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발견 6시간 뒤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친형 이래진 씨(55)가 “북한의 잔혹한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유엔 차원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 씨는 6일 국민의힘 태영호·하태경 의원과 함께 서울 종로구 유엔북한인권사무소를 찾아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한국 공무원 피격 사건에 관한 진상조사 요구서를 전달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이 씨는 킨타나 특별보고관 앞으로 보낸 조사요청서에서 “이 문제가 단순한 피격 사건이 아닌 앞으로 미래를 위해 북한의 만행을 널리 알려 재발 방지를 위한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말했다. 이어 “반드시 북한의 만행을 멈추게 하고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 인권이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전 세계 수많은 자유와 인권 수호 국가들에 제 동생의 희생이 값진 평화의 메신저가 되도록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한다”고 했다.

 

이 씨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조언을 구했다며 “반기문 전 총장이 (북한에 억류됐다가 송환 직후 사망한 미국 대학생) 웜비어 사례가 있으니 그 가족들과 연대해 정확한 내용을 청취하고 협력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태경 의원은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족이 요청하면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요청 근거를 밝혔다. 아울러 “북한 국내에서도 코로나 방역 규정을 위반하면 군법에 따라서 처리하라고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면서 “공무원 사살도 그런 차원에서 벌어진 것이라는 의심이 들고 정부도 (사살을) 확인해줬으니 유엔에 (북한 상황도) 추가로 조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웜비어 사례와 유사하게 (진행될 수 있는지) 변호사와 협의하고 있다. 북한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응당 해야 할 국민 보호 의무를 져버렸으니 그것도 법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의원도 “북한 자체가 북한군의 (민간인) 사살을 전 세계 앞에서 인정했고 문서로 통지가 왔기 때문에 유엔 조사의 요건이 갖춰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우리 공무원 피격 사건을 알려주지 않아 유엔의 힘을 빌리려 한다”며 “과연 이번 사건이 처음인지, 아니면 방역을 명분으로 반인륜적 사살이 또 있는지 조사해야 하고, 유엔은 이를 조사할 수단이 있다”고 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조사 요청 처리 방침을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기자회견과 비슷한 시각 트위터를 통해 “대한민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망 건과 관련하여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DPRK)은 국제인권법에 따라 공정하고 실질적인 수사에 즉각 착수하고, 수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대한민국과 협조해 사망자 유해와 유류품을 유가족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