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1조원 넘게 순매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채권 시장에서는 8개월째 순투자 흐름을 이어갔다.

 

한국은행(한은)이 11일 발표한 ‘2020년 8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8억9000만달러(약 1조5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동안 순매도세를 유지했다. 7월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13억9000만달러 순매수로 전환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순매도로 바뀐 것이다. 8월말까지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금액은 208억7000만달러(약 24조7700억원)에 이른다.

 

반면 외국인의 8월중 채권투자는 6억7000만달러(약 7950억원)를 기록하며 8개월째 순매수세를 유지했다. 다만 7월(30억1000만달러)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축소됐다. 이달까지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 금액은 225억6000만달러(약 26조7800억원)로 주식 순매도액을 훨씬 뛰어 넘는다.

 

한은 관계자는 “일부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성 매도 등의 영향으로 주식자금이 순유출로 전환됐다”며 “채권의 경우 차익거래유인 약화 등의 영향으로 민간자금을 중심으로 유입 규모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에서 8월말 원/달러 환율은 1187.8원으로 7월 말(1191.3원)보다 3.5원 떨어졌다. 8월중 원/달러 환율은 국내외 코로나 관련 소식 및 미·중 갈등 전개 양상, 미 달러화 움직임 등에 영향을 받으며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 원/달러 환율의 전일대비 변동폭은 2.2원, 변동률 0.18%로 6월(6.3원·0.52%)과 7월(2.9원·0.24%)에 비해 축소됐다.

 

이달 국내 은행 간 시장의 하루 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240억1000만달러로 7월(263억2000만달러)에 비해 23억1000만달러 감소했다. 원/달러 현물환(-10억3000만달러)과 외환스와프(-13억6000만달러) 거래 규모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대외차입여건은 장단기 외화차입 가산금리와 CDS 프리미엄이 모두 하락하는 등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5년물 CDS 프리미엄은 22bp(0.22%)로 7월(25bp)보다 3bp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이전인 2월(26bp)보다도 낮은 수치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내렸다는 것은 국가의 부도 위험이 줄었음을 뜻한다.

 

한편 국제금융시장은 미국의 코로나 확산세가 둔화되고,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투자심리 개선이 이어졌다. 그러나 9월 들어 미·중 갈등 심화 우려,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페이스북 등 5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주들에 대한 가격부담 등으로 글로벌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미국 달러화는 위험회피심리가 다소 강화되면서 강세로 전환했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