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면 건강관리가 필요하듯 소득이 적을수록 자산관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돈을 모으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죠. 조금이라도 여윳돈을 모아 목표를 세워서 나에게 가장 맞는 방법으로 돈을 굴려야 해요. 그래야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거든요. 이를 위한 전략과 방법을 제시해주는 게 자산관리 서비스예요.”

 

코로나 여파로 불안한 정세가 맴도는 가운데 2030세대 사이에서 ‘파이어족’이 크게 늘고 있다.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and Retire Early)란 경제적인 자립 및 조기 은퇴를 뜻한다. 파이어족은 20대부터 소비를 줄이고 소득의 80% 이상을 저축해 40대에 은퇴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파이어족처럼 은퇴자금을 모으기 위해선 효율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허나 혼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은 이성보단 감정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저축을 하다가도 즉흥적으로 과소비하기 쉽다. 헬스장에서 몸을 관리할 때 트레이너가 옆에 있듯이 자산을 관리해줄 트레이너가 필요한 이유다.

 

박세라 런인베스트 대표는 로펌에서 미국 회계사로, 미래에셋증권 WM센터에선 소수 VIP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웰스매니저로 일하다가 자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평범한 사람들의 재무코치가 되고자 런인베스트를 설립했다. 올해 9월로 5년 차를 맞이한 런인베스트는 현재 금융기관 영업조직이 사용하는 <플랜플러스 전문가용>과 일반 고객들이 사용하는 <나만의 재무건강코치 플랜플러스> 등 앱 서비스를 제공하며 재무설계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다.

 

고객 분석 알고리즘과 금융기관 영업조직을 연결하는 서비스

 

“2004년에 회계사를 그만두고 재무설계를 공부하기 위해 캐나다 토론토로 유학을 갔어요. 그때 처음 재무설계 프로그램을 접했죠. 기업의 재무컨설팅을 하듯이 한 가정의 재무 상태를 분석해 은퇴 같은 미래 재무목표별로 최적의 투자관리 방법과 상품을 알려주는 것이었죠. 그때부터 재무설계 프로그램을 한국에 도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부자 고객들은 전담 PB(금융포트폴리오 전문가)나 웰스매니저가 있어서 재무설계를 공부하지 않아도 돼요. 근데 평범한 금융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스스로 어느 정도 자산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야 해요. 비용 부담이 없는 자산 관리 방법과 처방전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알고리즘을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죠.”

 

박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 개발팀을 꾸리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전했다. 금융권 출신으로 아이디어와 알고리즘은 있었으나 개발자 네트워크가 부족했던 탓이다. 생각을 구현해줄 수 있는 개발팀을 만들기 위해 2년 동안 개발자 영입에 큰 공을 들였다고 토로했다.

 

“초기에는 외주에 맡겨서 개발 작업을 해봤는데 성과가 좋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아무나 뽑을 순 없잖아요. 어렵게 수소문해서 개발자 한 명을 영입했고 그분을 통해서 능력 있는 직원들을 계속 영입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13명 직원 중 8명이 개발 쪽을 전담할 정도로 팀워크가 이뤄진 상태에요. 제가 아이디어를 던지면 언제든 구현이 가능하죠.”

 

박 대표는 런인베스트의 주요 사업인 <나만의 재무건강코치 플랜플러스>에 대해선 단순 금융데이터 조회뿐만 아니라 재무상태 전반에 걸쳐 문제를 진단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특히 개인 맞춤형 재무 솔루션을 줄 수 있는 고객 분석 알고리즘에 보다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고객 분석은 저희 ‘로보코치 닥터플랜’의 재무건강검진을 통해 고객의 금융 데이터와 돈에 대한 태도, 타고난 성격, 편견, 위험 성향 등 재무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거예요. 이를 통해 사용자 유형을 분류하고, 유형별로 해결책을 제공하죠.”

 

“재무건강진단이 끝나면 지출·대출·보험·투자 관리 등을 진행해요. 또 은퇴설계와 같은 간단한 재무설계도 직접 할 수 있죠. 개인별로 우선순위로 가입해야 할 세제혜택 상품도 한도까지 고려해서 추천해줍니다. 현재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알려주는 구조인 거죠.”

 

박 대표는 또한 모바일 자산관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기관 영업조직과 연결하는 매칭 시스템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서비스인 ‘로보재무코칭’을 넘어 전문가의 종합컨설팅을 받아볼 수 있다는 얘기였다.

 

“<플랜플러스 전문가용>을 사용하는 금융기관 영업조직을 나의 재무코치로 등록할 수 있어요. 이 영업조직은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장분석과 은퇴 및 투자설계 등을 빠르고 쉽게 전달하고 높은 수준의 컨설팅 보고서를 만들어 줄 수 있죠.”

 

‘너 자신을 알라’가 자산관리의 첫걸음

  

박 대표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일관했지만 그에게도 회사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고충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바로 모든 것을 대표가 다 챙겨야 한다는 점이었다.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박 대표 스스로 인사·노무, 회계 등 회사 전반에 관한 모든 것을 세세하게 책임지고 있었다.

 

“맨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내가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아마 모든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이면 다 공감할 얘기일 것 같아요. 투자유치부터 영업, 개발까지 모든 것을 다 대표가 책임져야 하거든요. 그 부담감과 물리적인 것들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멀티 플레이어로서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직원 복지를 최우선 경영 철학으로 삼았다. 일례로 직원들이 월요일에 출근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회사를 놀이 공간처럼 여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말도 했다. 이외에도 고객들의 의견을 언제나 경청하는 경영 철학도 언급했다.

 

“창업할 땐 스스로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미리 답을 정해놓고 서비스를 개발했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사업을 하면서 고객의 말이 정답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특히 <플랜플러스 전문가용>을 출시하고 엄청난 피드백을 받은 뒤 그런 확신이 더욱 커졌어요. 제 생각과 사용자의 생각은 항상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그 후 언제나 고객의 말을 귀담아 들으며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어요.”

 

스타트업에 먼저 발을 들여 놓은 선배로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창업을 준비할 때 시간과 비용 등을 3배 이상 높게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이디어만 믿고 바로 창업을 실행하기보다는 관심 있는 분야의 스타트업에 들어가 1년간 사회생활에 필요한 소양과 분위기를 먼저 익히는 것을 권장했다.

 

“사회생활을 해봐야 조직 간의 갈등을 알게 돼요. 또 내가 모든 것을 할 줄 알아야 직원한테 업무를 지시할 수 있죠. 저도 창업을 하면 개발만 하고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사회생활 1년이 교육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특히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한다면 문제점을 바로 알 수 있으니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금융권 12년 경력을 지닌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로서 올바른 자산관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했지만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자산관리 방식이 모두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투자 목적과 금액, 기간, 종류, 손실 정도에 따라서 각각 다른 자산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자산관리의 첫걸음이에요. 뭐가 문제인지 알아야 솔루션을 찾을 수 있거든요. 지금 당장 주식 1주를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돈이 어디서 들어오고 어디로 나가는지 일일예산 계획을 세워야 해요. 이를 통해 지출을 관리해야죠. 또 잘못된 대출은 바로 잡고, 필요한 보험에 꼭 가입해야 해요. 그 다음 투자 원칙과 전략도 세워야 하고요.”

 

“무엇보다 시드 머니(종잣돈)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3년은 잊고 지낼 수 있는 금융상품을 선택해야 하죠. 하루에도 몇 번씩 수익률을 확인하는 투자대상으로는 결코 3년을 유지하기 어려워요. 사람들은 흔히 금액이 적을 때 무모할 정도로 과감하게 베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목돈을 마련할 때까진 우선 소액으로 투자공부를 하는 것을 권장해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박 대표는 유튜브 자산관리 채널을 만들어 사용자들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궁극적으로는 금융소비자의 실질적인 재무건강을 개선하고 금융아이큐를 높일 수 있는 국민 자산관리 앱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전했다.

 

“단순히 앱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소통하고 싶어요. 지금 유튜브 자산관리 채널은 대부분 편중돼 있다고 생각해요. ‘빚내서 부동산·주식에 투자하라’ 등 개개인의 자산 규모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콘텐츠만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는 일종의 처방전처럼 각 개인에게 맞는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 제공하고 싶어요.”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