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 2호(ANASIS II)의 발사로 대한민국은 획기적 육(Army)·해(Navy)·공(Airforce) 합동 지휘·통제 능력을 갖게 됐다. 수백km에 불과했던 군의 통신 신경망이 지구 절반을 커버하는 수천km로 일거에 확장돼 소말리아에 파견된 청해부대와도 상시 소통이 가능해졌다. 보안성까지 획기적으로 높아져 전시작전통제권의 첫 계단으로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기쁘기에 앞서 왠지 착잡하다.

 

우주는 일찌감치 선진 강국을 중심으로 미래의 경제영토이자 국가의 운명을 건 전쟁터가 된지 오래됐다. 인공위성은 화성탐사와 함께 그 치열한 우주전쟁의 선두에 있다. 지난 1992년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쏘아올린 대한민국 위성은 아리랑, 무궁화, 천리안, 과학위성 시리즈 등 도합 20여개에 달하지만 유독 군사용 위성은 갖질 못해 왔다. 민군복합용 무궁화5호 군용통신을 아나시스1호로 활용하는 빈약한 처지였다.

 

매년 전 세계 군사력 순위를 발표하는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50개 항목의 군사력 지수를 평가한 결과 지난해 보다 한 계단 오른 6위의 군사대국 반열에 랭크됐다. 1~5위 국가인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을 보면 극빈국·약소국이었던 우리가 단기간에 얼마나 용트림을 해왔는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 국가와 비교조차 민망한 여전히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있다면 바로 우주개발이다.

 

미국, 러시아, 유럽, 인도가 화성 탐사에 성공하고 중국과 일본도 화성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우리는 화성은 고사하고 박근혜 정권 당시 야심차계 설계됐던 ‘2020년 달 탐사 계획’이 사실상 무기 연기됐다. 2030년이란 계획이 어렴풋이 잡혔지만 문재인 정부의 무관심이 지속되면서 자칫 요원한 과제로 묻힐 위기에 처했다.

 

노무현 정부도 2025년 달 탐사 계획을 잡았던 기억을 되살리면 포퓰리즘으로 수백조를 허공에 뿌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얼마나 허탈하고 허망한지 절절히 느끼게 된다. 핵·물리·우주 분야에 몸담은 일단의 과학자들이 대한민국은 지금 귀중하게 쓰일 돈(혈세)이 정치적 표심을 계산하는 악의 유혹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이들은 5000만 국민과 후손의 앞날을 생각하지 않은 ‘미래의 분탕질’을 하고 있다는 푸념들까지 거침없이 쏟아낸다.

 

대한민국의 우주개발은 상대적으로 보면 어린 아이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트럼프 지휘로 우주군을, 일본은 항공자위대에 우주작전대를, 중국과 러시아는 위성 잡는 킬러위성을 각각 힘이 지배할 우주개발의 전진 사령탑으로 완성해 가고 있다. 우리를 돌아보면 군 통신위성조차 자체기술이 아니다. 반드시 필요한 정찰위성은 한 대도 없다. 그나마 이번 아나시스2호도 전 정권이 만든 성과다. 그래서 최근 대통령의 눈에 띄는 행보가 관심이 가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나시스2호 발사 직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 만든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군전용 위성의 자긍심과 함께 정찰위성 보유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방비만 올해 50조원을 돌파했다며 수많은 첨단 국산무기 개발의 개가를 일일이 열거했다. 그런데 포퓰리즘을 위한 국방비 전용예산은 차지하고라도 첨단 국방력의 근간이 되는 핵물리 분야와 우주개발은 정작 소홀하기 그지없다. 탈 원전은 그 상징이다. 방위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 때문에 하지 못하는 장벽도 높아만 간다. 군사력 순위로 대한민국 뒤에 있는 프랑스, 독일, 영국, 이스라엘이 우리보다 못할까를 생각하면 한 숨이 나온다. 포퓰리즘에 빠진 채 혈세를 낭비하는 어두운 장막을 먼저 걷어내는 것이 진정성 있는 우주강국의 첫 단추다. [스카이데일리 논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