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잖아요. 저 역시도 실패를 통해 좌절을 느끼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의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예요. 아마도 작은 성공에 취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성장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며 안일하게 장사했겠죠. 그러나 인생에서 가장 쓴 실패를 맛보면서 장사를 위한 마음가짐을 다잡게 됐어요. 성공은 실패 없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코로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주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화제의 주인공 이상현 우기식당 대표(28)를 만나 성공의 비결을 들어봤다. 위기는 성공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 생각한다는 그는 코로나로 힘든 것은 매한가지지만 그동안 찾아와준 손님들 덕분에 준비해왔던 계획을 실천할 수 있게 된 것뿐이라며 멋쩍어했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내로라하는 상권 중 하나인 영동시장 먹자거리에 자리 잡은 지 3년 차에 접어든 새내기 사장이다. 근처 음식점 중엔 10년, 20년 넘게 장사해온 곳도 제법 된다. 쟁쟁한 음식점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청년 사업가의 뚝심과 패기로 단골 손님을 만들어온 이 대표는 해당 거리에만 두 개의 가게를 더 오픈하는 등 인기 음식점 사장으로 거듭났다. 3년 차 새내기 사장이라고 하기가 무색할 만큼 장사 수완이 뛰어난 이 대표는 처음부터 장사에 특출난 것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스물 셋에 군대를 갓 전역하자마자 겁도 없이 서울로 올라왔어요. 옛말에 말이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잖아요. 사람이 출세하려면 모름지기 서울로 가라는 말대로 멋지게 성공하겠다는 뜻을 품고 연고 하나 없는 서울에 첫발을 내디뎠죠.”

“어릴 때부터 유명한 음식점 사장님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다만 학창시절까진 막연하게 고민만 했던 것 같아요. 장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컸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으니까요. 그런 제가 군대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면서 미래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등의 온라인 교양 영상을 통해 귀감이 될 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기도 하고 자기계발을 위한 책을 수도 없이 읽었죠. 그러다 제 가슴에 가장 와 닿는 책을 만나게 됐어요. 이효찬 스타서빙 대표가 쓴 ‘세상을 서빙하다’라는 책이죠.”

책을 통해 장사에 대한 매력에 한껏 고취된 이 대표는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장사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됐다. 이에 이 대표는 군대를 전역하기 전에 SNS로 ‘청년장사꾼’에 연락해 함께 일하고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열정 가득한 장사 정신으로 낡고 오래된 상권을 새롭게 되살리겠다는 목표를 가진 청년장사꾼은 이 대표에게 있어 최고의 배움터였기 때문이다. 이를 좋게 본 청년장사꾼이 일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이 대표는 마침내 장사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게 됐다.

“청년장사꾼에서 일하는 동안 장사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이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서비스 정신으로 손님을 응대하는 접객 방법부터 사업 아이템 발굴, 메뉴 개발·구상,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 및 소품 배치, 직원 관리 방법 등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죠. 선배들 어깨 너머로 하나 하나 보고 배운 것들을 익히고 따라하면서 제 몸에 체화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제가 슈퍼바이저로 진급하면서 주력 사업 아이템이었던 주꾸미 메뉴를 판매하게 됐어요. 어떻게 하면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백화점 팝업 매장에 입점해 팔아보기로 하고 판매 활로 개척에 도전했죠. 백화점 팝업 매장을 7, 8개 정도 열고 다양한 행사를 벌이면서 엄청난 매출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해요. 길게 늘어선 줄에 눈앞이 캄캄하기도 했지만 손님들과 만나는 그 시간이 참 즐겁더라고요.”

자신감이 붙은 이 대표는 청년장사꾼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자신만의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길로 과감히 퇴사한 이 대표는 지금의 우기식당을 일궈낸 동료 이동욱·조성래 대표와 함께 준비 기간 두 달여 만에 음식점을 창업했다. 손님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려면 독특해야 한다는 생각에 당시 높은 인기를 끌던 대만 간식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았다.

“박근혜정부 당시 청년 창업을 독려하면서 전통시장을 함께 살릴 수 있는 사업이 시행됐어요. 운 좋게 해당 사업에 뽑혀 서울 강동구 명일전통시장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창업에 성공했죠. 2017년 3월 대만 치즈 감자라는 독특한 메뉴를 팔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시장 조사가 너무 부족했던 탓일까요. 3개월 동안 파리만 날리더라고요.”

“이대로 가다간 망하겠다 싶어 가게를 하나 더 열기로 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닭강정을 팔면서 대만 치즈 감자도 함께 홍보해 일종의 윈-윈 전략을 펼치기로 한 거죠. 예상대로 닭강정이 인기가 좋았어요. 대만 치즈 감자도 창업 당시보단 장사가 되기 시작했죠. 그렇게 창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단 열매를 너무 일찍 맛보게 돼선지 저와 동료들은 거만한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참에 또 하나 가게를 더 내기로 한 거죠.”

이 대표는 기존에 장사하던 명일전통시장이 아닌 서울 유명 상권 중 하나인 건대 상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건대 맛의 거리로 가는 길목의 대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노점 한 곳을 임대해 창업키로 한 것이다. 인근에 대학교가 있는 데다 지하철 2·7호선 환승역이라 유동인구도 많은 만큼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론 사업을 좀먹는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유명 상권이라는 이름값 덕분에 장사가 잘 될 줄 알았는데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장사를 해도 하루에 5만원 팔기가 어려웠어요. 너무 장사가 안 되는 나머지 지나가는 사람을 세어 본 적이 있는데 1500여명이 지나가는 동안 5명 만이 지갑을 열더라고요.”

“노점인데도 월 임대료만 150만원에 달했어요. 공과금, 원재료 값 등을 더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죠. 명일전통시장 가게들에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건대 노점 비용 메우기에 급급했어요. 무모하게 도전하는 바람에 결국 엄청난 적자만 떠안게 됐죠.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건대 노점을 시작으로 기존 가게들도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말았어요. 창업한 지 일 년도 안 돼 모두 폐업한 거예요. 망했다는 생각에 눈물밖에 안 나더라고요.”

세 가게를 운영하던 당시 이 대표와 동료들이 각각 월 100만원을 챙기기 위해선 하루에 최소 70만원을 팔아야 했다. 그러나 세 가게 통틀어 하루 매출은 기껏해야 30만원에 불과했다. 한 달에 50만원을 겨우 벌었던 이 대표와 동료들은 통신비, 교통비, 보험료 등을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은 몇 푼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식탁엔 늘 라면만 올라왔고 종종 끼니를 거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포기할 수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이미 벼랑 끝에 내몰린 만큼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도전하기로 이 대표와 동료들은 의기투합했다.

“여유부릴 시간이 없었던 저와 동료들은 곧장 일자리를 구했어요. 요식업계에서 유명한 음식점에서 일하면서 감을 잃지 않기로 했죠.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웠기 때문에 각자 아르바이트도 병행했어요. 동료들은 공항과 택배 상하차 일자리를 구했고 저는 콜센터 상담직원으로 일했어요. 셋 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일만 했던 것 같아요.”

수개월을 바쁘게 살아온 세 사람은 어느 정도 투자금을 모았을 때 다시 창업을 준비키로 했다. 다만 이번엔 종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상권부터 철저히 분석했다. 사업 아이템과 메뉴 개발, 매장 인테리어에도 더욱 신경 썼다. 누가 먹어도 호불호가 나뉘지 않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애썼고 사람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이 대표과 동료들은 2018년 4월 지금의 우기식당을 열었다.

“장사를 시작하고 두 달이 지났을 무렵 처음으로 가게가 만석이 됐어요. 그 뒤로도 대기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예약하겠다는 문의 전화도 빗발쳤어요. 손님으로 북새통을 이룬 그날 오픈 전에 준비해 둔 소스가 소진돼서 급히 만들어야 했고 식재료도 다 떨어져서 바쁜 와중에 시장에 가서 부랴부랴 사오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손님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고요. 결국 마감이 세 시간이나 남았는데도 재료가 없어 장사를 할 수 없게 됐어요. 기다리던 손님들께 죄송하다고 일일이 인사드리고 나서야 처음으로 자리에 앉았어요. 정신 없이 바쁜 날이었지만 손님들이 우기식당을 인정해주신 첫날인 만큼 제겐 너무나도 뜻깊은 날이에요.”

“이제야 돈 좀 쓰고 살아도 되겠구나 싶어요. 다른 분들이 보기엔 장사 좀 된다고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진심이에요. 전 장사하겠다고 마음 먹은 뒤로 지금껏 먹고 싶은 음식을 배불리 먹었던 날이 없었어요. 하물며 흔한 ‘치맥’조차 사먹을 수 없었죠. 왜 먹고 싶지 않았겠어요. 딱 한 번만 사먹어 볼까 고민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러다가도 마지막엔 꾹 참게 됐어요. 오늘을 아끼지 않으면 다음날, 그 다음날, 나아가 미래의 저와 동료들이 더 힘들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 대표는 앞으로 7개의 매장을 추가로 더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도전해 요식업계에서 성공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를 이루기 위해선 지금까지 신뢰를 쌓아온 동료들과 직원들의 도움 없이는 어렵다며 앞으로도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세상 어떤 일이든 혼자서 모든 걸 해낼 수는 없어요. 제가 하고 있는 장사만 놓고 보더라도 상권, 사업 아이템, 메뉴, 인테리어, 세금, 직원 관리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죠. 수많은 일을 혼자서 무리하게 하기보단 누군가와 함께 힘을 모아 확실하게 처리하는 게 더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동업하지 말라고 말리겠지만 전 함부로 동업하라고 권유하고 싶어요.”

 

이 대표는 만일 자신이 혼자서 창업했더라면 지금의 규모로 사업을 키워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서로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고 직원들이 열심히 힘을 모아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동료·직원들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면서 찾아주는 손님에게도 기분좋은 음식점으로 남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우기식당은 友(벗 우)와 基(터 기)를 조합해 만든 이름이에요. 뜻 그대로 친구가 모이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죠. 그래서 찾아주시는 손님들에게 편하게 찾아와 맛있는 음식을 기분 좋게 즐기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