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소·중견 벽을 허문 아름다운 결혼 뒤엔 정몽구의 의리경영

 

재계 2위에 빛나는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은 소탈한 가풍으로 유명하다. 혼맥 역시 개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 모습이다. 사돈 중에는 대기업 가문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현대차그룹은 애경그룹·LS그룹·삼표 등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녀이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셋째 딸인 정윤이 해비치호텔엔리조트 사장은 신용인 삼우 회장의 아들인 신성재 부회장과 1997년 결혼에 골인했다. 1995년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에 입사해 수출부에서 근무하던 중 정 사장을 만나 연애하다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사원과 오너 자녀의 만남이 결혼까지 이어진 것이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정 사장과 결혼 이후 신 부회장은 승진가도를 달렸다. 신 부회장은 현대하이스코의 전신인 현대강관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이곳에서 이사, 전무,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05년에는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평범한 중소기업이었던 삼우는 현대차그룹과 사돈을 맺은 후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1984년 우림산업으로 설립된 삼우는 자동차 A/S 부품 보관용기와 팔레트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1999년 현대차그룹 1차 협력사로 지정된 이후 꾸준한 성장을 거듭했다.

 

2005년 323억원이었던 삼우의 매출액은 △2006년 779억원 △2007년 1647억원 △2008년 2797억원 △2009년 3768 △2010년 5590억원 △2011년 8165억원 △2012년 8845억원 △2013년 9063억원 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신분의 벽을 허문 아름다운 만남’으로 평가되던 신 부회장과 정 씨의 결혼생활은 안타깝게도 2014년 막을 내리고 말았다. 결혼 17년 만에 이혼하며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신 부회장은 이혼 직후 일신상의 이유로 현대하이스코 사장 자리에서 사임했다. 이후 삼우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결혼 역시 큰 화제가 됐다. 정 부회장은 1995년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선 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아버지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경복고 6년 선후배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과 정지선 씨는 미국 유학시절부터 사랑을 키우다 결혼에 골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너 간의 끈끈한 의리에서 자녀들의 결혼으로 사돈관계로 발돋움 한 현대차그룹과 삼표는 서로 상부상조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지만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해나가며 끊임없이 동반성장을 꾀했다.

 

다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일부 시민단체는 현대글로비스와 삼표 두 그룹이 현대제철의 원자재 납품 거래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도 끼어들어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통행세 챙기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몰락한 재벌가 사위 현대해상 정몽윤, 형제기업 동원한 처남기업 지원사격 눈길

 

범현대家 기업에 속하는 현대해상보험 역시 남다른 혼맥으로 유명하다. 정몽윤 현대해상보험 회장은 1981년 고(故) 김진형 부국물산 회장의 딸인 김혜영 씨와 결혼했다. 건축자재 판매 등으로 성장한 부국물산은 건설업에도 진출하면서 1990년대까지는 꾸준히 사세를 키워나갔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도산한 기업이다.

 

정 회장 역시 사돈기업의 위기에 발 벗고 나서서 도왔다. 처남인 김관영 제이알투자운용 대표와 부인인 홍성진 솔로몬테크노서플라이 대표의 회사를 지원해 부국물산의 부흥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인 솔로몬테크노서플라이는 설립 초기 비교적 잠잠한 모습을 보였으나 현대해상 헬프데스크 운영 계약, 현대해상 서버시스템 운영관리 계약, 현대차그룹 구매시스템 운영 계약 체결 등 굵직한 계약을 따내며 급격히 성장했다.

 

 

 

정 회장의 지원에 김 대표는 가까스로 부국물산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솔로몬테크노서플라이의 매출액은 2009년 53억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2012년 89억원 △2013년 156억원 △2014년 217억원 △2015년 276억원 △2016년 333억원 △2017년 347억원 △2018년 401억원 등으로 매년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엔 424억원의 매출액 기록했다.

 

솔로몬테크노서플라이는 IT서비스 및 컨설팅 전문업체로서 IT시스템 관리를 비롯해서 시스템통합, 아웃소싱, 솔루션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으며 현대차, 기아차,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오토에버,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해상,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범현대가 기업들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