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비자동차 부문에도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수출하게 됐다. 이에 수소 산업의 외연이 대폭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수소경제를 육성하겠다던 현대차의 비전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16일 부산항을 통해 스위스의 수소저장 기술 업체인 GRZ 테크놀로지스와 유럽의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수출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수출은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 핵심 기술을 수출할 수 있도록 승인하면서 비로소 성사됐다.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비 자동차 부문에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수출로 GRZ와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은 수소전기차 넥쏘에 탑재되는 95kW급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확보하게 됐다. 이들 업체는 해당 시스템을 활용해 비상 전력 공급용 및 친환경 이동형 발전기를 제작할 예정이다. 1년 간 성능 검증을 거친 후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한다는 구상이다.

GRZ는 독자적인 수소저장합금(메탈 하이브리드)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일반 수소저장탱크의 저장 압력인 200~500bar 대비 현저히 낮은 10bar의 압력만으로도 기존보다 약 5~10배 많은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해 10월부터 GRZ와 수소저장 기술과 관련해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수출은 EU집행위원회가 7월 수소경제 전략을 발표한 직후 이뤄진 첫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해외 판매다. 이는 친환경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유럽에서 현대차의 우수한 수소 기술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한해 동안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4987대의 넥쏘를 판매하며 수소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3292대를 판매했다. 또 7월에는 세계 최초로 30톤급 대형 수소전기트럭을 양산해 수출하는 등 수소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주력 사업인 자동차 부문에서 수소 산업을 이끌어 온 현대차는 이번 수출을 통해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 걸쳐 수소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에 현대차가 진정으로 꿈꿔 온 수소경제 실현을 한 걸음 더 앞당기게 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역시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선박이나 열차, 도심형 항공기, 빌딩, 발전소 등 일상의 모든 영역과 군사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수소를 이용한 전기 생산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이자 미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현대차는 향후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미국, 중국 등 전 세계로 확대 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수소 산업의 영역을 크게 확장시켜 수소경제 육성에 크게 이바지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수출을 통해 현대차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미래 에너지 주도권 확보를 위한 수소 사업 다각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전무는 “이번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수출은 현대차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다양한 적용 가능성과 사업의 확장성을 증명해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