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계속해 온 더불어민주당이 앞으로 4년간 폭주운전을 계속하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제21대 입법권력 장악의 대미를 장식한 방점을 지난주 보란 듯이 찍었다. 17개 상임위를 싹쓸이 하고 하나 남은 정보위원장에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3철-3인방’ 가운데 한 사람으로 불려 온 전해철 의원이 177명 중 176명 찬성으로 상임위 독식 마지막 단추를 끼웠다. 이후 정적에 맡긴 국정원장 관리인이 세워진 모습이란 여론이 지금 분분하다.

 

앞서 미래통합당의 원구성 보이콧 속에 민주당은 노른자위 6개 상임위를 노골적으로 선점하고 11개를 국회의장 강제배정으로 밀어붙였다. 서슬 퍼런 군사정부 시절이었던 1985년 12대 국회 이후 처음이라는 역사를 아이러니컬하게 다시 썼다. 35년 전 군부정권의 폭압과 35년 후 민주정권의 독식이 시공간을 넘어 오버랩 했다. 1987 민주화 헌법이 마치 옷만 갈아입은 채 후진했다. 그 국회가 현재 지금까지 경험해 보진 못한 입법 과속 기어를 넣는 작업에 들어갔다.

 

여의도 국회는 범여권이 원하면 모든 것이 가능한 독무대다. 야당이 상임위에서 보이콧을 해도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으로 얼마든지 개회가 가능하다. 전 상임위에서 과반의원 출석에 과반 찬성이란 ‘통과의례’가 항시 대기 중이다. 무소불위 입법권능이 가능해지면서 범여권인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법의 칼로 불가능이 없는 역발상의 무법천지 같은 초권력 운전대를 잡았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수백건의 과속법안들이 연일 쌓이고 있다.

 

오늘의 기준으로 과거 정권의 통치행위들을 형벌로 단죄하고자 하는 수많은 과거사법을 비롯해 기업들의 목줄을 사방에서 옥죄는 공정거래법, 상법, 노동조합법, 임금격차 해소법,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등이 줄줄이 통과의례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한국인의 상식적인 성(性) 의식을 외면한 이른바 젠더법이 차별금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정의의 옷을 입은 채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양성애) 등이 합법적인 성으로 가정, 학교, 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날이 멀지 않았다.

 

토마스 홉스가 울고 갈 만큼 현대판 리바이어던(국가 괴물)이 삼권분립의 이상적 민주주의 시스템 하에서 부활하는 예의 상상치 못한 굿판이 벌어졌다. 신의 질서를 거부한 절대 선을 자임한 국가 괴물의 탄생은 인간의 악마성에 대한 선한 통제권능이었다. 따라서 민주화 이후 우리 국민을 오히려 만인의 만인을 향한 투쟁이란 ‘악의 주연’으로 설정하지 않는 한 현대판 리바이어던은 필요치 않다.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이 정밀하게 작동하기에 또한 그 괴물을 부를 일이 없다.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홉스의 상상을 능가하는 초권력이 작동 중이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영혼이 된 의회주의자 존 로크까지 울고 갈 입법만능이 닥쳤다. 그의 2권분립은 주권 대리자의 저항권으로 입헌군주를 견제하는데 있었다. 반면 의회가 현대판 입헌군주제 같은 권부와의 밀월을 계속한다면 홉스와 로크는 애초 잘못된 사회계약 괴물을 설계한 원죄를 지었다.

이상주의는 끝내 프롤레타리아 독재란 기형아를 탄생시켰다. 수억명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비참하게 죽었다. 노동자가 지배하는 이상사회와 누구나 공평한 공산낙원을 지향하는 지고지선 깃발을 내건 무산계급 독재 이론이 몽상처럼 엄습한다. 많든 적든 유산계급이 당연시 돼 온 대한민국 서민들이 사유재산의 위협에 공포를 느끼고 끝내 길거리로 나섰다. 내일(25일) 분노한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 탄생의 상징인 촛불집회로 항거하는 것은 삼권분립이 하나의 국가 괴물로 기형이 돼 탄생했다는 것을 증거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논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