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열쇠로 재정을 지목하고 적극적인 재정 투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례없는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사회 취약계층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차 추경 등의 여파로 인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불가능하지만 정말 어려운 국민을 돕기 위한 재정 투입에 정치권에서도 긍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국민들도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정치권,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이 갑작스럽게 대두되며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만 13세 이상 국민들에게 통신비 지원을 건의했으며 이를 문 대통령이 ‘작은 정성’이라며 수용했다.

 

2만원, 개인으로 봤을 때 효용성이 있는 금액인지 잘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특히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닌 통신비 절감에 투입되는 돈인만큼 실질적인 효과를 체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 국민적으로 봤을 때 2만원 지원은 매우 큰 돈이기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구상대로 만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할 경우 약 9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된다.

 

국민들이 크게 효용성을 느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것이다. 정말 지원이 필요한 가구에게 통신비를 지원하고 남은 금액은 더욱 어려운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을 위한 임시센터를 운영하는 데 10억원 가량의 예산이 들어간다. 국민들에게 2만원을 나눠주기 위해 또 다시 10억원의 혈세가 들어간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2만원의 통신비 지원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상당수다. 리얼미터가 11일 조사해 1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8.2%가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을 ‘잘못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7.8%였고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4.0%로 집계됐다.

 

전 국민 2만원 지원보다 취약계층에게 더욱 큰 지원을 해줘야 한다 등의 대안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정부는 해당 정책을 강행할 태세다. 이승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냥 주나마나 한 지원이 아니다. 통신비를 매달 내야 하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면 그 금액이 무의미하다고까지 얘기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한 가족에 중학생 이상이 3명, 4명이라고 하면 6만원, 8만원의 통신비 절감액이 생기는 것 아닌가”고 밝혔다.

 

이어 “예산 심의 과정에서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것은 국회의 책무인 만큼 논의를 경청하겠다”면서도 “정부가 많은 고민 끝에 판단한 것이다”고 말해 정책 수정에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이 수석의 입장을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지원을 받는 국민들이 잘못된 정책이라고 선별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옳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부의 판단’이라는 말 한마디에 이러한 비판을 잘라버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더욱 어려운 이웃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이 국민들이 목소리다. 문 대통령 역시 ‘피해맞춤형 재난지원 성격’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오히려 지원을 받게 생긴 국민들이 더욱 불편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