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포기 않는 끈기와 용기를 전하고 싶어요”

▲김경수 마이오헤어 부원장(사진)은 2010년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에서 스무살에 서울로 상경해 헤어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며 2017년부터 억대 연봉을 받는 헤어 디자이너로서 자리매김했다. 현재 그는 마이오 헤어 부원장의 직함을 갖고 있지만 쉬는 날에도 지방에서 디자이너 인턴 교육을 진행하며 강사로 활동 중이다. [사진=최원우 기자] ⓒ스카이데일리

“청년들에게 희망이 돼 주고 싶어요. 지금 코로나19 상황으로 모두 힘들어하고 있어요.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20대에 조금 더 살아본 선배로서 꼭 전하고 싶은 건, 능력 있고 기술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오래 가는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이라는 사실이에요. 강하게 버티고 준비하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와요.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가다보면 언젠간 빛을 볼 거예요. 제가 바로 증거니까요.”

10년 전, 주머니에 성공이란 꿈을 넣고 시골에서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시골청년’이 있었다. 인구가 2만명이 채 되지 않는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 작은 동네에서 서울로 온 그는 현재 억대 연봉의 헤어 디자이너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김경수 마이오 헤어(my.o) 부원장(30)이다.

현재 그는 SNS를 통해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에게 자신의 성공과정을 이야기로 전하고 일상을 공유하며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휴일이면 망원공원, 도산공원 등 여러 장소를 자발적으로 찾아다니며 노인 무료 이발 봉사까지 하고 있다.

해 질 무렵 김 부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역삼동 소재의 마이오 헤어숍을 찾았다.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인터뷰 시간이 되길 기다리고 있을 때, 그가 일을 마치고 나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지방에서 서울로 온 지 10년이나 됐지만 그는 여전히 경상북도 억양을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있었다.

대구광역시 태생의 기자도 순간 고향 사람을 만난 듯 어릴 때 쓰던 억양이 저절로 튀어나와 함께 사투리를 쓰며 반갑게 첫 인사를 나눴다. 기자가 본 그의 얼굴에 핀 웃음에는 순박한 시골청년의 생기 있는 모습이 배어 있었다.

버려진 매트리스 줍기도… 우울증 이겨내는 정신력으로 금의환향

고향에서 빈손으로 올라와 서울생활을 시작한 그가 억대 연봉의 헤어 디자이너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인동초’(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약초) 같았다. 스무살에 서울로 상경한 그가 처음 시작한 일은 미용실 잡일이었다.

▲ 김 부원장의 첫 서울 생활은 열악했다. 반지하에 지내면서 누군가 버린 매트리스를 주워 편하게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뻐했고, 미용실에서 매일 잡일을 하며 하루 10시간 이상 일한 월급은 고작 50만원에 불과했다. 몸도 마음도 지친 그는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지만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 때문이었다고 그는 밝혔다. [사진=최원우 기자]ⓒ스카이데일리

“저는 스무 살까지 경북 구미시에 선산읍이라는 말 그대로 ‘깡촌’에서 할머니가 키워주셨어요. 물론 부모님도 계시고요. 고향에 살 때 친구들이 저희 집에 놀러오는 걸 싫어했어요. 추운 겨울에 저희 집에 오면 입김 나온다고요. 지금은 웃어넘길 이야기지만 당시엔 어린 마음에 굉장히 큰 상처를 받았죠.”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로 동네 미용실을 운영하셔서 저도 자연스레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부터 미용실에서 일을 시작했죠. 그러다가 문득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많이 벌려면 ‘무조건 서울로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서울로 가고 싶었다기보다 서울에 가야만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서울 와서도 제일 처음 시작한 게 미용실 막내 인턴 일이었어요.”

김 부원장은 당시 고시원에서 지내면서 아침에는 미용실에서 잡일을 하고 밤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시원 월세를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서울에서 고시원 생활을 했을 때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시골집에 비하면 따뜻해서 오히려 좋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버는 돈에 비해 고시원 월세가 너무 비쌌기 때문에 고시원 생활을 접고 조금씩 모았던 돈으로 작은 반지하 방을 구했다.

“어느 날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길에 누가 매트리스를 버려놨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주워 집에 놓고는 거기서 잤어요. 서울이라는 낯선 타지에서 열악하게 지냈어요. 10년 전에는 미용실에서 잡일을 하고 받은 월급이 50만원 정도였어요. ‘열정페이’였죠. 이 일을 6년 이상 했어요. 돈도 못 벌고 몸은 힘들었어요.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구질구질할까’라는 자책도 많이 했고요. 우울증에도 걸렸죠. 사실 서울역도 몇 번 갔어요. 다 포기하고 고향에 돌아가고 싶었죠.”

인터뷰를 이어나가던 그의 얼굴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으나 당시 겪었던 일들을 하나둘 짚어가며 회상하는 그의 눈은 우수에 젖어있었다. 이윽고 힘든 과거를 어떻게 극복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자신감을 되찾은 당당한 ‘성공인’의 모습으로 자세를 고쳤다.

“6년 동안 인턴 생활을 하고 헤어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27살에 받았어요. 그때부터 일과 연습을 제외하곤 아무 것도 안 했죠. 술, 노는 것 다 포기했어요. 우울증도 그저 안고 가야 할 ‘내 몫’이라 생각하면서 버텼어요.”

“그렇게 정신 없이 일만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월 매출이 4000만원을 넘더라고요. 스무살에 서울로 상경하면서 성공해서 꼭 좋은 차를 타고 고향으로 금의환향하겠다고 다짐했었죠. 특히, 그 차에 할머니를 태워드리고 싶었어요. 물론 부모님도요.”

“많은 분이 헤어 디자이너를 저로 지명해주시고 찾아주시다 보니 생전에 보지도 못한 액수의 돈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어느 정도 수입이 생겨 억대 스포츠카를 구매했고 곧바로 할머니를 모시러 고향에 내려갔죠. 할머니를 옆에 모시고 고향 동네를 돌아다니다보니 눈물이 났어요. 그때, 지금까지 힘들었던 일들이 모두 잊혔죠.”

어르신 찾아다니며 무료 이발봉사도… 받은 사랑보다 더 베풀고파

김 씨는 자신의 삶이 이렇게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포기하지 않았던 노력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받은 사랑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직접 찾아가 무료로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김 씨는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게 더 많이 베풀고 싶다고 고백했다. 또한 힘든 시기에 놓인 이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다 보면 반드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며 모든 결과는 자신이 투자한 만큼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김경수 마이오헤어 부원장]

“할머니께서 제가 어렸을 때 6·25 한국전쟁에 관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 때 할머니께서 ‘우리 손자가 크면 어른들께 좋은 일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지금 제가 헤어 디자이너가 됐고, 이 능력으로 무엇을 베풀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할머니 말씀대로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무료 이발 봉사를 진행하게 됐어요. 사실 거창한 뜻 없이 시작했던 이 일이 제게 엄청난 도움이 됐어요. 제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도 봉사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르신 이발 봉사는 앞으로도 절대 멈추지 않을 거예요. 저와의 약속이니까요.”

그는 최근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무료 이발봉사를 진행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쉬움을 표하는 동시에 새로운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사실 요즘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무료 이발봉사를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진정세에 들어서면 바로 재시작할 계획이에요. 사실 마음 같아서는 1톤 트럭 한 대 구입해 어르신들을 찾아뵈면서 봉사를 하고 싶어요. 조만간 꼭 그렇게 할 거예요.”

이어 김 씨는 연일 ‘끈기’와 ‘노력’을 언급하며 노력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가 경제적, 현실적으로 어려운 국면인 현재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에 관해 질문하자 그는 “저도 했는데 모든 청년이 못할 이유가 없다”며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강조했다.

“쉬는 날 지방에 교육을 갈 때면 인턴들에게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이런 나도 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제가 증거입니다’라고 말이죠. 제가 청년들에게 희망이 돼 주고 싶어요. 지금 코로나19 상황으로 모두 힘들어하고 있어요. 특히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20대도 많이 봐요.”

김 부원장은 자신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겸손하게 말하면서도 20대에게 조금 더 살아본 선배로서 꼭 전하고 싶은 것은 능력을 키우고 스펙 쌓는 것도 좋지만 쉽게 포기하지 말고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을 강하게 다잡고 준비하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을 그 자신이 경험으로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좌절하고 주저앉아 있으면 달라질 게 아무것도 없으니 항상 마음속에 ‘좋은 날 있겠지’라며 긍정적으로 자신을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잘하는 게 없어도, 좋아하는 게 없어도 괜찮아요. 20대에 잘하는 일이 있다는 게 더 이상하죠. 일단 생각에만 머물지 말고 이것저것 해보는 과정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결국 모든 결과는 자신이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가다 보면 언젠간 반드시 빛을 볼 수 있어요. 제가 바로 그 증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