군불 지피기가 시작되면서 군 골프장 개발안까지 거론되고 있으니 더 이상 대안이 마뜩치 않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다. 그 사이 투기수요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그린벨트발 강남불패가 해당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인다.

 

스텝이 꼬여 넘어진 상황에서 부동산 춤을 계속 추겠다는 고집이 민망하기 그지없다. 냉정히 돌아봐야 어떤 사태가 전개됐는지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한마디로 정치적 굿판은 끝났다. 보유세는 물론 거래세 부담에 따른 조세저항과 임대차3법 소급입법에 따른 법저항 등이 민심을 여의도 슈퍼여당 표심으로 가둬두지 못한다. 울타리를 부수고 나간 양들의 울음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거대여당의 포효가 바로 그린벨트 착상이지만 정치적 스텝만 더 꼬이게 만들 악수다.

 

초유의 거품극으로 지탄받는 신라젠 사태를 검언유착 사건으로 드라마틱하게 바꾼 추미애 법무장관의 승리감마저 뚱딴지같이 서울시 행정으로 옮아 붙었다. 수십만 소액투투자들의 처절한 눈물을 모르는 척 밀어내며 권력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임했던 그가 돌연 권력의 가장 큰 화근이 될 그린벨트 방점에 불을 지른 이유가 궁금해진다. 권력의 심부에 비수를 꽂은 드루킹 사건의 발화점 역할을 했던 그가 이번에도 실수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배신의 정치학 원론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탐내야 한다고 봐야 하는지 묻고 싶다.

 

슈퍼여당의 막가는 폭주열차가 민심이반의 근본적 화근임을 아직도 모르거나 인정하기 싫다면 역대급 레임덕이 조만간 닥친다. 이미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급속히 오르며 긍정평가는 급추락 했다. 특히 부정평가가 50%를 넘은 것은 역대 정치사를 보면 비극적 권력의 예후다. 실제로 ‘3040 문재인에 속았다’가 포털 실검 1위에 올랐다. 앞서 6·17 위헌 서민피눈물, 김현미 장관 거짓말, 문재인 지지철회 등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식했었다. 화들짝 놀란 대안이 마의 마지노선이었던 강남불패 내지 로또 아파트 시리즈다. 이젠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시장에 맡기는 대전환의 시기가 닥쳤다. 지금이라도 인위적 퍼즐게임으로 표심을 다잡는 ‘부동산 정치학’이 끝났음을 자인해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논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