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대 통신장비·스마트폰 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발효된 가운데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업계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이날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사실상 중단한다. 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화웨이 추가 제재안에 따른 조치다. 앞으로 미국 기술을 적용해 만든 반도체가 화웨이에 공급되려면 사전에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제재안의 주요 골자 내용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를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이용해 납품 받을 수 없도록 막는 제재를 시행했다. 그러나 화웨이는 제3의 회사를 통해 이를 회피해왔다. 이에 미국 정부는 지난달 17일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한 기업이 화웨이에 납품하고자 하면 미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제재를 한층 강화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를 사실상 화웨이로의 공급 일체를 일체 틀어막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번 조치가 자국기업뿐만 아니라 대만·일본·중국을 비롯해 한국의 업체들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를 설계할 때 미국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생산에 미국 기술이 들어간 장비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정책을 무시하고 수출을 할 경우 해당 기업의 설계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취소하거나 장비 수출을 막을 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1~7월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중 대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 41.1%에 달한다. 이 기간 반도체 총수출액 547억4000만 달러 가운데 224억8900만 달러가 중국으로 향했다. 반도체 업계는 실적 기준으로 3분기까지는 수출 제재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날부터 화웨이 수출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4분기부터는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수출 금지 조치가 1년간 이어질 경우 연간 10조원의 매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량이 939억3000만 달러임을 고려할 때 비중이 크지는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은 미 상무부에 대(對) 화웨이 수출 관련 특별 허가를 요청한 상태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이 이를 승인할 가능성은 적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