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백신 등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 전문가들은 충분한 시험에 대한 의혹과 우려를 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각) “오늘 아침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등록됐다”고 선언했다. 그는 “백신이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다”며 “상당히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지속적인 면역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자신의 딸 중 한 명이 백신 접종 후 일시적으로 열이 올랐다가 내리고 그후 항체가 생겼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딸이 접종받은 날 열이 38도까지 올랐으나 다음 날 37도로 떨어졌다”며 “백신 주사를 한 대 더 맞은 뒤에는 항체가 생겼다”고 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백신에 과거 냉전시대인 1957년 소련이 전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이름 스푸트니크에서 딴 ‘스푸트니크V’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 미국보다 앞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해 미국에 충격을 줬던 이름이다.

 

푸틴 대통령의 발표에 세계는 의문과 우려의 반응을 보였다.

 

WHO는 1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등록한 코로나 백신에 대해 사전 자격 심사 절차를 논의중이라면서 인정성과 효능에 대한 엄격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타릭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WHO는 백신과 의약품에 대한 사전 자격 심사 절차를 마련했다”며 “어떤 백신이든 사전 자격 심사에는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필수 자료와 데이터의 엄격한 검토와 평가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야사레비치 대변인은 WHO가 러시아 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백신에 대한 WHO의 사전 자격 인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절차를 가속하는 것이 곧 안정성과 타협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러시아가 발표한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파우치 소장은 11일(현지시간) 공개된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등록된)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 확실히 입증하기를 바란다”면서 이들이 입증 단계를 제대로 거쳤는지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세계 최초라는 러시아의 주장을 반박하며 “우리에게도 6개 이상의 백신(후보)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스푸트니크V의 개발이 임상 3상 시험의 부재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으며 임상시험에 참여한 군인들에게 강압 등 윤리적 문제가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독일 보건부는 “러시아 백신의 품질과 효능 및 안전성에 대해 알려진 자료가 없다”면서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