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송산리고분군 5호분

 

 

곤지왕 부자가 한 장소에 나란히 묻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특히 5호분(곤지왕)은 웅진시대 초창기 무덤으로 전형적인 백제식 굴식돌방무덤(횡혈식 석실분)이다. 6호분(동성왕), 7호분(무령왕)은 좀 더 발전된 형태로 벽돌로 석실을 만든 벽돌무덤(전축분)이다.

 

일본 다카이다야마 고분

 

일본학자의 주장은 곤지왕 사망 후 시신만큼은 일본으로 가져갔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카이다야마 고분은 아스카베신사(곤지왕신사)의 북쪽에 위치하며 거리상으로도 가깝다. 고대 이 일대는 하내국(河內國)으로 불린 지역으로 곤지왕이 일본에 체류하면서 야마토왕으로부터 받은 곤지왕 일족의 영지이다.

 

다카이다야마 고분의 형태는 송산리 5호분과 같은 굴식돌방무덤이다. 무덤양식 자체를 백제에서 가져온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다카이다야마고분의 석실내에는 2개의 목관이 안치되어 있다. 서쪽관은 남성, 동쪽관은 여성이다. 이는 백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배치로 당시 일본에서는 사용된 적이 없는 부부합장묘(어울무덤)이다. 특히 다카이다야마고분에서 출토된 청동다리미는 송산리 7호분(무령왕릉)의 청동다리미와 똑같다. 다카이다야마고분의 무덤주인을 곤지왕으로 보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다카이다야마고분은 『일본서기』<무열기>에 나오는 백제인 의다랑(意多郞)의 무덤일 가능성이 높다. ‘의다(意多)는 501년 사망해 다카다(高田)언덕에 묻힌다(百濟意多郎卒 葬於高田丘上).’ 다카이다(高井田)와 다카다(高田)는 같은 장소이다. 이는 백제인이 일본 땅에 묻힌 최초의 사례이다. 당시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인은 곤지왕 일족 뿐이다. 의다는 곤지왕의 첫째아들로 추정된다. 곤지왕의 둘째아들 동성왕은 말다(末多)이다. 두 사람은 ‘多’자 돌림이다. 따라서 다카이다야마고분의 무덤주인은 곤지왕 부부가 아닌 곤지왕의 첫째아들 의다 부부의 어울무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의다는 동생 말다가 백제왕에 즉위함에 따라 한국으로 건너오지 못하고 일본에 잔류한다.

 

『고구려사략』 기록의 단서

 

그런데 『고구려사략』<장수대제기>에 곤지왕의 장례를 치루지 못한 기록이 나온다. 때는 곤지왕 사망 3개월 후인 477년 9월이다. ‘문주가 곤지를 장사지내고자 했으나 해구의 얼굴에 두려움과 원망함이 가득하여 결단을 내리지 못하였다. 왜로부터 시달림을 당해 서원(노사지-충남 대전시 유성구)으로 사냥을 나갔다(文周欲葬昆支 解仇面畏仇不斷 困倭▨出獵西原).’ 왜는 곤지왕이 귀국할 때 데리고 온 야마토세력이다. 문주왕은 사망한 곤지왕을 장사지내려다가 해구(解仇-병관좌평)를 의식하여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며 이로 인해 문주왕은 야마토(왜) 세력으로부터 적잖은 압박을 받는다.

 

특히 기록은 곤지왕 사망이후 곧바로 장례식을 치르지 못한 사실을 부연한다. 아마도 곤지왕 시신은 임시로나마 공주 어딘가에 보관하였을 것이다. 더구나 문주왕은 이때 사냥을 나갔다가 해구가 보낸 자객에게 살해당한다. 만약 늦게나마 곤지왕의 장례식을 치렀다면 문주왕의 장례식과 병행했을 공산이 크다.

 

곤지왕의 무덤은 어디에 있을까? 한국일까? 일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