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법 정의가 법을 관장하는 장관들에 의해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있지만 그들의 입에서는 오히려 검찰개혁이란 정의가 더 강열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희대의 아이러니다. 검찰개혁이 어느새 불의까지 먹어치우는 타락한 정의의 철갑옷으로 변질된 모습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없던 진짜 법란이 일어나고 있음을 스스로 너무 모른다.

 

조국·추미애 전·현직 법무부 장관은 나란히 개인과 가족의 부조리 문제로 역대급 구설에 휩싸였다. 이들은 모두 국가를 뒤흔드는 흙탕물을 튀겼음에도 검찰개혁이란 무장을 더 단단히 하고 나섰다. 한 사람은 법정에서 입을 닫는 묵비권으로 무장을 하며 검찰개혁 완수를 이야기 한다. 또 한 사람은 장관 집무실에서 비상식적인 초유의 명령권으로 역대 없던 오역의 역사를 손수 챙겨 쓰고 있다.

 

이 같은 조국 논란은 서점가에서, 추미애 논란은 국민 사이에서 각각 뜨겁게 진행형이다. 서점가에서는 검찰개혁에 불을 지핀 조국판 정의에 대한 흑백싸움이 치열하다.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이란 제목의 조국백서에 이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는 제목의 조국흑서가 최근 서점가를 강타했다. 조국흑서가 베스트셀러 1위에, 조국백서는 17위에 각각 랭크됐다. 조국흑서 저자 중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경제민주주21 대표는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최근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조국흑서에 참여한 인산들의 면면이 진보간판을 달고 있으니 국민은 이미 법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던 차였다. 또한 조국백서가 내건 화려한 수사(修辭)의 정의감이 법정에서 나온 조국의 근시안적 묵비권으로 무너졌다. 차라리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면 조국의 정의는 일말의 양심이 통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는 정 반대로 국민을 온통 실망시키는 페달을 밟았다.

 

조국·추미애 두 사람의 입은 여전히 대한민국 법 정의를 외치고 있다. 상식적인 법정신이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를 낸다. 자신들에 의해 정의가 죽어가고 있음을 보지 않는다. 그런 정의로 권력형 정의의 화신들을 만들어 내는 역할까지 한다. 검찰개혁이 자신들을 위한 방어막이 됐음을 삼척동자도 아는데 여전히 더 호화로운 칼춤을 춘다는 것이다. 개혁이란 철갑옷을 입은 모습으로 자신들의 수많은 악행의혹을 덮고자 하는 행위가 참담하다.

 

조국 전 장관에 이은 추미애 장관의 부조리 의혹들은 자가발전시킨 비극적인 가족사이자 우리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일이다. 수많은 팩트형 의혹에 단 한 점의 얼룩도 없다는 식의 반론이 사태를 더욱 키웠다. 누가 봐도 정황적으로 씨줄날줄이 엮이는 정황을 ‘소설 쓴다’는 식의 오만한 태도가 자식을 구렁텅이로 몰았을 뿐만 아니라 수십만 장병의 어머니들 가슴을 후벼 팠다.

 

두 사람은 죄의 유무를 떠나 국민적 분란을 일으킨 것만으로 법을 희롱한 주인공들이 틀리지 않다. 엄정한 법의 집행관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권력의 심부에서 그 권력을 남용한 의혹의 흔적들이 너무나 많다. 잇단 충격에 빠진 국민은 이제 막장 드라마의 주연급이라고 코웃음을 친다. 조국의 비상한 금권(金權)과 추미애의 막가는 정권(政權)이 마치 쌍두마차를 이뤄 달리는 드라마틱한 희극(喜劇)이라고 분노한다. 권력의 주인과 함께 돌아오지 못할 계곡을 향한 질주다.

 

특히 추 장관의 막전막후 아들의 병역문제는 더 거침이 없다. 일국의 국방부 장관까지 불법이 아니라는 주석까지 친절히 달 정도면 법무부의 영향력이 얼마나 국민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세계 국방력 6위인 군사대국 대한민국 국방부의 입이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지 엄정히 묻고 싶다. 국방부가 입장발표 전날 여당의원들과 조율을 한 참혹한 사태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할 이유다. 잘못된 법 집행이 얼마나 큰 죄인지 국방부와 법무부는 가히 넘어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군사 강대국 위상을 떠받치는 수십만 장병들의 목숨을 담보한 피땀 어린 노력이 일거에 물거품이 되는 입놀림이 얼마나 큰 과오인지 국방부 장관은 간과했다. 추 장관과 국방부는 천금보다 더 귀한 아들들을 전선에 내 보낸 수십만 어머니들의 심장을 마구 불살랐다. 단 1분1초도 귀대가 늦으면 안 되는 어머니들의 애국적 긴장감이 일거에 무너지고 무시됐다.

 

그 순간에도 추 장관은 검찰개혁이란 명목 하에 윤석열 검찰총장 턱밑에서 언제든 칼을 찌를 수 있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하는 또 하나의 놀라인 씬(scene)을 연출했다. 검찰 내 지휘권 사지가 잘릴 대로 잘린 윤 총장과 대립각을 날카롭세 세울 임은정 검사가 어떤 감찰의 칼을 뽑을지는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이 또다시 화려하게 떠오르기 직전이다.

 

검찰 내에서조차 ‘엉터리 인사의 결정판’이라는 비판 속에 임 검사는 ‘윤 총장을 잘 보필하겠다’는 멘트를 던졌다. 숱한 권력형 비리를 수사해 오던 드림팀 지휘자였던 윤 총장을 정말로 잘 보필한다면 정권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추 장관과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기에 영혼이 없는 말이다. 추 장관의 검찰개혁은 결국 윤 총장을 고립무원시킨 뒤 비수를 꽂는 방식으로 완성되는 수순을 가고 있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국민이다. 윤 총장은 누구보다 역대 없었던 검사다운 그리고 검찰총장다운 반듯한 이미지로 드넓은 신망을 받는다. 현직 검찰총장이 오죽하면 유력 대권후보까지 오르내리겠는가. 이런 그를 권력의 힘으로 강제 쫓아내는 방식이 되면 엄청난 국민적 부메랑을 감수해야 한다.

 

정의를 현판으로 내건 정의부(Ministry of Justice) 수장이 정의를 땅에 내동댕이친 가운데 한 손에는 법무부란 이름을 신의 방패로 잡고 또 한 손에는 검찰개혁이란 이름의 무도한 창을 휘둘러대고 있는 형국이다. 권력의 화신이자 불공정의 불사신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그녀의 입에서는 엉뚱하게도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란 논어의 구절이 애용되고 있으니 시쳇말로 억장이 무너진다.

 

검찰개혁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것이 자명하게 드러났다. 바로 윤석열 총장이 그것을 몸소 실천해 보였다. 권력형 비리에 절대 물러서지 않는 그의 올곧은 태도가 검찰개혁의 상징이자 완결판이다. 그를 검찰개혁이란 권력형 포승줄로 비열하고 졸렬한 방식을 동원해 내쫓고자 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사술(邪術)이다.

 

법무부 장관은 권력을 호위하기에 앞서 나라가 위급지경의 백척간두에 있음을 먼저 보아야 한다. 지금 수백만 한계가구가 여기저기 무너질 징조가 확연하다. 가계대출 증가액이 올해 4월 2조원대에서 5월 4조원, 6월 8조원, 7월 9조원, 8월 14조원 대로 연실 폭증하고 있다. 자포자기 하는 서민들과 자살자들이 급증하면서 국가혈맥을 담당하는 금융권 연쇄부실이 쓰나미처럼 다가오고 있다. 자영업자에 100~200만원을 뿌리고 통신비 2만원을 준다고 절대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런 판국에 법의 비호만으로 백년정권이 유진된다 한들 아무런 의미가 없다. 코로나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해법인 ‘임상적 정면 대응’을 도외시 하고 있는 것도 법의 방패막이 못지않은 정치적 방역의 일환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범여권은 또 현실성 없는 이상주의 실현을 내걸고 연일 국가의 중병을 가중시키는 반시장·반기업 또는 일방주의 사회관계법 입법발의에 정신이 없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종대왕 어록까지 인용하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사실상 유아독존(唯我獨尊) 권위주의 권력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양극화를 조장한다고도 했다. 이는 현 정권이 독재와 빈곤의 주역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결국 ‘법에 의한 지배’라는 인치(人治)에 일침을 가한 윤석열 총장의 ‘법의 지배’ 법치(法治)만이 총체적 난국을 돌파할 유일한 해법이 맞다. 끝까지 인치를 옹립하고 법치를 망가뜨리는 두 사람의 전·현직 장관은 국가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중대한 범죄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속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