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새 사령탑은 가택격리 중 당선이라는 축전을 받아들어 전무후무 코로나 당 대표라고 할 만하다. 언택트로 진행된 ‘민주당 4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총 득표율 60.77%로 낙승한 ‘이낙연판 대회전’이 얼마 남지 않은 차기 대선구도의 굳히기 정지작업 완성으로 마무리됐다.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호남출신 깃발에 낯선 대구의 얼굴 김부겸 도전은 저조한 성적표로 완패한 채 무릎을 꿇었다. 총선 낙선에 이은 연패로 갈곳을 잃은 지역대통합 아이콘의 호소는 볼품없는 대구특산이 됐다. 김 후보는 대의원 투표에서 저력을 발휘했지만 ‘친문 권리당원 투표’에서 막내동생 뻘 후보에게도 두배 차이나 밀려 꼴찌를 하는 수모를 당했다. 반면 쾌승한 이낙연 대표는 당선 소감 중에 울먹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제일 많이 생각난다’고 했다.

 

7개월 시한부 당 대표 임기를 숨기지 않은 가운데 당선한 차기 대권의 유력자답게 이낙연 대표의 고민은 마치 청와대 안주인 발언을 연상케 했다. 통치 리더십을 거침없이 표현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보은성 인사를 섞은 절묘한 일석이조의 수사(修辭)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회적 거리두기 고민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발언에서 존경인지 아니면 견제인지 모를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앞서 문 대통령은 뻔한 결과가 예상되는 전당대회 영상축사를 통해 ‘촛불정신을 기억하자’고 사실상 통치이념을 권고했다. 대권가도를 위해 자신의 세력구축이 절실히 필요한 이낙연 대표에게는 ‘NY계’를 따로 둘수도 안둘수도 없는 고민의 메시지다. 하지만 친문의 울타리만으로 이미 1위 지지율을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역전당한 그가 대권가도에서 위험가도를 가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거대여당의 당 대표가 7개월 통과의례 얼굴마담이란 평가를 받으면 대권가도 퇴장이 불가피한 레드카드다. 친문의 땅에서 자란 그가, 친문 세(勢)의 지지로 당선된 그가 미래의 ‘이낙연 대통령’을 가로막는 강력한 족쇄가 될 정치적 환경들이 여권 내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거여의 의회질서가 횡포와 독재라는 비판을 받는 작금의 상황이 작두의 칼 날 위에 선 NY의 운명이 됐다. 거여의 흐름을 탈수도 그리고 배반할 수도 없기에 그의 선택여부에 정치적 능력이 가늠된다. 야당의 유력 대권후보가 없는 국면에서 거여의 대표는 유리한 고지같지만 속칭 집안 진흙탕 싸움을 못하면 요란한 빈수레다. 수면 하에서 친문과 비문의 보이지 않는 세싸움이 벌써 치열하게 보이는 탓이다.

 

NY의 당선소감 마지막 멘트가 의미심장하고 절절했다. 2차대전 연합군 승리의 영웅인 영국 처칠 수상의 말을 인용하며 ‘승리’를 장담했다. 승리에는 여러 의미가 담겼지만 대권가도는 당연히 포함된다. 숨길 필요 또한 당연히 없다. 당 대표 도전도 그 과정의 포효와 다름없었다. 문심(文心)의 촛불은 그의 꽃길이 아닌 것 또한 그려졌다. NY의 ‘거여 권좌’는 기쁨보다는 치열한 집안싸움을 예고한 험난한 노정의 시작을 알리는 예고탄이 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논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