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만 건드려도 곧장 터질 것 같은 주식시장 과열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저금리 기조로 시중 유동자금이 급증한 탓이 크다. 부동산 규제 등 정부 정책으로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 대부분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회적 풍토도 주식시장 과열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문제는 과열 이후다. 주가는 말 그대로 기업의 현재나 미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한 개념이다. 그렇기에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특별한 호재 없이 단순히 어떤 이슈의 관련성 때문에 오른 주가는 오래가지 않아 급락을 면치 못하기 마련이다. 기관이나 기업 내부관계자 등에 비해 정보가 취약해 상대적으로 매도 타이밍이 느린 소액주주의 경우 갑작스레 주가가 추락하게 되면 금전적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한 푼 두 푼 모아 어렵게 모은 돈이 한 순간에 사라질 때 느끼는 좌절감과 허탈감은 옵션이다.

 

더욱 큰 문제는 피해자가 소수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식시장 과열 현상은 상당수 국민들이 주식에 목을 매야 가능한 일이다. 바꿔 말하면 주식으로 재산을 탕진할 잠재적인 위험을 품고 있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의미다. 간혹 뉴스로만 봤던 주식으로 재산을 탕진해 가족이 해체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이 대량으로 쏟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방법은 딱 하나다. 자유시장 경제체제 하에서 개인의 투자 행위를 강제로 제한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정부나 전문기관, 언론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객관적 분석 등을 통해 국민들이 시쳇말로 ‘깡통을 차는 일’이 없도록 도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최근 코로나 수혜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신일제약 오너 일가의 행보 역시 소액주주들이 꼭 인지하고 있어야 할 중요한 정보로 여겨진다.

 

증권가 등에 따르면 신일제약은 해외에서 코로나 치료제로 ‘덱사메타손’이 부각되면서 4거래일 연속 상한가로 치솟았다. 수년 간 1만원 아래를 하회하던 주가는 연일 상한가 행진에 24일 5만8000원대까지 올랐다. 현재 일시적으로 거래정지 조치됐으나 매수세는 여전히 강한 상황이다. 덱사메타손은 항염증 스테로이드 약물로 신일제약은 덱사메타손 성분을 0.75mg 함유한 신일덱사메타손정을 생산 중이다.

 

주목되는 사실은 국내에서 ‘덱사메타손’을 코로나 치료제로 정식승인하지 않아 신일제약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덱사메타손은 환자 1명당 약 75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가 가능한 점이 장점이지만 반대로 회사 입장에선 드라마틱한 실적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 덱사메타손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생산하는 제약사가 신일제약 외에 여럿 존재한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쉽게 말해 신일제약 주가는 무려 7배 이상 폭증했지만 회사의 규모나 실적은 그만큼의 상승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미다. 이미 주식시장에선 주가 급락 가능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진다. 특히 신일제약 오너 일가의 생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정황도 포착됐다. 오너 홍성소 회장의 부인 신건희 씨, 자녀 청희·자윤·영림 씨 등은 주가가 상한가 행진을 기록하던 지난주 기존에 보유했던 주식을 대거 팔았다.

 

신 씨는 7000원대에 머물던 주식이 1만8000원까지 오른 지난 14일 1만5000주 매도를 시작으로 17일 5000주(주당가 2만원), 20일 2만5000주(주당가 2만4990원), 21일 5000주(주당가 3만4450원), 22일 5000주(주당가 4만4750원), 23일 1만주(주당가 5만7375주) 등을 각각 팔아치웠다.

 

같은 시기 홍 회장의 세 자녀도 주식을 팔아 ‘짭짤한 재미’를 봤다. 청희 씨는 23일 8000주를 주당가 5만6412원에 팔아 약 4억5000만원 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같은날 자윤 씨도 6000주를 4만4750원에 팔아 약 2억6800만원을 벌었다. 막내인 영림 씨 역시 23일 3600주를 5만4800원에 팔아 약 2억원을 챙겼다. 기존 주당가 7000원대에 비해 최소 6배 이상은 번 셈이다.

 

평범한 주주가 주가가 올랐을 때 기존 보유했던 주식을 파는 행위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뭐라 나무랄 일도 아니다. 다만 오너 일가의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회사의 정보를 꿰차고 있는 오너 일가가 주식을 내다 팔았다면 분명 이유가 있다. 최소한 주주들만큼 신일제약을 높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드러난 정황을 분석해 소액주주들에게 이 말을 전한다.

 

“신일제약은 회사의 실적이나 성장과 별개로 단순히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증하고 있으며 오너 일가조차 현재 주가가 현저하게 높다고 판단해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각하기 급급하니 소액주주들은 투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