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장사논리에 놀아난 한심한 文정부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신 기자(s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9-14 00:02:19

경제계 최대 관심사였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11일 금호산업은 HDC현대산업개발(이하·현산)의 인수·합병(M&A)이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움이 선정된 지 불과 10개월여 만이다. 현산이 이미 납입한 계약금 2500억원 가량은 소송을 통해 반환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현산은 아시아나 인수 포기의 이유로 채권단과 금호산업의 선행조건 불이행을 들고 있다. 금호산업이 부실을 감추기 위해 영업·재무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산의 주장은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으로 돈을 벌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밖에 비춰지지 않는 정황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의적·윤리적 책임과 서로 간에 신의 보다 장사논리가 앞선 것으로 보인다.

사태의 시작은 코로나에서 비롯됐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사태로 항공업계는 그야말로 최악의 보릿고개를 겪게 됐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마저 긴축경영에 돌입했을 정도다. 코로나 이전인 지난해부터 실적이 좋지 않았던 아시아나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의 3분에 2 수준밖에 되지 않았고 영업손실 규모는 2배가 넘었다. 돈은 적게 벌면서 손해는 많이 보는 장사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현산의 태도는 전 세계 코로나 사태가 정점을 찍던 올 2분기부터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4월초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참여와 인수대금 납입을 연기했고 같은 달 말에는 지분취득 인수를 무기한 연기했다. 채권단은 6월 말까지 인수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했고 이내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원점서 재검토하자’며 슬쩍 속내를 내비쳤다.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이 계약 선행 조건 이행을 강조하며 인수계약을 최종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자 현산은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재실사 카드로 시간을 끌었다. 재실사는 과거부터 M&A 계약을 파기할 때 사용되던 방식이다. 지난 2008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체결된 계약을 파기위한 카드로 ‘실사’를 꺼내 들었다. 결국 당시 계약은 파기됐다.

현산의 끈질긴 재실사 요구와 시간끌기로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새주인 찾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앞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의 관리 하에 운영되는 한편 다시 새로운 주인찾기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산업은행이 상처를 회복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이번 인수과정에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했다.

산업은행은 채권단 대표로서 아시아나 매각을 직접 주도하는 과정에서 최소 1년여 동안 산업은행 인력들을 대거 투입했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자금으로 1조7300억원 투입을 결정했고 수출입은행과 함께 1조7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도 지원했다. 혈세로 녹을 먹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해당 사안에 관심을 갖고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 시간을 따로 내 현산 오너인 정몽규 회장과 수 차례 회담을 갖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아시아나 매각에 투입된 인력과 돈은 결국 정부의 비용, 즉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재원이다. 최종 피해자가 산업은행이라는 것은 결국 정부, 나아가 국민이 피해자라는 것과 동일하다는 의미다. 아시아나 매각 무산의 진짜 이유가 코로나로 인한 사업성 악화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점에서 매수자를 자처했던 현산은 장사논리 때문에 정부와 국민 피해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대목에서 국책은행과의 굵직한 계약을 사업성 하나로 무산시켜 국민 피해를 일으킨 현산이 지어야 할 책임이 단순히 계약금뿐이라는 사실이 실로 안타깝다. 계약금마저도 법원의 판단에 의해 현산이 일부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결국 현산의 피해는 최소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현산은 기업의 존립 목적이 이윤추구에 있다고는 하나 국민적 피해가 예상됐다는 점에서 일말의 잡음도 남겨선 안됐다. 계약 또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어야 했다.

정부는 국민 피해를 일으킨 현산에 강력한 조치를 취해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 주도 기업 매각에 차질을 빚은 현산에 국책사업 참여규제를 가하거나 국책은행 등에서의 대출거래에 있어 높은 기준을 제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주도 기업 매각에 한 해서는 계약금 비율을 높이는 등의 별도 규정을 만련할 필요도 있다. 정몽규 회장의 철저한 장사논리에 농락당한 한심한 정부 태도의 최종 피해자가 국민이라는 사실이 매우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