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의 쌍두마차로 현대사의 영욕을 머금으며 질주해 온 국정원과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촛불 정의’를 내세운 개혁칼날에 바람 앞의 등불 신세로 떨어졌다. 막강한 영향력의 뒷심이 돼 온 중요 정보·수사업무 손발이 대폭 잘려나가면서 존립여부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로 내상을 받는 중이다. 국정원은 마치 박지원 식 셀프개혁이, 검찰은 추미애 식 외과수술이 각각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국정원·검찰 개혁은 통과의례 대의기관이 된 거여(巨與) 거수기 국회로 인해 당·정·청이 합의만 하면 법제정까지 일사천리 자동 완성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 구누도 이를 막을 힘이 없다. 엄밀히 청와대의 밑그림이 곧 입법이란 현실을 ‘민주당 국회’가 하루가 멀다 하고 보여주고 있어 현대판 입헌군주제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다.

 

 

경찰로 이관되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왼쪽 주머니에 있던 것을 오른쪽으로 옮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경찰은 자치경찰제 지휘체계까지 한 지붕으로 두는 겹경사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는 과도할 만큼 비대한 경찰권력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강한 통제 하에 뒀다. 지금 권력의 막후에서 수군거리는 복수혈전이 들린다.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시대가 차례로 저물어 왔다. 이들 기관 때문에 와신상담한 복수의 칼을 간 인사들이 권력의 중심에서 또 다른 형태의 무소불위 힘을 한껏 대기시켰다. 한 손에는 공수처를, 또 한손에는 국가수사본부를 거머쥐는 모양새가 ‘현대판 남산(안기부)’을 보는 듯 이채롭다. 이전 정권이 노골적인 권력 현판을 걸었다면 지금은 물에 탄 무지개 빛 물감으로 그린 아름다운 수채화가 내걸렸다.

 

이름만 바뀔 뿐 통치행위의 삼각기둥인 정보-수사-자치 업무가 모두 한 지붕 세가족을 이루게 됐다. 결정하기를 꺼릴 수밖에 없는 막강 지휘권은 필연적으로 권력을 위한 칼로 변질된다. 국정원과 검찰의 핵심 업무를 이관 받는 경찰의 수장이 이른바 트로이카 권력형 리더십을 소신대로 발휘할지 자문해 보면 실로 의문이다. 공수처 또한 단 한사람만의 눈치를 볼 구조다. 권력에 훨씬 더 예속된 과도한 물타기가 숨어 있던 막장의 그림을 보게 한다. 이젠 그들만의 치열한 권력싸움이 다음 장의 비극적 무대로 예고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논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