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계가 여름 휴가 이후 본격적인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사 간의 입장에 다소 차이가 있어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꽤나 진통이 예상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와 부품업체들은 3일부터 7일까지 여름 휴가를 실시한다. 이후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노동조합은 올해 임단협을 위한 상견례 자리를 갖는 등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현대자동차지부, 기아자동차지부, 한국GM지부는 금속노조의 올해 임금인상 공동요구안에 따라 기본급 12만원 인상을 요구했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했다.

또 △ 고용보장을 위해 국내공장 생산량 유지 △ 해외공장 추가 생산물량 국내 전환 △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 건립 △ 다품종 소량 생산 가능한 공장 운영안 마련 △ 부품사 상생연대 기금 마련 등을 함께 요구했다.

기아차 노조도 기본급 12만304원 인상을 비롯해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담은 요구안을 확정했다. 작업 환경 개선 투자, 중식 시간 유급화 등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에 성과급으로 통상 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추가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기본급 7만1687만원 인상, 700만원 일시금 지급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에 쌍용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 4개사의 노조는 모두 임금 인상과 상당량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적이 급락한 완성차 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전세계 자동차 수요가 감소해 실적이 예년 수준에 턱없이 못미치고 있어서다.

산업통산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 수출은 해외 판매 급감의 영향으로 지난해 대비 33.4% 줄어든 84만6710대에 머물렀다. 이에 완성차 업체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감소한 5903억원이었다. 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무려 72.8% 급감한 1451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GM의 올해 상반기 판매 대수는 16만603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2% 감소했다. 르노삼성차도 6만7666대 판매하는데 그쳤다.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큰 만큼 전세계 자동차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실적 개선은 상당히 늦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최소 2023년이 돼야 전세계 자동차 수요가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회사의 경영 상황에 맞춰 임단협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