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업자 등록을 하러 갔을 때 구청 공무원들도 그게 요식업이지 무슨 제조업이냐고 비웃었어요. 밀키트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때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분명히 수요가 생기고 시장이 더 크게 불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리고 10년도 지나지 않아 명확한 시장이 생겼고, 굴지의 유통 대기업이 주목하는 회사로 성장했죠. 더 좋은 소식은 앞으로 시장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에요.”

 

잠실에 위치한 ‘밀키트’ 기업 ‘마이셰프’의 사무실은 마치 편의점의 창고처럼 보였다. 좌우로 영업용 냉장고가 늘어서있었고 중앙에는 ‘마이셰프’의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진열대 안쪽에는 창고보다 큰 사무실이 있었고, 이곳에서 임종억 ‘마이셰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사무실은 창고 겸용으로 쓰인다고 말하는 임 대표의 인상이 무척이나 온화해 마주앉은 사람의 마음이 편해졌다.

 

내 손으로 직접 완성하는 식탁… 언택트 문화와 함께 비상 중

 

“마이셰프는 사람들이 더 편하게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밀키트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2011년에 창업을 했으니 벌써 10년 차에 접어들었네요. 밀키트라는 용어가 아직 생소한 분도 많이 있을 텐데 간단하게 말해서 레시피와 요리 재료 그리고 소스가 세트로 구성된 제품이에요. 밀키트를 이용한다면 요리를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직접 소중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만든 요리를 대접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마이셰프’는 최근 ‘밀키트’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밀키트 분야의 시장규모는 600억원 이상이며 그 규모는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의 중심에 있는 ‘마이셰프’는 현재 자사몰뿐만 아니라 밀키트의 주요 판매채널인 쿠팡와우, 이마트 새벽배송, 네이버 등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밀키트 사업을 진행한 회사답게 그간 축적된 노하우로 600여가지에 달하는 메뉴가 준비돼 있으며 신메뉴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의 300%가량 됩니다. 지난해도 그 전해에 비해 두 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죠. 최근 네이버 등 대기업에서 주목하는 업종이다 보니 홍보 효과가 크게 늘었어요. 올해 초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확산된 언택트 문화가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배달음식에 질린 사람들이 직접 요리를 하게 된 거죠.”

 

“요리를 하다 보면 가장 귀찮고 힘든 부분이 재료를 준비하고 손질하는 과정이에요. 그것을 우리가 대신 해주는 개념으로 보면 됩니다. 마이셰프의 제품들은 대부분 넣고 끓이는 수준의 난이도로 구성돼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낼 수 있는 메뉴들이에요. 또한 구성에 포함된 완성된 소스는 요리의 질을 보장해주죠.”

 

임 대표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 이후 밀키트에 관한 홍보나 관련 기사, 검색량 등이 크게 많아졌다고 한다. 외출을 자제하는 사회현상이 확산되자 집에서 직접 질이 좋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밀키트 제품에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임 대표는 레토르트 식품과 밀키트의 가장 큰 차이는 신선도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흔히 볼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과 밀키트는 크게 보자면 완전조리식품인가, 신선식품인가에 따라 구분할 수 있어요. 예를 들자면 채소가 익혀져 있느냐, 아니냐로도 구분할 수 있죠. 우리나라 제도로는 HMR(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이라고 하면 즉석섭취식품, 즉석조리식품, 신선편의식품으로 구분됩니다. 신선편의식품은 샐러드 등 즉시 먹을 수 있는 제품인데, 생채소라는 점에서 밀키트와 아주 유사하지만 조리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밀키트는 신선편의식품으로 구분되지 않아요. 이렇게 구분이 된 것도 아주 최근의 일이죠.”

 

임 대표가 처음 창업을 결심한 2011년 밀키트의 개념은 생소했다. 구청 직원들조차 이 사업은 요식업이나 식자재 운송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며 핀잔을 줬다. 개념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제조업으로 등록하기에는 관리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임 대표조차 이 사업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랐다. 이해하기 쉽게 ‘반조리 식품’으로 알리는 수밖에 없었다.

 

“2012년에 미국의 블루에이프런이라는 회사가 밀키트라는 용어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2015년에 크게 성장해 우리나라에도 알려지기 시작했죠. 우리도 나름의 용어인 ‘쿠킹박스’를 사용했지만 이미 알려진 용어대로 통일하는 것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에 더욱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지금은 밀키트라고 부르고 있어요.”

 

2011년 여름에 시작한 ‘마이셰프’는 2016년이 돼서야 대형 유통 플랫폼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미국에서 밀키트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국내의 밀키트 업체에도 대형 유통 플랫폼 등에서 연락을 취한 것이다. 당시에는 ‘마이셰프’ 외에 다른 경쟁 업체들도 생겨난 뒤였지만 가장 먼저 시작해 독자적인 노하우를 가진 ‘마이셰프’는 대형 자본의 도움이 없는 초반에도 업계에서 주목받았다.

 

“2016년 대형 유통업체의 제의가 들어오기 직전인 2015년 말에는 정말 사업을 접으려고 한 적도 있었어요. 시작한 지 만으로 4년이 다 돼 가는데 매출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한국의 시장도 굳게 닫힌 상태였기 때문이죠. 그때 한 업체에서 저희를 인수하겠다는 제의가 있었어요. 결국 입장차이로 협업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저는 그것을 하나의 신호로 봤어요. 대기업에서 관심을 가지는 분야라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 거죠. 아직도 그 제의는 너무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식탁 문화를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죠”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주변 친구들은 물론이고 아내도 ‘네가 사업을 해?’라는 반응이 대다수였어요. 그래도 ‘뭐 안 될 게 있어?’라는 생각으로 일단 시작하고 봤죠. 초기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십수년간 모아온 돈을 전부 투자해서 작은 사무실을 꾸렸지만 고정 수요가 없었죠. 밀키트는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놓고 주문을 기다릴 수도 없으니까 주문이 들어오면 그제야 재료를 구하는 방식이었어요. 주문이 아예 없어서 재료를 집에 가져가서 먹은 적도 있었고, 예상보다 주문이 많은 날은 근처 마트로 뛰어가서 채소를 사오기도 했어요. 그때는 정말 소량으로 제조하고 판매하던 때라, 1톤 트럭 가득 채소를 사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임 대표는 창업에 나서기 전에는 공대 출신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는 원래 스스로 사업가 기질이 있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를 원하는 성향의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단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 원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학을 전공한 덕분에 인풋과 아웃풋이 명확한 요리의 개념에 익숙하다는 점이 자신감을 줬다고 회상했다.

 

“요즘 세상에 살다 보면 가족과 식사를 할 시간이 없는 경우가 정말 빈번해요. 당장 저만 해도 사업이 바빠지면서 가족과 식사를 할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죠. 단지 식사가 아니라 직접 요리를 해서 가족에게 대접할 수 있는 상황은 더욱 힘들어졌고요. 저는 밥상 앞에서 가족의 화기애애함이 피어난다고 생각해요. 식구라는 말에도 들어있듯이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사람들 간의 유대감을 키워주는 중요한 요소죠. 밀키트는 바쁜 일상 사이에서도 그 ‘밥상 문화’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대체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임 대표는 가족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사업을 진행하면서부터 아이들과 식사를 하지 못하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일이 바쁘지 않을 때는 불확실한 미래에 미안했고, 최근 사세 확장이 진행되면서부터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족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죠. 아이들이 조금 더 자란 이후에 사업을 시작했다면 조금 더 좋은 추억을 많이 남길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있어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밀키트 관련 사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제품을 가지고 놀이처럼 식사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사실, 실제로 아이들에게 만들어보라고 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었어요. 밀키트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난이도여야 하거든요. 아이들이 그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되기도 했죠. 즐거운 시간도 보낼 수 있었고요. 앞으로 회사가 안정화되면 다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밀키트는 아직도 명확한 식품 유형이 없어요. 이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죠. 언젠가는 이런 제도를 변화시키는 일을 진행하고 싶어요. 식품의 안전에 대한 기준이나 제품의 방향성을 규정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니까요. 이런 제도적인 개선이 진행된다면 우리 음식이 한류화되고 세계에 진출하는 창구로 밀키트가 활용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