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보그룹을 향한 여론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한국도로공사와의 유착 의심으로 곤욕을 치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도로공사와 수준 이상의 용역 계약을 통해 쏠쏠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보그룹은 창업주 최등규 회장의 막강한 지분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로공사는 국민 혈세로 사기업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로·공항 등 관(官)공사 수주 발판 중견그룹 반열 ‘최등규 성공신화’ 대보그룹

 

건설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보그룹은 현재 건설, 유통, 정보통신,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중견그룹이다. 창업주 최등규 회장은 1981년 대보실업을 설립하며 건설업에 뛰어 들었다. 최 회장은 공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발주하는 관(官)공사 수주를 바탕으로 차츰 사세를 키워나갔다. 대보실업의 첫 사업 역시 청주공항 비행장 건설이었다.

 

대보그룹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대구지하철 안심차량기지, 경부고속도로 노반 신설공사 등 한국도로공사 발주 사업을 수주하면서 부터다. 특히 1995년에는 대보유통을 설립해 경부고속도로 옥산휴게소 운영권을 따내면서 유통업에도 진출했다. 휴게소 운영권 역시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하는 사업이다. 이후 대보그룹은 서원밸리, 대보정보통신 등 차례로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시키며 외연을 키웠다.

 

이런 대보그룹은 최 회장 중심의 견고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최 회장이 아내와 함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대보유통 지분을 보유하고 대보유통이 나머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형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최 회장과 그의 부인은 대보유통의 지분을 각각 59.66%, 28.08% 소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기업 경영에 있어 무차입경영 원칙을 강조하며 급격한 성장보단 꾸준한 성장을 택했다. 덕분에 대보그룹은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하는 동시에 꾸준한 실적 상승을 도모할 수 있었다. 지금도 대보유통은 종속회사의 실적 개선으로 매년 실적이 꾸준히 상승 중이다. 세부적으로 2017년 매출액 1조 1559억, 영업이익 119억 △2018년 1조 2970억, 98억 △2019년 1조 3268억, 206억 등을 기록했다.

 

태생부터 주요 매출원까지 공기업 유착의혹…계열사 매출 30~40%는 도로공사서 발생

 

대보그룹은 성장 과정에서 관(官)공사 수주가 결정적 영향을 미쳐온 만큼 그동안 권력과의 유착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매 년 국감의 단골손님처럼 거론될 정도였다. 한동안 잠잠했던 대보그룹과 권력과의 유착 의혹은 최근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보정보통신이 매 년 매출액 중 상당 부분을 태생부터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벌어들이는 사실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계약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데다 사업 자체가 대보정보통신의 독창 기술과는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유착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대보정보통신은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으로 설립됐으나 2002년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대보그룹으로 편입됐다, 완전히 인수했다. 현재 대주주로는 대보건설(51%)과 최 회장의 아들 최재훈 씨(20.14%) 등이다.

 

대보정보통신은 대보그룹에 완전히 편입된 이후에도 매출구조만 보면 사실상 한국도로공사 자회사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매출액 중 상당 부분을 한국도로공사에 의존했다. 지난 2016년 이후 대보정보통신 매출액 중 한국도로공사와의 거래로 올린 매출액(비중)은 2016년 530억 (33.7%) △2017년 542억 (35.4%) △2018년 612억 (39.0%) △2019년 469억(32.3%) 등이었다.

 

이와 관련 대보정보통신 관계자는 “한국도로공사와의 계약의 상당수는 대보정보통신이 가지고 있는 독점적인 기술 때문에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며 “경쟁입찰을 비롯한 수의계약도 공정한 절차 아래에 처리 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보정보통신의 해명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보그룹과 한국도로공사와의 유착 가능성에 더욱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수의계약정보를 살펴보면 대보정보통신은 한국도로공사와 구내 통신공사, 실시설계 용역, 방범용 CCTV설치 공사, 광케이블 이설공사, 차량영상촬영장치, C-ITS 시범사업 시스템 확대 구축 등의 계약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전문가는 “공공기관이 수의계약을 진행할 때는 보통 실적이 괜찮은 회사 위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보정보통신과 계약이 어떤 근거로 진행된 지는 살펴봐야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기술독점 기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귀띔했다.

 

대보그룹 오너 최등규 회장, 비쌀 때 팔고 재개발 토지 사고 ‘재테크 달인’

 

대보그룹과 한국도로공사간이 유착을 의심하는 여론이 점차 확산되면서 최 회장 일가의 개인 재력에도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 회장 부부는 개인 부동산을 통해서도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와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최 회장 부부는 지난해 보유하고 있었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롯데캐슬파크의 한 호실을 23억9000만원에 팔았다. 해당 호실은 규모는 공급면적 278.74㎡, 전용면적 244.9㎡ 등이었다.

 

최 회장이 주택을 매도한 시기는 고가주택을 정조준 한 12·16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이다. 강남 아파트의 몸값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다. 방배동 S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은 강남 아파트의 몸값이 정점에 도달한 시기인데 아마도 추가 규제를 예상해 적기에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의 아내 오모 씨는 강남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라 손꼽히는 방배5구역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은 서초구 방배동 일대 17만6000여㎡ 부지에 아파트 27개동, 3080가구를 조성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기존 컨소시엄과의 계약해지 이후 현대건설이 새 시공사로 선정됐다. 사업비는 총 7700억원에 달한다.

 

오 씨는 해당 사업지 내에 230.8㎡ 규모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탁사 관계자는 “방배5구역의 경우 기존 컨소시엄과 2심 재판도 마무리 된데다 1대 1 재건축으로 가지 않는 사업이다”며 “230.9㎡ 규모의 땅을 소유하고 있으면 최소 아파트 2개 호실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